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담 Mar 22. 2019

1 발리로 떠나기로 결심하다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려고 떠난 여행

대학 생활의 절반을 마쳤을 때, 나는 발리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 하나, ‘나만 생각하고 싶어서’였다.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수 년 동안 정해진 공부만 했었으니 이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또다시 “이때는 이걸 해야 해", “저 때는 저걸 해야 해" 하는 말들에 휘둘리면서 1년 반을 보냈다. 남들 다 한다는 학회, 동아리, 대외활동을 소화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2학년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문득 내가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고 싫어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어떨 때 행복하고 어떨 때 슬픈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속 이렇게 떠밀려가다가는 빈껍데기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 방학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해외여행을 가게 될 줄 몰랐다. 티켓을 끊고 나니 비행기가 머릿속에 자주 떠올랐다.


무엇을 하게 될지 몰랐던 터라 우선 다음 학기 내내 돈을 모았다. 전공 수업을 꽉 채워 들으면서도 아르바이트를 두 개나 했다. 몸은 굉장히 바빴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나만을 위한 겨울방학을 상상하느라 처음으로 마냥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마침내 2학년 마지막 종강총회 날, 그 해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인지 따뜻한 나라의 휴양지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번에 발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반짝거리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경쾌한 새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2월 5일에 떠나서 3월 2일에 돌아오는 티켓이었다.


나중에는 여한 없이 실컷 본 발리의 바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많이 부러워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같이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같은 숙소에 묵되 스케줄은 각자 짜는 조건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덕분에 숙소 비용을 서로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숙소는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구했다. 우붓, 꾸따, 세미냑 총 세 지역에서 약 열흘씩 지내기로 했다. 발리 관광 지도를 펼치고 마음에 드는 지역을 즉석에서 고른 결과였다. 적절한 숙소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출발 2주 전쯤에야 숙소 예약을 끝낼 수 있었다.


나는 여행 계획을 아예 짜지 않았다.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면 또 남들 따라 흘러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 날 그 날 눈을 떴을 때 떠오르는 것을 하거나 현지인들에게 물어가며 다녀보고 싶었다. 무엇을 하든 처음이 될 한 달이었다. 모든 게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값진 기회이기도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