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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보름살기 2

부산수산자원연구소와 낙조정, 어도관람실을 다녀오다

by 송혜영


부산을 떠나고 나서야 이 곳이 얼마나 자연의 풍요를 누리는 곳인지, 그 가치를 더 알게 된다. 특히 이 곳 강서구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마음을 어찌 먹느냐에 따라 강뷰, 바다뷰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지인의 소개로 들른 가덕도의 풍광 좋은 G까페와 신호동의 T까페는 주말마다 오고 싶구만.


동생이 사는 오션시티는 바로 앞이 바다를 따라 걷는 갈맷길이다. 아이들도 이 길 걷기를 좋아하는데 길을 시작하여 왼편으로 가면 철새가 꽤 모여있기 때문이다. 주로 고니와 청둥오리 떼인데 테트라포트와 분리벽인 시멘트 담에 걸터앉아 있으면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둥이로 날개와 몸을 청소하는 모습, 머리를 쳐박고 무언가를 잡는 모습, 가끔 기러기 같이 보이는 새들이 V자로 나타나 저쪽 하늘로 사라지던지 아니면 고니들이 짧은 비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한 번은 짝으로 보이는 고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꽉 꽈악' 소리를 크게 내며 수면으로 내려오는 거다. 아주 부드럽고 길게 슬라이딩을 하는데 수면에 물결이 주욱 그어졌다. 우아한 착지에 비해 소리는 꽤 걸걸했어서 짝에게 무어라 말한 것일까 지금도 궁금하다.


강과 바다. 물이 넘치는 곳. 그리고 따뜻해서 추위를 피해 날아드는 새들로 겨울도 붐비는 이 곳 낙동강 하구는 풍요롭다. 낙동강 하구의 생태를 알 수 있는 몇 군데가 있어서 그 중 갈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다.


#1. 부산수산자원연구소

어린물고기 먹이주기 체험하는 곳이 마침 근처에 있다 해서 연구소에 들렀다. 종이컵에 1cm 정도 올라오는 양의 환 같은 고기밥을 성격대로 준다. 서은이는 고기들에게 인심쓰듯 팍팍 뿌려 금방 동이 나 내 것을 더 가져갔다. 가은이와 조카는 한두알씩, 몰려드는 고기들 살펴보며 나눠준다.

5cm가 조금 넘은 감성돔이 먹이를 먹겠다고 세 아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요즘은 감성돔이지만 은어, 넙치, 대구 등도 키워서 일정크기가 되면 바다로 방류한다고 한다. 한 예로 대구는 12,1월이 산란기인데 아무래도 자연에서는 알이 부화할 확률이 너무나도 적다보니 어느 정도 키워 먹이를 구하기 좋을 때에 내보내는 것이다.


여름에는 강물이 바다로 더 유입되어 농도가 낮아지다보니 잠시 쉬지만 7월 이후에는 보리새우도 방류를 한다고 한다. 보리새우는 가덕도 등 주변 섬에서 많이 잡히는 종류이다. 이들이 바다에서 잘 자라 또 어부가 잡으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방류하면 생태계에 교란이 될 수 있으므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였다.


갈미조개도 현재 쌀알크기-5mm 정도까지 키워 내보내려 연구 중인데 조개류는 환경에 좀 더 민감하여 쉽지 않은 작업이라 한다. 수산자원연구소가 하는 주요한 일이 이렇게 어종을 연구하고 키워 방류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먹이주기로 시민들에게 하는 일을 알리다니 좋은 아이템이다.

아이들은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수족관 안에 가자미가 모래 속에 섞여 잘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는 것, 드레스자락이 걸을 때마다 우아하게 들렸다 내려오듯 여유롭게 하늘거리는 헤엄솜씨. 눈이 약간 한쪽으로 몰려 360도를 돈다는 것도 보았다. 부산에서만 나는 종인 청게를 지역특산물로 개발하려 한다는 전시도 있었는데 이게 적어도 십년은 전에 설치된 것 같으니 청게개발에는 난관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긴 하다.


아이들은 단순한 면이 있다. 물고기 모이 주고, 안내지에 도장 몇 개 찍은 것만으로도 재미 게이지는 가득 찬다. 한 껏 즐긴 뒤에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뭔가 뿌듯함으로 발걸음이 더 가볍다. 청게 동상 앞에 포즈를 취하고 달려가다 나무 아래에 서서 사진 찍어달라 하는 아이들의 에너지는 간만에 겨울다운 부산의 추위도 저리가라 할 만하다. 쾌청한 하늘 아래 아이들의 흥이 전해져 행복한 시간이다.


#2. 낙조정, 어도관람실

지인을 만나러 동래에 가는 길에 잠시 낙동가람끝공원에 있는 낙조정과 어도관람실에 들렀다.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 오를 때 타는 경사진 엘리베이터를 낙조정에서도 탈 수 있기에 아이들이 잔뜩 기대했는데 마침 고장이라 이용을 못 했다. 그 대신 계단을 오르며 좀 더 건강해지긴 했다. 3층 정도 높이에 낙동강 하구둑 양편을 조망할 수 있는 망원경이 놓여있어 번갈아가며 뚫어지게 보았다. 여긴 사람이 많이 안 오나 보다. 조금 춥고 망원경 발 받침대도 아이가 보기엔 조금 낮아 불편했다. 그래도 철새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낙동강 풍경을 볼 수 있어 좋다.

바로 옆 건물에 어도관람실은 낙동강 수심 45m에서 직접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을 관찰하게끔 해둔 공간이다. 강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강으로 산란이나 먹이를 위해 오가는 물고기들을 실제 겨울에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보이는 아이들만 있네. 반대편 영상에는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어종과 이동을 쉽게 해 주는 구조물에 대한 설명, 무엇보다 물고기 이동이 많을 때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걸 진짜 볼 수 있단 말이야? 아쉬움에 이 쪽 저 쪽 왔다갔다 하며 기다리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자리를 떴다. 어쩌랴, 우리 왔다고 물고기더러 시간 맞춰 다녀라 할 수도 없는 일. 바로 옆에 현대미술관이 있으니 다음 방학 때 겸사겸사 또 오면 될 일이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가지 못했다. 1년 전 겨울에 처음 갔을 때, 바깥 생태탐방로는 오래 걸을 엄두를 못 내고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갔었다. 전시도 좋았지만 그보다 한 쪽 벽면 전체를 창으로 만든 철새 관찰 공간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은 여러 대 설치된 망원경을 여기 것 봤다가 저기 것 봤다, 체험지를 받아들고 색칠하다 또 망원경에 눈을 갖다대고 새를 보았다. 실시간 CCTV로 송출되는 그 새는 흰뺨검둥오리랬나, 긴 겨울 추위를 피해 온 고니도 종류가 다양한 것을 알았다. 그냥 바닥에 퍼질러 앉아 볕을 쬐어도 좋고 오른편에 마련해 둔 작은 도서관에서 책 읽는다고 머무는 것도 좋았다. 새들과 나 사이 커다란 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꽤나 자연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었다.


과학관이며 박물관이며, 아이들 놀 곳 찾아다니는 것도 참 좋지만, 만약 내가 다시 부산에서 학교 선생님을 한다면 그 때는 부산의 아름다움을 많이 이야기해 줄 것이다. 부산에 사는 물고기와 새들,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자연산 회는 이름이 뭐고 어떻게 키워지며 밥상에 오르기까지 누가 수고하셨는지, 강 하구의 습지들을 거닐어보고 해설사와 함께 하는 생태탐방 신청도 할 거다. 수영은 기본이고 카누나 윈드서핑 같은 여름 스포츠도 여건이 되는 한 접해보라 권하고 싶다.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곳 부산의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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