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의 길만을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미국인 선교사로부터 처음으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었고, 이후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해 황주에서 병원을 개업한 의사였습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죠. 그래서 결국1934년에 밀라노 유학에 도전합니다.
당시로서 아주 파격적인 행보기는 했지만 무모하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이인선은 이전까지 다수의 음악회에 출연해온 유망한 성악가였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레코드사 사장이 유학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해요.
당시 동양인으로서 유럽에서 생활하는 것부터, 경제적인 상황 등 유학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배우는 기쁨으로 고달픔을 이겨낸 이인선은 1937년 4월 경성으로 돌아옵니다.
그해 오늘자 신문에 소개된 귀국독창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본, 중국에서도 독창회를 열게 되었죠.
그리고 광복 이후, 본격적으로 오페라 개척에 힘썼습니다.
테너인 동생, 제자들과 함께 조선오페라협회 등의 단체를 설립했고,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등의 작품들을 직접 만들어 올리면서 국내에 오페라 바람을 일으켰어요.
이후 1950년 연구차 미국으로 떠난 그는 1951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오디션에 첫 동양인 합격자가 되기도 했지만 입회비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해 출연을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성악을 놓지 않으며 의사로서의 활동을 이어갔어요. 병원을 열어 자금을 모아 다시 오페라를 일으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과로와 이로 인한 지병으로 인해, 1960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런 그의 삶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어진 뮤지컬이 있습니다.
바로 작년 12월 초연 개막 후
이번 주말에 앵콜 공연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일 테노레>입니다.
'일 테노레(il Tenore)'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하는 말인데요.
앞서 살펴본 테너 이인선의 삶과 꿈, 즉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에서 의대생으로 살다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오페라를 배우며 꿈에 도전했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작품의 등장인물과 서사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테너는 주인공 윤이선입니다.
사실 이선은 테너가 무엇인지 오페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의대생이었습니다.
한편, 문학과 예술을 통해 항일운동을 펼치는 대학생들의 모임인 문학회에서는 총독부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죠. 이 단체에는 영민하고 대담한 리더 서진연과, 열정적인 단원 이수한이 있었습니다.
윤이선은 이 모임에 동참하기 위해 서진연을 만나러 이화여전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듣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오페라에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그 다음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시겠죠?
그렇습니다. 윤이선과 문학회 멤버들은 한 팀이 되었고, 그들은 오페라를 올리기로 합니다. 당시 일제강점기의 현실과 닮아 있는 내용의 외국 작품을 번역해 올려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기로 한 것이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의 성장,
인물들의 갈등, 그리고 시대적 현실에서 감당해야할 수 밖에 없는 고뇌 등을 다루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공연이 오르기 전부터,
한국 창작 뮤지컬 중 호불호없이 사랑받으며 서사나 음악 모두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창작진인 윌 애런슨과 박천휴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모았었는데요.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 등의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그 기대감은 이 작품을 봐야만 한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었죠.
작품에서 남자주인공은 자기도 모르는 오페라 재능을 발견한 역할인 만큼
무대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소화할 수 있어야 했는데요.
앞서 말한 배우들은 그런 넘버를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는 배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