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
-빛나는 사람이 되렴.
케이가 언제나 듣던 말이다. 케이에게 제일 처음으로 부모님께 들었던 말을 생각해 보라, 고 물어본다면 케이는 분명 일말의 갈등도 없이 '빛나는 사람이 되거라'라고 외칠 것이다. 케이의 집에 놀러 가면 티브이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커다란 가훈이 놓여있다. '불꽃같은 인생을 살자.'
내가 보던 케이는 언제나 빛나는 사람이었다. 케이의 별명이 반짝이일정도로. 케이는 교복을 입을 나이 내내 반장을 도맡았고,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이었으며 친구들에게 매번 둘러싸여있었다. 가끔 나는 케이와 나의 친구라는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다. 케이는 빛나는 사람이었고 나는 나무 그늘 같은 사람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도 케이와 내가 친구라는 사실을 되물었고, 선생님들도 매번 의아해했으며, ('너랑 케이가 친구라고?'라고 제일 많이 묻던 국사선생님의 목소리는 아직까지도 귀에 맴돈다. 가끔 침대에 누우면 그 음성을 심심찮게 따라 해 보기도 한다.) 심지어 부모님조차 나에게 케이가 왜 너랑 친구를 하니? 하고 물었으니 내가 케이와 친구라는 관계가 맞을까 하고 스스로 되묻는 것도 과언이 아니었을 거다.
케이는 때때로 한숨을 내쉬며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케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어깨너머로 케이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수능이 딱 100일 남던 날, 케이와 나는 여름방학인데도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을 했다. 교실에는 나와 케이밖에 없었다. 케이가 학교를 나온 걸 보고 자습담당 선생님께서는 잘하고 있다며 케이의 어깨를 토닥여주었고, 같이 남아있는 나에게 케이에게 장난을 걸지 말라는 엄포를 놓으셨다. 담당 선생님께서 교실을 나가자, 케이는 가방에서 유리병을 하나 꺼냈다. 아버지가 드시던 양주라고 말하던 케이는 내 놀란 표정에 백일주, 하며 웃었다.
-빛이 난다는 것은 탄다는 것과 같은 것 같아.
사람 한 명 없는 새까만 운동장에서 우리는 스파 클라 폭죽을 조명삼아 앉아 있었다. 파스스 하며 타 버리는 폭죽을 바라보며 케이는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케이에게서는 미약한 폭죽냄새와 알코올 냄새가 났다. 폭죽의 빛 때문에 케이의 얼굴에 빛이 일렁였다.
-내가 빛이 나려고 나에게서 무언가를 태우는 거야.
나는 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걸 어른들이 성장통이라 하는 걸까? 케이는 내 물음에 푸스스 웃었다. 케이의 웃음소리는 타 버리는 스파 클라 폭죽 같았다. 그때 왜 나는 케이에게 물어보지 못했을까? 너는 지금 무엇을 태워서 빛이 나고 있는 거냐, 고 말이다. 그때 내가 케이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케이는 다 타 버린 재처럼 흔적만 남지 않았을 텐데. 자신을 태우는 걸 멈췄을 텐데 말이다.
오늘은 케이가 스스로를 버린 지 꼬박 1년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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