내 입이 좋아하는 것과 내 몸이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작년 말쯤 주변에 한 번 스위치온 식단 열풍이 불었었다. 원래도 식단을 잘하지도 못하고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아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식단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연도에 동료가 스위치온 하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스위치온 마지막 날이다.
28일 동안 식단 맞춰서 잘 생활했고, 나름 운동도 열심히 했다. 고강도 운동을 도전한 첫날, 허리가 아파서 다음 이틀을 절뚝거린 후에는 그냥 원래 하던 필라테스와 요가에 집중하기로 했다. 고강도 운동이라는 게, '나의 정신에 맞는'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동생 말이 너무 웃겼다.
오늘 아침에 잰 몸무게는 28일 전 몸무게보다 정확하게 6kg 빠져있다. 2주 차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이 얼굴 혈색이 좋아졌다고, 피부가 좋아졌다 얘기해 주더니 이번 주부터는 동료들이 턱선이 생겼다고 얘기해 주거나 ㅎㅎㅎ (턱선은 원래 있는 거잖아요 ㅜㅜㅋㅋㅋㅋㅋ) 변화가 보인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겠지만, 일단은 열심히 도전한 나에게 가족들도 독려를 보내주었다. 과자 좋아하고 피자러버인 나에게 밀가루를 28일 이상 끊은 건 아마 신생아 때 제외하고 한 번도 없었을 텐데, 그 효과가 실로 어마무시해서 마음이 사실 조금 슬펐다 ㅜㅜㅋㅋㅋ 스위치온 끝나자마자 먹고 싶은 것도 피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스위치온을 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은, 내 몸이 정말 건강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백질이 많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먹으면 진짜로 건강한 배부름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고, 원래 잠에 들기 좀 어려워하는 편인데, 많이 개선된 수면 습관도 만족스럽다.
커피나 술은 원래도 안 해서 지방간이 생겼을 때 좀 억울했었는데, 당류를 엄청나게 많이 먹고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식단 하면서 깨달았다. 밥 먹고 나면 늘 카페 가서 단 음료나 디저트를 먹는 습관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안 먹어버릇하니 속이 편해지고 식곤증이 사라짐을 느끼면서 입에서 좋은 것이 속에는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건 그렇지만 여전히 슬프다 ㅠㅜ)
스위치온이 끝나고 난 다음에는 주 1회 단식을 하고, 식단도 웬만하면 비슷하게 단백질과 식이섬유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정말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하루를 치팅데이처럼 활용하라고 하셨다. 약속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내가 과연 이것들을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클린 하게 만들어 놓은 몸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는 생긴다.
스위치온 시작할 때, 사실, 인생에서 풀리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시작한 것도 있다. 현생도, 덕생도 이번 한 해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몸무게뿐'이라는 모델 한혜진 님의 명언을 되새기며 정말 생애 최초로, 약 없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고 해낸 이 기분은 좀 좋긴 하다 :)
가능만 하다면, 앞으로 조금 더 살을 빼서 유지어터가 되고 싶다. 스위치온은 1년에 한 번 권장하신다고 하셨으니깐... 이렇게 하다가 또 도전해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몸이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 알아가는 이 과정을 겪고 나니 맛있는 것 조금 못 먹더라도, 보상은 받는 느낌이다. 심심하고 건조하게 한 달 만에 만들어 놓은 입맛을 30년 넘게 유지해 온 자극적인 입맛을 바로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노력하며 지내보려 한다.
과일도 안 좋아하고 방울토마토는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방울토마토 마저 너무나도 맛있다는 걸 ㅎㅎㅎ알게 된 스위치온 기간 :D 마무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