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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성 Feb 08. 2021

성별, 연령보단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로 고객을 분류하다

마케팅에서 타겟팅은 주로 인구통계학적으로 분류한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상품을 론칭한다거나 광고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심지어 경품을 준비한다거나) 우선 타겟팅을 해야 하고 그 대상은 늘 몇 세부터 몇 세까지 어떤 성별에 어느 지역에 살며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이런 분류 방식은 얼마나 효과적이고 과연 적합한 기준의 방식일까?


집 근처에 코스(COS) 매장이 있다. 위의 인구통계학적 기준대로라면 코스의 타겟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30대 직장여성을 타겟으로 할 테고 도시에 거주하는 소득 수준은 음.. 어느 정도겠고.


그렇다면 그곳엔 특정 연령대 사람들만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말 그럴까? 모두가 알다시피 젊은 남녀는 물론이고 나와 같은 중년 아저씨들도 기웃기웃 옷을 보고 있으며 나보다 더 나이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 역시 코스에서 딸과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한다.



왜일까? 그것은 코스의 타겟팅은 성별과 연령, 지역과 소득 수준 같은 인구통계학적 구분이 아닌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구분이기 때문이다. 코스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옷에 장식이 없고 심플 그 자체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코스 매장에 방문하는 것이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젊은 여성과 그 어머니가 함께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코스의 타겟일 것이다.(그들이 어떻게 정의했건 간에)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정의 


같은 맥락에서 29CM 재직 시절 내부에서도 역시나 타겟팅을 인구통계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2535 연령대에 여성을 주 타겟으로 하고.. 등등. 회원 가입자 비중을 보면 그런 접근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서비스를 사용하면 할수록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이 연령대를 벗어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엄청 잘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령과 같은 접근을 배제하고 29CM의 고객을 9가지 취향과 그것에서 확장된 라이프스타일로 분류해 보았다.


#1

자기주장이 강하고 넘치는 자신감으로 늘 주목받길 원하는 그룹. 패션은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남들과 나를 구분 짓게 해주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래서 최신 패션 트렌드와 신제품, 한정상품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강렬한 컬러와 디자인을 좋아한다. 또한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요즘 뜨는 곳을 방문하는 것을 즐기는 핫플레이스 마니아 이기도 하다.


#2  

깔끔함을 추구하는 빈틈없는 완벽주의자인 이들은 외모와 스타일,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도 심플함을 유지하는 것을 늘 중요시한다. 그래서 장식 없이 간결한 디자인을 선호하고 특히 블랙 & 화이트 계열의 색상을 선호한다. 미니멀리스트는 늘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깔끔함을 유지하는데 이것은 건강한 환경보단 시각적 만족 때문이다. 화장실에 놓는 칫솔 꽂이와 주방의 고무장갑까지도 자신의 미적 취향에 맞춰 꼼꼼히 고르기도 한다.


#3

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나 정보를 따라가기보단 느린 삶을 지향하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패션에 있어서도 디자인보다는 소재와 편안함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친환경 식자재 등을 즐겨 찾아 직접 요리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또한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차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는 등 편안한 휴식을 좋아한다.


#4

성취 중심의 삶을 지향하는 이들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이 강하고 자신이 이용하는 브랜드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그룹이다. 패션뿐 아니라 식생활에서도 특별히 신뢰하는 브랜드가 있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아이템까지도 브랜드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선택하는 경향 또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 제품을 수집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5

결과보단 생활에서 경험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이들은 사물의 외적 매력보단 그것이 가진 배경과 지향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패션도 유행보단 브랜드나 제품이 주는 가치에 집중해서 단순히 네임밸류나 인지도보다는 그것을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중요시한다. 커피를 마실 때조차 유명 프랜차이즈보단 질 좋은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주는 작은 규모의 카페를 즐겨 찾을 때가 많다.


#6

호기심이 강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유행을 따르기보단 새롭고 독특한 것을 남들보다 먼저 알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그것을 자신의 일상 속에서 적절히 활용하는데 능숙하며 이것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패션도 디자인보단 기능성에 더 관심이 많고 먹고 마시는 것 역시 새로운 경험 욕구가 강해 다양한 맛과 향의 수제 맥주에도 높은 관심을 갖곤 한다.


#7

라이프스타일 얼리버드가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다면 이 그룹은 새롭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컬처 팔로워는 삶의 재미를 쫒아 늘 바쁘게 살고자 하고 직접 배우거나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주변의 여러 문화를 접해보는 것이 일상의 자극과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주말에는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기도 하고 유명 관광지보단 현지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하기도 한다.


#8

매사에 신중한 안정지향 주의자인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이 믿을만하고 검증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디서나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단정한 모습을 중시해 요즘 유행하는 것보단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선호한다. 음식을 선택할 때도 새로운 곳의 새로운 메뉴보단 내가 이미 경험해본 곳을 자주 찾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한다면 여러 사람의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는 경향이 강하다.


#9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잘 공감하고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온라인 및 소셜 커뮤니티 활동을 즐기고 자신만의 취향과 스타일보단 오히려 남들이 반응하는 아이템에 늘 관심이 많다. 그래서 좋은 가격에 유행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만날 수 있는 SPA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혼자만의 휴식보단 친구들과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서로의 일상과 관심사를 공유하길 즐기는 사람들이다.




테스트 하나로 10만 명의 취향을 확인


29CM의 타겟팅을 이렇게 세분화한 이유는 물론 그 많은 고객들이 어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선호하는지를 도저히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9가지 군 중에 도드라진 한 가지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중복된 두세 가지의 취향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회원들의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쿠폰을 걸고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했었다.


이 테스트는 아직까지도 진행해볼 수 있는데 간단한 응답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에 가깝고 그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무엇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완료 시 쿠폰 발행도 아직 유효하다.)



난 오랜만에 했더니 컬처 팔로워가 나왔다. 예전엔 브랜드 열정가 나온 것 같은데 그새 취향이 조금 바뀌었나보다. 

각 타입별로 자세한 설명을 함께 볼 수 있다.


이 테스트에는 반응 및 바이럴이 좋아 한달 동안 약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고 일부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한 마케팅 전문지에선 '이달의 캠페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테스트 결과를 통해 29CM 방문 고객들 중에는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많고 또 적은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두세번 테스트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첫번째 결과를 이 고객의 취향의 기준으로 잡았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바로 "추천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깔끔한 블랙 패딩을 추천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이것을 소개할 때는 글쎄 어떻게 소개했을까... 무슨 브랜드의 무슨 재킷 혹은 패딩 정도로 설명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것을 인구통계학적 타겟팅 대상에게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9가지 취향을 고려한다면 이 하나의 제품은 타겟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니멀리스트에게는 화이트 컬러 셔츠 혹은 블랙 팬츠와 매칭 시켜 깔끔하고 미니멀함을 강조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쇼잉 오퍼와 브랜드 열정가에게는 이 제품의 브랜드를 강조하되 쇼잉 오퍼에게는 이 브랜드의 최신 론칭 제품임을 더욱 강조할 것이고 브랜드 열정가에게는 그보단 이 브랜드가 어느 나라의 어떤 브랜드이고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소셜 옵티미스트에게는 브랜드보단 요즘 유행하는 잇템임을 강조하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두 번째는 "연관 상품의 제안"이다.


예를 들어 오가닉 코튼으로 제작된 화이트 티셔츠를 노출한다고 생각해 봤을 때 이 제품을 클릭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제품을 연관 상품으로 제안하는 것이 좋을까? 미니멀리스트에게는 블랙 재킷이나 블랙 팬츠를, 슬로우 라이프 시커에게는 오가닉, 친환경에 더욱 중심을 두어 같은 소재의 다른 제품들을 추천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반드시 의류일 필요도 없을 것이고 의류라고 한다면 컬러 역시도 조금 더 내추럴한 컬러가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식물이나 오가닉 티를 추천하는 것도 그들의 좋은 선택을 이끌 수 있을지 모른다.  


29CM은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과 IT제품들 그리고 컬처 상품들까지 다른 온라인 편집샵들과 다르게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방식들은 29CM가 지향하는 미션인 Guide to better choice, 즉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로서의 역할에 훨씬 더 충실한 방식일 것이다.




마무리하며


사실 위의 추천 방식과 연관 상품 제안은 콘텐츠적 접근(특정 라이프스타일군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여 노출)으론 진행되었지만 기술적 접근, 즉 제품과 브랜드의 분류작업을 거쳐 유저의 취향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방식으로는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아마도 제품의 양이 방대하고 취향별 소팅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개발 범위가 커서 진행에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은 여전히 고려할 가치가 있고 특히 29CM가 취급하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고려했을 때 29CM만의 차별화된 제안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식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제 막 타겟팅된 고객을 대상으로 메시지 전달 혹은 추천의 방식을 고민하는 곳이 있다면 이런 방식을 한번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당신이 다르듯 사람마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다른데 단지 연령대와 성별이 같다고 해서 그들 모두에게 같은 제품을 같은 메시지로 추천하는 것이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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