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나의 일상을 설레게 했던 커피 배우기는 잘 마무리되었다.
그 시간이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학원을 가는 일정이 사라지니 편해졌다.
부모님들이 흔히 얘기하는 '보고 싶은 자식이 찾아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말이 딱 이런 기분인가 싶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으니 바리스타 2급 자격증 반에서 배운 것은 써먹을 일이 없다.
여전히 난 가끔씩 캡슐을 내려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먹고, 에어로치노로 우유거품을 만들어 섞어 먹기도 하고, 약속이 있는 날은 카페를 찾아 라떼를 먹기도 한다.
또 업무에 지친 날은 노랑 맥심을 약 삼아 먹기도 한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고 6개월 정도 지나 에스프레소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거의 다 잊을 때쯤 라떼아트 자격증반 모집 홍보 글을 보게 된다. (아~ 이것은 운명인가요?)
수강료가 꽤 비싸다.
그런데, 배울 시간은 될까?
매주 화요일 저녁반, 2시간 반 수업, 총 8주.
딱 두 달이지만, 퇴근 후 수업을 듣고 다시 집에 와서 기타 등등... '힘들 것 같다. 무리하지 말자.'라고 마음을 접었건만,
라떼... 라떼... 라떼아트 자격증이라... 계속 생각이 난다.
그래, 너 원래 라떼아트가 배우고 싶었던 것 아니었니?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날에 '다음에 라떼 배우러 또 올게요~'라고 했었다.
학원에서 이전 수강생은 할인해 준다고 몇 번 문자 연락이 와도 그냥 넘겼었는데, 갑자기 집과 좀 더 가까운 학원의 라떼아트 자격증반 과정에 혹해버린 거다. (슬슬 도파민 분비 중~)
학원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은 후 (신중한 척?) 하루를 고민하다가 입금을 한다.
입금을 한 이후에 생각이 많아진다.
더 발전적인 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남들은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데, 용돈으로 하고 있는 주식도 마이너스이면서 덜컥 입금을 해버렸네!
처음 취미로 배우려고 했을 때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었으면서 왜 갑자기 진지해지냐고...
내 마음이지만 알 수 없는 게 또 내 마음이다.
그냥, 즐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