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엄마이지만, 같은 엄마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같은 할머니이지만 같은 할머니로 살 수 있는 시절이 아닌 것 같아. 내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돌아보면, 초등학교 때 시골을 가면 할머니들은 주머니에 늘 현금이 넘쳤다. 여기저기 손자들이 오면 준비하셨다가 고쟁이에서 천 원 오천 원 꺼내서 슈퍼 다녀오라고. 그리고 시골동네를 돌아다니면 내가 어느 집 손자인지 다 알고 그렇게 뭐라도 챙겨주셨다. 심지어 삶은 옥수수 하나라도.
동네 할머니들은 나에게 보호자라기보다는 큰 어른에 가까웠다. 함부로 대할 수 없지만 나를 귀여워해주고 사랑해 주는 육체적으로는 쇠약해 보이지만 감정적으로 아주 큰 어른. 친할머니는 큰 땅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농사도 짓고 창고에 정미소에 가면 내 머리꼭대기의 2-3배만큼이나 쌀이 쌓여 있었고. 외할머니는 바닷가에 오래 살아 배도 탈 줄 알고, 나이 들어 서울로 유학 보낸 자녀들과 함께 살면서 이것저것 세상에 대하여 많이도 가르쳐주던 어른.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