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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모리 Oct 14. 2022

ENTP가 ISFP와 연애하기(2)

P는 회피의 P인가, 회피형X회피형 연애

ENTP X ISFP


우리는 무려 3가지의 성향이 맞지 않고 인식헝(P)만 같은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서로가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도, 성격이 같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에서는 모든 게 다르고 둘 다 인식형이라는 데에서 관계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인식형(perceiving)은 판단형(judging) 과는 달리 결정한다는 것 자체에 압박감과 불안을 느끼고 결정을 미룸으로써 긴장감을 해소한다. 앞의 세 가지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결론적으로 나와 내 짝꿍은 둘 다 회피 유형의 연애스타일이다.


나는 그동안의 연애를 통해 내가 회피형과 애착형의 혼종이라는 사실에서 회피형 성향이 조금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자친구를 만날 때 관계를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문제를 끌어올려 일부러 대화를 더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짝꿍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나 따위 회피형 축에 끼지도 못하는구나.


ISFP인 남자친구는 갈등을 극도로 싫어한다. 조금이라도 의견이 부딪힐 일이 있으면 입을 다물거나 그냥 영혼 없이 동조하는 편이다. 내가 여러 번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를 이끌어보려고 했으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게 싫어. 굳이 해야 할까?’

홀리…

연애라는 건 결국 갈등을 얼마만큼 원만히 해결하고 해소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농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갈등을 해소할 마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말로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그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대충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갈등 회피를 위해 그냥 입을 다물고 마니 어느 순간 내가 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를 배려한다면 그가 고마워하는가? 감정표현이 극히 적은 ISFP는 고맙다 미안하는 말도 정말 듣기 어렵다. 물론 섣부른 일반화는 하면 안 되겠지만, 그의 경우 정말 여러 차례 눈치를 줘야 겨우 한번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의 성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내 마음 가는 대로 한다. 정말 진정 싫으면 그도 말을 꺼내기 때문이다. 굳이 그가 이야기하지 않은 본심까지 어림짐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겉으로 보이는 정보에 충실하려고 한다. 이것은 나의 직관형(N) 성향과 상충하게 되는데, 원만한 관계를 위해 예민한 눈치 따위 묻어두려고 하는 편이다.

뜨거운 논쟁을 좋아하는 ENTP가 말이 없지만 예민한 ISFP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에는 조금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도 지금은 그의 성격 자체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가 보이는 회피 성향들이 단순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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