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의 대화 (2)

네번째

by 예원


난 좋은데 별로인 것 투성이였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지만 돈 버는 건 귀찮고, 알랭드 보통의 <불안>은 좋아하지만 <공항의 일주일을>은 별로였다. 언니네 이발관 노래는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만 듣는다. 늘 전체를 좋아하는 일이 없다.


사랑하기에 그의 어떤 모습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셋뿐이다. 엄마, 아빠, 수진이.





대화를 나누며 우린 많이 비슷하다는 걸 직감했다. 동시에 결국 다를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절망적일 필요까진 없었다. 그 때마다 난 또 내 부족함으로 이사람의 부분만을 사랑할까 그렇게 또 헛헛한 권태로 남을까 염려가 스치는 정도였다.


그것보다 더 절망적인건, 일전 연애에서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랑을 향한 용기나 도전과는 거리가 먼 “전 여자친구와는 왜 헤어졌어요?” 내가 이런 식의 찌질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런 찌질한 질문에도 다소 차갑지만 덤덤하게 예전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해주었다. 난 그런 오빠의 태도가 좋았다.


내 기억에도 사랑했던 사람들 중 나보다 낫거나 바른 사람은 있어도, 틀린 사람은 없었다. 분노할 이유도, 미워할 이유도 시간이 흐를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그냥 사랑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다름’을 발견하고. 또는 다름을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랑’의 깊이 때문에 손을 놓아버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