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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서 좋다, 나여도 좋다.

미야의 브런치 글빵연구소 숙제

by 지온

작은방 침대에 엎드려 동이 트기만을 기다린다.

"달그락달그락"

'앗! 그녀다.'

나는 조르륵 조르륵 싱크볼에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주방으로 달려간다.

깨끗이 씻은 그릇에 시원한 물을 가득 부어 주는 그녀.

반짝반짝 햇빛에 반사된 그녀의 머리카락이 윤슬처럼 빛난다.

적막했던 밤공기는 물러가고 집안에 생기가 도는 이 시간이, 나는 좋다.


며칠 전 나는 그녀와 함께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였다.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파티를 하진 않는다.

그저 그녀와 보내는 아주 보통의 하루가, 나에게는 소중한 선물이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못 하고 사람들 만나기도 힘들었을 때 호빵이가 왔어.

조그만 게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몰라.

호빵이 덕분에 집안에 활기가 생겼어."

그녀가 행복하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그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수술 후엔 늘 걱정에 파묻혀 있었는데 이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아프다는 것도 잊게 돼요."

나라는 존재가 그녀의 아픔도 잊게 한다니 황홀 그 자체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가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나의 발톱을 억지로 깎으려고 할 때,

좁고 긴 통에 나를 억지로 넣으려고 할 때,

쓰고 맛없는 몰캉몰캉한 것을 내 입에 쑤셔 넣을 때.

그럴 때면 악마가 나를 질투해 그녀에게 빙의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천사 같은 그녀가 나 때문에 악마로 변할까 두렵다.


어느 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왕복 8차로 도로를 달려가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와서 달리던 자동차와 부딪혔어.

고양이가 한참을 고통에 몸부림치다 다행히 도로 밖으로 나갔는데...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 고양이... 괜찮을까? 살 수 있을까?"

어느새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물든다.

나는 솔직히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자동차가 뭐지? 고양이가 왜 자동차라는 것과 부딪힌다는 거지?')

나는 그저 슬픔에 잠긴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나에게 우주와 다름없는 그녀가 자꾸만 가라앉는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내 머리를 비빈다.

"야~옹~, 야~옹~(나를 봐요. 내가 여기 있어요.)"

그녀가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댄다.

솔직히 그녀의 스킨십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오늘만은 그냥 참아준다.

내일 아침 '달그락달그락' 그 경쾌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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