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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성 Feb 13. 2021

29CM 브랜드북을 만든 이유

29CM에서 만든 브랜드북 (정식 명칭 : Guide to better 29CM, 더 나은 29CM를 위한 가이드북)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4년이 되었다. 2017년 설 전에 직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기억하니 정말 딱 4년 정도 된 듯하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에 처음 이것을 만들고자 했을 때 조금 망설였던 부분도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 만들길 참 잘한 것 같다. 판매나 출판의 목적이 아닌 직원 배포의 목적으로 만든 이 책을 4년이 지난 지금도 외부에서 아름아름 찾는 분들이 있으니 말이다. 내부 공유의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이보단 오히려 외부에 29CM 다운 모습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브랜딩 매체로 잘 활용되고 있다.


책은 이렇게 생겼다.
약 180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글의 타이틀처럼 이 책은 왜 만들었을까?


1. 자기다움에 대한 조금 더 명확한 정의


브랜딩은 자기다움을 찾는데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듯이 29CM도 29CM다움이 무언지를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싶었다. 이는 초기에 비해 직원들의 수가 점점 늘면서 더더욱 필요했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29CM 다운 모습에 대한 서로 간의 생각이 같은 듯하면서도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단어와 문장, 혹은 방식으로 정의하건 간에 그것을 더 또렷이 해야 앞으로 무엇을 진행할 때 그것이 우리 다운 모습인지 아닌지를 판단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단 그것이 아주 작은 결정이라 하더라도.  


2. 문서화를 통한 생각의 갭 최소화  


자기다움이 어떤 식으로 완성(?)이 되던지 이것을 책으로 만들어 모든 직원들이 읽어야 하는 문서로 공식화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사람들의 생각에는 미세한 갭들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다움이 어떻게 정의되건 간에 그것을 반드시 책으로 만들고자 했다.


3. 브랜딩의 범위는 서비스 모든 영역임을 인지


이것은 브랜딩이 마케팅의 영역만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직원들에게 인지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직원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명확히 인지할 수만 있다면 그들이 만드는 서비스의 모습은 물론 앱 내 메뉴 버튼 하나와 고객센터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톤, 그리고 세부적인 인사정책에 까지도 그것들의 기준을 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인지시키고 싶었다. 각자 하는 역할은 모두 달라도 외부 고객이 보기에는 결국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서를 통해 자신이 하는 영역에서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개선할 때 혹은 그것에 대해 논의할 때도 그것이 29CM 다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도록 하고자 했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논의와 방향 설정, 자료수집, 세부 아이데이션을 통해 29CM 브랜드북의 내용들을 선별, 정리할 수 있었고 그것은 아래의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1. 우리다운 방식


29CM다움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29CM다움이 우리(브랜드)의 생각과 행동에 가이드라인이 되고 모든 결과물에 반영되기 위해선 '우리 다운 방식'으로 29CM다움을 정의하는 게 좋은 방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해왔던 다양한 의미 있는 활동들을 통해 29CM 다운 방식을 6가지로 정의하였고 그것을 통해 29CM가 결과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 즉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들을 명확히 뽑아낼 수 있었다.


2. 우리의 초상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마치 살아 있는 대상인 것처럼 인간적인 특성, 즉 성격을 부여한다.” (러셀 벨크 Russel Belk, 소비자 행동 연구가)


그렇다면 사람들은 29CM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29CM는 어떤 사람일까? 이 파트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조사를 통해 현재 29CM의 모습을 정의하고 있다. 29CM가 사람이라면 어떤 생김새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즐겨 입는 옷은 무엇이고 주말은 어떻게 보내는지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까지 디테일하게 정의한다. 이는 29CM다운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3. 우리만의 목소리(텔링 가이드)


29CM 다움이 더 명확해지기 위해선 텔링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 이유는 29CM가 다른 커머스와 비교해 가장 큰 차별점이 우리가 전달하는 카피와 글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의 전달 방식이나 톤 앤 매너가 일관돼야 소비자가 우리를 더욱 명확히, 특별히 기억해줄 수 있다.


이 파트에서는 29CM 다운 텔링은 무엇이고 상품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가 피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점검한다.


4. 그들의 취향


29CM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아마도 성별이나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아닌 취향이 비슷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취미생활을 하고 어떤 장소를 즐겨 찾을까? 이 파트에서는 소비자 조사와 SNS를 중심으로 29CM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 보고 그들만의 공통된 키워드를 도출하여 29CM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정리하였다.




이렇게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 브랜드북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조금 더 선명한 기준이 되고 29CM 다움을 더욱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되었다.


이 책은 외부에 공식적으로 배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지인에게만 야금야금 노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내부 직원들을 통해 이 책을 얻기 위한 수많은 문의를 받았다. (이 책을 얻으려면 최종적으로 내 수락을 받아야만 했다.) 한 외부 콘퍼런스에 가이드북이 좋은 브랜딩 사례로 나왔다는 제보를 받기도 했다.


작년에는 베스트셀러였던 이승희님(작가겸 마케터)의 ‘기록의 쓸모’(북스톤)에서도 '가장 진화한 기록물 세 가지'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내용 중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화자 될 책이라 생각한다."는 문구를 보았을 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기록의 쓸모(이승희 저, 북스톤) 내 브랜드북이 소개된 내용


왜 이렇게 의도치 않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 지인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나는 그것을 아래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브랜드의 모습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통 브랜드다움이나 차별점을 몇 마디 문장으로 정의하는 문서들은 간간히 접할 수 있어도 브랜드를 사람으로까지 묘사하여 외모부터 성별, 나이, 스타일, 좋아하는 브랜드, 성격까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브랜드의 정의는 아마도 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2. 브랜드가 그들만의 언어 가이드를 가지고 있다


제목 그대로 그들만의 글쓰기, 즉 고객과 대화하는 언어의 가이드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나는 본 적이 없다. 꼭 이것이 브랜딩을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마케터나 에디터분들에게 좋은 카피나 글쓰기의 하나의 표본이 될 수 있어 외부의 반응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3. 고객에 대한 정의가 새롭다


앞서 얘기한 대로 보통 우리는 고객을 인구통계학적(성별, 나이 등)으로만 정의하는데 이 책에서 정의하는 고객은 그것이 아닌 취향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접근이 꽤 신선할 수 있다. 이 접근 방식은 이후 고객 취향에 대한 9가지 페르소나로 발전하게 된다.


관련 글을 이전에 브런치에 기록한 적이 있어 이곳을 통해 다시 공유한다.




그렇다면 현재 이 브랜드북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실 없다. 29CM 직원분들 중 지인이 있다면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마저도 29CM를 오래 다니신 분들이 아니라면 아마 책의 존재를 모를 수 있다. 혹은 이 책이 나왔을 당시 가지고 있던 분(직원이건 외부인이건)을 어떻게든 찾아 빌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진 않다.

 


그래서 이것을 이곳에서 파일로 공유하기로 했다. 4년 전 얘기이며 이후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들도 많아 보이기도 하고 만든 사람으로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찾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퇴사는 했지만 그래도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냐고?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당시의

기록이 현재의 무엇에 민감할 수 있는 부분도 없으며 그 외 여러 이유로 문제 될 소지는 전혀 없다.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구성원들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위의 링크는 4주 동안(3월 중순까지)만 유지하려 한다.


한편으론 이것을 보면 더더욱 책을 소유하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파일이 책의 감성을 대체할 순 없을 테니. 


위와 같이 몇일 동안 글과 함께 이곳에 파일을 살짝 공유 하였으나 오늘 저녁 그것을 내렸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셨고 나도 그것에 조금 놀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전 회사에서도 나만큼 놀랐는지(?) 파일을 내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이유에 100% 공감할  없었으나 그래도 부탁을 받았으니 파일 공유는 마치려 한다.


이제 다시 29CM 브랜드북은 구하기 어려운 레어템으로 되돌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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