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브랜딩의 효과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전에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브랜딩의 효과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랜딩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경험상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인 지속성이다. 무엇이든 한 방향으로 꾸준히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의 기억 속에 우리 브랜드가 조금씩 각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의 숫자로 이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각각의 브랜딩 활동이 그것만의 목표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숫자라 하더라도) 그것의 성과가 브랜딩을 잘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멋진 숫자들을 많이 만들어낸 경험을 많이 했다. 하지만 브랜딩을 잘한다는 것은 단기간의 성과보단 지속적인 결과들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했다고 이것을 멈춘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그 브랜드는 잊혀 갈 수밖에 없다. 크건 작건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의 인지의 과정과 인식의 변화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각의 브랜딩 프로젝트에 숫자적 목표를 두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이 성공의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숫자에만 치중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 숫자에만 매몰되면 그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무시한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딩의 효과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다.
꾸준한 브랜딩은 충성고객을 만들어 낸다. 이는 하나의 성공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지속적으로 다른 모습을 다양한 영역에서 보여줘야 한다. 서비스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앞서 수많은 예시에서 언급한 것처럼 29CM는 이것을 훌륭하게 해 낸 케이스 중 하나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충성 고객을 만들어 냈다. 충성 고객은 자발적으로 29CM를 주변에 소개하고 또 그들만의 언어로 개인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29CM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29CM에서 브랜딩을 담당하는 동안 이런 류의 수많은 글들을 보아왔고 이런 그들의 행동이 브랜드를 알리는데 의외로 큰 역할을 함을 직접 경험했다. 이런 글들은 자연스레 다양한 매체에 관심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기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기자분들도 점점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되기도 했다.
브랜딩의 효과는 좋은 인력의 확보로 이어짐도 경험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기업에서는 늘 사람이 필요하다. 나도 처음 29CM에 합류해 리쿠르팅을 진행했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 없다 보니 좋은(?) 사람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지원한 분들 중 내 나름의 판단하에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의지를 보인 분들을 채용하여 업무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29CM라는 브랜드가 점점 사용자에게 알려지고 팬들이 많아질수록 이것은 채용에도 큰 영항을 주고 있음을 몸소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브랜딩팀에서 일하고 싶은데 채용을 언제 하는지를 물어보는 질문들이 들어오기도 했고 (이는 브랜딩뿐 아니라 디자인, 개발 등 다양한 직군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채용공고가 열리면 정말 좋은 인력들이 많이 지원함을 보았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도 지원했고 유명한 광고대행사 분들도 많이 지원했으며 또 잘 나가는 스타트업 분들도 대거 지원서를 넣었다. 이는 초반에 내가 경험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경험이었다. 좋은 인력의 확보는 결국 좋은 퍼포먼스로 이어질 수 있고 좋은 퍼포먼스는 결국 기업과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명백히 브랜딩의 효과다.
브랜드가 외부에 알려지고 그 안에서 충성고객들이 늘어날수록 내부 직원들의 프라이드 역시 상당히 올라갔음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29CM 다닌다 하면 "응? 거기가 뭐하는 곳인데?" "이름이 뭐라고? 어떻게 읽어?" 같은 질문을 그들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깐. 하지만 브랜드가 강력해지니 주변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와 거기 알아. 거기 다니는구나", "어 나 거기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이런 반응으로 주변의 반응이 바뀌었다. 여기서 느끼는 소속감과 프라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게 만들고 그것은 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이는 큰 역할을 함을 보아왔다. 브랜드의 인지도를 넘어 충성도가 강해지니 특정 브랜드와의 컨택이 훨씬 수월해졌고 이는 더 좋은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졌다. 가장 좋은 예시가 입점 제안이다. 초창기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보니 직원들이 직접 브랜드에 입점 제안을 보내고 우리를 소개하고 해당 브랜드를 설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많은 브랜드의 문전박대도 경험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또렷하고 남들과 차별화되고 쿨하게 바뀌다 보니 이젠 역으로 다양한 입점 제안이 브랜드들을 통해서 먼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크고 작은 규모의 브랜드들이 29CM에 입점하기 위해 먼저 문을 두드린다. 이는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많이 많들어지는 계기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 프라이탁은 주로 오프라인 샵들과 공식 파트너를 맺는데 국내에서 최초로(세계 최초 인지도 모르겠다) 오프라인 접점이 없는 온라인 편집샵 29CM를 공식 파트너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프라이탁 신제품이 입점될 때마다 많은 솔드아웃 현상이 발생한다. 왜 프라이탁은 29CM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자신의 브랜드 레벨과 가장 잘 맞는 곳은 29CM가 유일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유저만을 위한 자사몰이었던 프리비아의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수많은 현대카드 유저들의 혜택은 계속 진행되어야 하기에 프리비아를 대체할 온라인 몰을 선택해야 했고 결국 29CM을 선택했다. 왜 29CM을 선택했을까? 해당 미팅에 나도 직접 참여했는데 현대카드 담당자분의 얘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현대카드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곳은 29CM 말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브랜딩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지 누가 물어본다면 나는 도움이 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된다라고 얘기한다. 앞선 사례들이 이것을 말해주고 있으니깐.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많은 팬들이 생기면서 국내외 좋은 브랜드들이 29CM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케이스가 정말 많이 늘었다. 이들과 함께 하면서 29CM 브랜드 이미지는 더 올라감은 물론 고객들도 좋은 브랜드들을 더 많이 만나는 계기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위의 브랜딩 효과들은 내가 직접 경험한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효과들로 인해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사람들이 많이 알고 또 좋아해 주고 이는 좋은 인력의 확보와 구성원들의 자긍심으로 이어져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많은 브랜드들과 함께 더 좋은 비즈니스 기회와 매출로 연결된다. 즉 이는 기업의 가치와도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결국 브랜드 가치가 기업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