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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Mar 12. 2024

하루가 점점 짧죠?

나이는 차 속도대로

딸 바래다주시는 우리 아빠 뒷모습




저희 아버지도 은퇴하셨는데…
은퇴하시면 오늘 같은 하루 어떻게 보내세요?
하루가… 점점 짧죠?

맞는 말 같아요. 나이는 차 속도대로.
60대는 60km/h로. 할 일은 없는데...
그렇게 하루가 빨리 지나가요.



나이는 차 속도대로 간다는 말. 너무 유명해서 식상해진 말은 쓰고 싶지 않은 고집이 생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한 표현이 없는 것 같다.

밤에 자려다가 짧은 영상을 봤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전래동화 좁쌀 한 톨의 주인공이 되어 물물교환을 펼치는 이야기였는데 주변에서 구경 중이던 은퇴한 어른을 모시고 대화를 나눈 장면에 가슴이 뭉클했다. 불을 끄고 누워서도 '나이는 차 속도대로'라는 말이 떠올라서 울적했다.


오늘 하루는 진짜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고 느끼던 차에 그 영상까지 보고 나니 기분이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자려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졸려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는 잠이 들 동안 달려드는 생각을 마주하는 게 정말 괴로운데 그날 밤은 허무하고 공허하기까지 했다. 곧 내일이겠네. 그러다 곧 6월이 올 거고. 한참 지나야 올 시간도 눈을 뜨면 어제처럼 지나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엄마, 아빠 시간의 속도를 생각하니 가슴이 지끈거려 두통이 오는 듯했고 시간 나는 대로 자주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하루는 다시 오지 않고, 당연하지도 않으며, 알다시피 하루는 너무도 짧다.

눈을 뜨면 곧 내일이겠네 하며 잠을 청하면서도 그래도 아직은 내일이 아니니까 하며 질척이다 잠이 들고. 그렇게 아침이 오고 눈을 뜨고. 어제와 비슷한 하루이거나 예상치 못한 이벤트 하나둘 만나거나 하면서 하루가 가고. 내 마음이 이런들 시간은 상관없이 자기의 역할을 다할 테고 그러니 나도 내 역할을 다해야겠고. 밤에 눈을 감고 내일을 기다릴 때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많지 않도록,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면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달래지려나.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연결된 생각이 머리, 가슴 어딘가쯤 돌아다니고 골똘히 빠져들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그 생각에 묶여있는 것 같았다. 비가 오고 지하철은 연착되어 평소보다 더 납작한 가오리가 되어 출근했지만 얼굴 근육을 느슨하게 풀었다.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도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마음일수록 하루가 위험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업무 시작 전 아침마다 드리는 경건회 시간.(내가 다니는 회사는 기독교 회사라 전 직원이 크리스천이다. 아침마다 부서마다 경건회 시간을 가진다. 우리 부서는 1장부터 순서대로 찬송가를 부르고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순서대로 성경을 읽는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성경을 읽고 주기도문까지 끝나면 "좋은 하루 되세요." 다 같이 인사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가끔 사장님께서 업무에 관련된 일이나 회사 직원들과 나누고 싶은 감사한 일들을 얘기해 주실 때가 있는데 그날 우연히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주어진 하루가 우리 각자마다 모두 다를 테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시다."


평소 경건회 시간이 지루하기도 하고 얼른 자리로 돌아가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내리고 빵도 한 입 먹고 싶은데. 그렇게 귓등으로 듣고 있다가 눈물이 날 뻔했다. 주어진 하루가 각자 다를 테지만. 오늘 하루 소중히 여기며. 종종 이런 얘기 많이 하셨는데 그날따라 묵직하게 다가왔다. 익숙하고 흔해서 식상해진 말이 어느 날 갑자기 빛과 그림자를 드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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