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대화할 땐 만들거나 숨기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를 이야기 한다. 두번째 만남까진 솔직하다 못해 건조하게 마음 그대로를 말한적도 있었다. "바람핀 적 있어요?" "아뇨. 근데 당연히 다른 남자한테 눈길은 가죠!" 뭐 이런 비슷한 식으로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꾸밈말을 할 에너지도 없었다. 좋아하고 실망하고 공허해지는 그런 관계의 진폭을 최소화 시키고 싶었다.
처음부터 호감이 갔고, 내 마음이 만족할 때까지 이 사람에 대해 알고싶었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마음인데, 하루가 다르게 돌돌 말리더니 급기야 솜사탕처럼 부풀어 버렸다.
이젠 사랑이란 감정이 불붙기는 어렵지만 얼마나 한순간에 꺼지는 감정인지 알아서. 내가 얼마나 가식적인지 알아서. 분명 새로운 것도 결국 헌것이 된다는 권태의 헛헛함을 알아서.
살아오며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것도 많았음에도, 가식이란 것 하나 없이 편안하게 오빠에게 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