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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어니언 Mar 06. 2023

변화를 맞이하는 중입니다

팀장이 되었어요


23년이 되었다. 그리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연초에 이것저것을 정리하며 표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발생되지 않았다. 올해 나에게 찾아온 변화로 인해 분주한 날을 보내긴 하지만, 조금씩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나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회사에서 나의 위치가 바뀌었다. 팀원이던 내가 나보다 나이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을 뒤로한 채 팀장이 되었다. 사실 4년 전부터 나의 업무는 실무자와 직책자 업무를 겸비했다. 권한만 없을 뿐 직책자 업무(팀장, 부서장, 임원 그들의 모든 업무)를 했고 갈아 넣었던 나의 시간들은 임원, 부서장, 팀장의 능력으로 변환되었다. 작년 10월 대표가 변경되고, 나의 전 부문장이었던 현재 대표는 나의 진급과 동시에 팀장으로 직책을 맡기게 된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대표님께 전해 드린다. 팀장 자리가 대단한 것이 아니고 영원하지도 않으며 언젠간 나의 자리가 아닐 수 있다. 다만 팀장이 되고 싶었던 것은 인정, 금전, 권한이라는 부분이 필요했다. 당신들이 해야 하는 일을 나의 일상과 바꾸며 갈아 넣던 시간(수주/매출/현황 보고/시황 보고/방향성 설정) 등 모든 것을 바쳐 달려왔지만 언제나 세리머니 자리는 배제된 채(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에선 제외된) 노예가 된 느낌을 언제나 받아왔다. 많이 지쳐있었고 겹겹이 쌓여가던 자괴감에 탈 조직화를 꿈꾸며 열정을 조금씩 지워 나갈 때쯤 나에게 팀장이란 역무를 회사에서 부여한 것이다.

곤란하다.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꿈꾸는 삶으로 방향성을 정했는데 팀장의 직책을 맡게 되다니, 당황스럽다. 하지만 변화에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된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팀장이 되면 직책 수당이 나온다. 팀장 직급의 추가 수당은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나의 가계에 보탬이 된다. 금전적으로 확대되는 일이라면 두 손들고 환영한다. 더불어 함께 부여되는 사용 가능한 카드(한도는 매우 적은 금액이다)는 권한과 지위를 부여하는 묘한 감정을 제공한다. 가계에 대한 금전적 보탬과 회사에서 누리는 권한 및 지위 상승의 욕구가 팀장을 열망하게 했다. 그리고 내가 해왔던 일이고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부분에 대해 실무부터 의사결정까지 다 했었던 부분에 없었던 권한들이 생겼다. 그동안 막내이며 팀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왔던 내가 팀원에게 지시할 권리가 생긴 것이다. 혼자 하던 일을 분산시켜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제시했던 의견을 보기 좋게 무시하던 나보다 직급 높고 나이 많던 늦게 들어오셨던 분도 이젠 나의 제안이 아닌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업무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아 부딪히는 상황이 제법 발생한다. 미안하지만 나의 의견에 따르며 극복해야 한다. 잔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긴 회사라는 관료조직이다. 내가 설정한 방향성에 잘 따라와 주시길 바랄 뿐이다.


팀장이 되고 나니 일하는 건 비슷하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도 사실 힘들고 주어진 할당량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현재 버겁고 탈이 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기에 낯선 것이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해왔던 일이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환경이 다를 뿐이다. 나란 인간은 부족한 능력이나 지식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긍정으로 버텨온 삶의 연속이었다. 40대의 직장인으로 치열하게 싸우는 것에 익숙함으로 두렵거나 불편한 것은 없다. 해왔던 데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나아가고 있다. 좋은 방향이다.

환경이 변한다는 것은 적응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해는 바뀌었어도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탈 조직화를 그렇게 주장했건만 변화된 내 위치에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돌려야 한다. 어렵지는 않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항상 회사의 입장에서 나를 갈아 넣던 사람이었기에 문제없다. 하지만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에 나를 조금 더 유연하게 하고자 한다. 실무자로서 다른 조직원과 벌였던 논쟁들도 줄여야 하고 팀원의 업무 스타일도 존중해야 한다. 앞서 나의 지시를 따라오라고 얘기했지만 팀원을 배려하지 않고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을 고수할 경우 제시하는 의견에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가정에 소홀해지는 부분이 미안하다. 그동안 회사의 일에 관용을 베풀던 아내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 직책을 맡으면서 회사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매일 고군분투하는 아내가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소홀해질까 먼저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다짐하는 양가적인 입장을 가진다. 내가 가진 두 개의 자아(회사에서의 자아와 가정에서의 자아)를 자아를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재 나의 몫이다.

환경은 언제나 변한다. 바뀐 위치에 따라 나의 루틴을 재 정비하고 있다. 한쪽으로 쏠려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려 한다.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외쳐왔던 배려를 직접 실천해야 하고, 처음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여 결론을 만들 것이다.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언제나 상황은 주어질 것이고 선택에 따른 결과도 앞에 나타날 것이다. 맞이하는 길에 따라 가지치기를 해보려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내가 만들어가는 길이니까, 너무 완벽하지 않게 스트레스받지 않으며 변화를 맞이하며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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