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1일 차

이별의 기록

by 고양이과인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 사람 생각이 났다. 출근까지 여유가 있어 다시 잠들자 그 사람 꿈을 꾸었다. 자기 돈으로는 절대 안 사던 수건을 내게 사주는 꿈이었다. 수건이 뭐라고, 감동적이었다. 눈을 뜨고 나서 생각했다. 만약 이 사람이 내게 수건 한 장만 사주었더라도,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이별과 출근은 별개다. 회사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 평소처럼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리고 출근 전 방을 정돈하고 환기를 시킨다. 오늘 저녁엔 뭘 하지, 하고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그리고 회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식을 반갑다고 생각해본 건 처음이었다.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은 평소처럼 바삐 흘러갔다. 사람들이 해달라는 일들을 하고, 나도 사람들에게 일을 해달라고 하고. 점심을 먹으며 친한 동료에게 헤어짐을 알렸다. 이상하게도 점심 식사는 너무 맛이 있었다. 왜 헤어졌는지, 같은 이야기는 그저 한 마디로 압축했다. "안 맞아서."


사실은, "안 맞음을 극복할 만큼 사랑하지 않아서"이다.


그 사람은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워낙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니 벌써 나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미움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 사람이 불행하길 바라지도, 행복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나를 그리워해 줬으면 좋겠다.


회식자리에서는 내가 막내였다. 실장님, 부장님, 과장님, 나. 축하합니다, 기쁨조에 당첨되셨습니다. 나의 헤어짐은 안주거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그 사람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그는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그저 얼마 못 사귀고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되었다. 사실은 일 년을 만났어요.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런 말은 마음속으로 삼켰다. 이별 후 음주는 괜찮지만 주정은 안 되니 술은 적당히만 마셨다.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월세를 내고, 오묘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 월세와 관리비, 총 해서 35만 원. 나는 35만 원만큼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걸까.


혼자 있는 고요함이 싫어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 하지만 통화를 하다 보니 또다시 겉도는 이야기가 싫어져서 금방 끊었다. 맥주를 한 캔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오늘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렇게 건조한 이별이라니. 그 사람과 하고 싶었던 건 모두 해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기 때문일까. 눈물이 나지 않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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