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지,
여러 번 머릿속을 스쳐간다. 하지만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내 손은 글쓰기 버튼과 닫기 버튼을 반복하여 누르는 행위가 이어진다.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펼쳐보지 못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일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일까?
내가 쓴 글의 노출 횟수가 늘어나면서 내가 부족한 역량이 드러날까 봐 겁이 난다. 부끄러워지는 게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노력은 하지 않았다. 쓰는 행위를 하기 위한 고민, 생각,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으며 쓰겠다는 열망만 드러내고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결국 쓰지 못하고 시간부족과 업무 핑계를 가지고 하지 않은 행위의 책임을 벗어나려 한다.
나의 일상에도 연결된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이 흘러간다. 일의 결과가 좋지 않다. 다른 무언가에 의해 발생된 일로 여긴다. 상대방이 너무 고압적이야 주변 환경이 엉망이야 핑계를 찾는다. 내가 하는 일인데 나의 행위를 부정하며 현실에 맞서지 못하고 외면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운이 제법 따라왔다. 부실하고 무너질 것 같은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금 누리는 권위는 가지고 싶고, 혜택은 누리고 싶다. 하지만 나의 부족함으로 현재가 무너졌을 때 내가 받을 부끄러움과 탈로날 무능력이 두렵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 최근 들어 깜빡하여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잦다. 그 실수는 내가 한 것인데 상황을 들먹이며 나의 잘못을 부정한다. 약을 먹으라는 조언에 더욱 반발하며 맞선다. 나는 문제없다며 단정 짓고 약의 힘에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알량한 자존심이 앞선다.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오만함과 타인의 걱정과 충고를 거절하는 거만함을 보인다.
어디서부터 일까,
외줄 위에 서 있는 나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내가 서있는 줄이 점점 가늘어지는 느낌이다. 사실 줄은 그대로다. 나의 균형점이 무너지고 있어 설 수 있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불안을 느끼고 부족함을 느끼는데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줄이 끊어지길 기다린다.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욕심을 부린다.
알량한 자존심과 지키고 싶은 권위와 혜택에 두텁게 벽을 쌓는다. 이미 망가진 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하고 강하다며 큰소리로 외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했을 때 나의 도피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결국 회피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아직까지도 나의 실수와 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지나왔던 길이 그랬나 보다. 잘못하고 실수했을 때 보듬어주지 못하고 상황을 극복하려 했다. 나의 잘못을 더 잘함으로 메우려 했다. 나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더욱 위기와 위험에 취약하며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다.
사실은 나약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위로받고 싶은데 그 권위와 혜택이 뭐라고 내려놓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나에게는 가정이 있다. 난 그들을 돌봐야 한다는 강박에 취해 있었다. 내 가족을 신뢰하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 더 예민하고 압박에 매몰되어 소중한 것들을 듣고 바라보지 못했다.
변화하자.
내려놓자. 나를 세상에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자.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나를 인정하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키우자. 부족해도 받아들이자. 누구보다 나를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는 가족들이 옆에 있다. 실수하면 어떤가, 나에게 신뢰를 보내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 나의 부족함과 잘못을 채워줄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다. 어쩌면 내가 많은 짐을 들려고 했다. 내가 조금 더 우리 가족들에게 기대어본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로서 같이 세상을 나아가보자. 가는 길이 거칠고 힘들어도 함께 손잡을 수 있는 가족들이 함께 있음을 잊지 않는다. 바라보며 들으며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함께 더 의지하며 일상을 맞이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