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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준희 Apr 09. 2024

음악은 나의 삶을 빛나게 한다/열세 번째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마태 수난곡'

 2024년 4월 7일 LG아트센터에서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세 번째 마태 수난곡 공연을 보았다. 4월 3일에 롯데콘서트홀,  5일에 통영음악당 공연에 이은 것이었다. 난 지난 3월의 마지막 목, 금, 토요일에 성삼일을 보냈고 30일 부활 성야 미사와 31일 부활절 낮미사까지 다녀왔다. 이 모든 날이 지난 후에 듣는 수난곡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지휘를 맡은 프란체스코 코르티는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며 지휘를 했다. 두 대의 오르간이 무대 양 옆 뒤쪽에 있었고 비올라 다 감바는 하프시코드 옆에서 연주했다. 관악기도 바로크 시대악기여서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크지 않고 맑았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시대연주(작곡된 당시에 쓰였던 악기, 조율법, 편성 등을 충실히 반영한 연주방식)로 알려진 앙상블이다.


 1727년 성금요일에 성 토마스 교회에서 마태 수난곡은 초연되었다. 교회에서 그 시대의 악기로 연주되었다면 이런 소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전에 보았던 공연들과는 확연히 달랐는데 난 완전히 빠져들어서 세 시간의 공연시간이 물처럼 흘러갔다. 세 시에 시작해서 중간 휴식이 이 십분 있었고 여섯 시 이십 분에 공연이 끝났다. 오디오 기기를 이용해서 듣는다면 절대로 전곡감상을 하지 못했을 테지만 공연장에서는 가능하다. 


 연이은 공연으로 복음사가(에반젤리스트)를 맡은 테너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복음사가 파트를 테너 솔리스트가 모두 불렀다. 복음사가 부분이 양이 많은데 테너가 멋지게 해내서 박수를 크게 받았다. 거의 세 시간 내내 부르는 것 같았다. 힘들어 보였지만 그는 잘 해냈다. 특별히 기교적으로 어려운 복음사가 부분에서 동료들이 숨죽이며 듣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긴장해서인지 약간 샵이 되었지만 멋지게 넘어갔다. 테너 재커리 와일더는 아주 특별한 일을 해냈다. 


 알토 파트는 카운터 테너인 필립 자루스키였는데 그의 공연을 이제야 보았다. 악장이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듀엣으로 부른 서른아홉 번째 곡인 ‘불쌍히 여기소서’는 들을 때마다 깊은 감동을 주는 곡이다. 자루스키는 깊은 표현력을 가졌다. 


 소프라노 아리아와 함께 연주한 바로크 플루티스트도 인상적이었다. 놀랍도록 여유 있고 아름다운 연주였다. 


 고뇌하는 예수 역할인 바리톤과 풍부한 성량의 베이스, 그리고 합창은 보석처럼 빛났다. 취리히 징아카데미와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합창 사운드는 가장 적절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연주자들이 합창단 뒤로 천천히 걸으며 자리를 옮기는 모습은 무슨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았다. 오른편의 바순주자가 천천히 무대뒤로 걸으며 왼편으로 옮겨와서 플루트를 연주했을 때 재밌어서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엔 알토와 소프라노 독창자가 자리를 옮겨서 합창단 자리로 가서 합창 부분을 불렀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몰라도 성공적이었다. 공연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주었으니까.


 그동안 보았던 시대악기 연주 중에 특별한 공연으로 꼽을 수 있는 감동의 연주였다. 예순여덟 곡으로 이루어진 ‘마태 수난곡’은 듣는 이를 정화시키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연주자들은 진지하게 정성을 다해서 음 하나하나를 완성해 갔다. 종교를 떠나서 한 번쯤 푹 빠져보기를 권하고 싶은 바흐의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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