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4일 차

이별의 기록

by 고양이과인간

처음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교육을 듣고 돌아오는데, 하필이면 집으로 오는 최단거리 코스가 그 사람의 집 앞을 바로 지나는 길이다. 수없이 많이 지나다니며, 혹시나 당신이 있을까 이곳저곳을 바라보곤 하던 그 길. 굳이 그 앞을 지나오며 그 사람을 떠올리는 청승을 떨지 않기 위해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다른 길을 골라서 집으로 왔다. 일부러 택한 다른 길을 걸으며, 가까이 사는 사람과 헤어지는 거 참 힘든 일이구나, 하고 한숨 쉬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만날 동안은 참 좋았었다. 그렇지, 좋은 것만 가질 수는 없다. 그때 좋았던 것만큼 지금 불편하고 힘들어졌을 뿐이다.


조용한 집은 여전히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도 오늘은 들어올 만했다. 그동안 미뤄놓은 집안일을 했다. 시간이 늦어 빨래는 하지 못했지만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창고 문 길이를 재서 매트리스를 주문했다. 큰 매트리스를 놓으면 바로 옆에 있는 창고 문을 열기가 어려워져 매트리스 구입을 망설였었다. 조금만 작은 것을 사면 되는 문제였지만, 그 사람과 함께 누워 있고 싶어 조금이라도 큰 매트리스를 사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민했었다.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나 혼자 누울 수 있는 작은 사이즈로 사버렸다. 그 사람이 없는 나의 삶은, 이토록 건조하고 명료하며, 효율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이별 - 1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