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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May 24. 2024

자료원 시네필 대담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다녀왔다. 예전에 3박 4일 정도 가면 책 다섯 권 들고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한 권만 들고갔다. 아직 발목도 덜 낫기도 했고 어차피 다섯 권 들고가도 다 읽는 건 한 권 + 조금이니까... 몸이 고생해서 짱구를 굴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우리를 바꾸는 우리』 들고 갔는데 반도 안 읽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발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15일에는 영상자료원에서 대담했다. 이제 영화도둑일기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민수 씨를 간만에 봤다. 반가웠고 의지가 되었다. 너무 반가워서 좀 치댄 듯... 이용철 평론가님도 뵀다. 연단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시는 행사에 종종 참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말을 나눈 건 처음이었다. 영화를 요리조리 인용하는 평론을 자주 읽었던터라 사석에서도 영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으셨다. 행사 전에 한 시간 남짓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정작 대담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써서 가져간 스크립트의 일부를 일단 옮겨는 둔다.




안녕하세요. 1990년대 시네마테크의 필름들의 첫 번째 대담에 참석한 금동현입니다. 제가 마이크를 처음 잡았는데요. 저는 대담자라기보다는, 이 대담의 사회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용철 평론가님과 한민수 작가님 , 관객 분들에게 인사 부탁 드립니다.


이용철 인사

한민수 인사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서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1990년대 시네마테크의 필름들의 기획에 대해 제가 전달하고, 제가 사회자로 참여하게 된 배경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늘 대담에서 나눌 이야기를 조금 좁힐 수 있을 것 같아요. 1990년대 시네마테크의 필름들의 자세한 기획 내용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웹진 ‘아카이뷰’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신 황민진 프로그래머님과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님의 대담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18일에 있을 이선주 선생님 강연을 통해서 보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네마테크 운동’의 시기에 VHS 등을 통해서 많이 봤다고 알려진 상영작을 90년대에 실제로 상영한 필름으로 다시 한 번 상영하고, 그 상영을 통해서 90년대 영화 팬과 오늘날의 영화 팬을 만나게 하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있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노스탤지아, 이레이저 헤드 등의 작품은 당시에 시네마테크 운동에 주요한 동력을 제공한 이광모 감독님이 만든 영화사 백두대간을 통해 국내에 개봉도 된 작품이었으니, 아마 그 시기에도 이 영화들을 필름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개봉 연도보다 한국에 이 영화들이 늦게 도착했다는 데서 추론할 수 있듯, 이 영화들의 공식적인-필름-상영은 은밀한 곳에서의-비디오-상영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법에는, 그냥 한 편 한 편의 영화를 즐기는 방법도 물론 있을 터이지만... 영화를 몰아봄으로써는 그 시기를 살아본 분들에게는 일종의 향수 혹은 반추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그 제대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극장에서 드디어 보다니! 하는 경험을 좀 추체험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전부터 알고 있던 황민진 프로그래머님의 기획을 어쩌다 조금 전해 들으면서, 한민수 작가님과 이용철 평론가님을 묶어서 대담을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씀드렸어요. 그게 성사가 돼서 아마 제가 사회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말이 좀 많은데, 저도 사회자가 말 많은 걸 싫어하고, 곧 관객 질문 중심으로 진행할 테니 잠깐만 참아주세요)


그렇다면 제가 한민수 작가님과 이용철 평론가님을 묶어서 대담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이유를 기조로, 아마 오늘 대담을 진행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민수 작가님은 제가 무빙이미지 비평지인 마테리알 편집동인이었던 시절에 발표를 제안 드렸던 해적질의 옹호와 현양이 영화도둑일기라는 책으로 나온 유명(?)한 해적입니다. 저는 책이 나오기 전부터 민수 님이 파일을 많이 주신 덕분에 영화의 취향을 넓힐 수 있었어요. 아마 스스로 의식하고 있건 아니건 민수 님의 영화 공급의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오늘 날 많은 영화 팬들이 누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용철 평론가님은 사실 제가 이전에 알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평론가/올드 영화광들로부터 평론가 님이 90년대-00년대 초반에 VHS와 DVD를 엄청 많이 갖고 있었고 그걸로 영화를 많이 봤다고 들었어요. 씨네 21에 DVD 수집가 이용철(2006.04.11.)이라는 글[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7723]에 정한석 기자가 이렇게 언급하기도 하죠 .  잠깐 읽어보겠습니다. 


 수집가란 소장 목록을 자랑스러워할 때는 있어도 누군가의 손에 선뜻 넘기지는 않는다. (...)  그런데 이 사람은 암암리에 수집가의 그 지독한 명예율을 저버린다. 덕분에 한국의 영화 시청각 문화는 숨은 지원자 하나를 얻은 셈이다. 물론 “잘 알고 지내는 공적인 집단”에만 한해서지만, EBS나 시네마테크 등에서 참고 자료가 필요하거나, 프린트 지연으로 자막 작업을 손대지 못할 때 급하게 구조신호를 보내는 게 바로 이 사람이다. 90년대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시절 종종 열악한 화질로 영화상영을 하던 그때에 직접 자신의 DVD를 틀지 않겠냐고 제안한 이후, 인연은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러니까 저한테는 이용철 평론가님과 한민수 작가님이 모두 영화가 공식적인 경로--극장에 상영되는 것--로 상영되기 이전에, 비공식적인 경로에서 영화를 유통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어요. 아까 잠깐 말씀드렸던 이 프로그램의 영화들이 은밀한 곳에서의 비디오 상영이 추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뒤늦게 소개되었다는 말을 반복하자면, 이용철 평론가 님과 한민수 작가님은 그런 욕망을 때로는 형성 시키고 때로는 열화된 경험으로 미봉하고, 미봉함으로써 촉진하고 대안적[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봐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이거나 드물게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완수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두 분에게는 활자화 된 것이 주요한 자료이자 증거로 발견되는 패러다임-틀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중요성이 다대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간단하게 줄이자면 90년대생 영화 공급자와 90년대의 영화 공급자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의미에서는 시네마테크 이전의 시네마테크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당연하지만 두 분이 각 시대의 영화 공급자를 완전히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부분적으로는 대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좀 길게 말했지만 대담이니까 자유롭게 서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화기애애하게요. 이 극장에 모이신 분들의 신상을 알 수는 없겠지만 당연히 다양할 터이고, 한 사람에게는 익숙한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완전히 새로울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물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단 민수 작가님과 이용철 평론가님도 서로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음 좋겠어요.




그리고 여러 질문을 하고, 여러 질문을 받았다. 관객들의 질문을 최대한 많이 받고 좀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오오극장은 게스트와 관객의 거리가 1m도 안 돼서 그게 쉬운데, 연단과 관객 사이의 거리가 꽤 되는 영상자료원에서는 쉽지 않았다. 내가 더 잘했으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튼 민수 씨와 이용철 평론가님 덕분에 대담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이용철 평론가님의 말들 중에 가슴에 새길 게 많았던 것 같다. 좀 감동적이라고 해야하나? 그의 어조나 태도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다. 객석 맨 앞에 앉은 아랑 씨가 먼저 박수 쳤고 나도 박수 쳤고 모두가 박수 쳤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어떤 말을 했고 모두가 박수쳤다는 사실 하나만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이용철 평론가가 카르트블랑슈를 받으면 상영하고 싶은 영화의 리스트

: 업 시리즈, 아키츠 온천, 러스티 맨, 판타스틱한 밤 행복, 그리스도는 에볼리에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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