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는 목적구매, 말 그대로 명확한 목적에 의해서 제품을 사는 것을 말한다. 밥을 먹기 위해 쌀을 구매하고 휴지가 필요하면 휴지를 산다. 즉 우리의 의식주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명확한 목적에 의해서 구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랜 기간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이러한 목적구매 행위를 해왔고 이를 통해 과거 여러 기업들이 성장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대부분 이런 의식주에 대한 목적구매 제품을 만들면서 성장의 기반을 다져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은 명확하다. 하나는 성능,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이는 굳이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제품의 성능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되었고(대부분 성능은 비슷하다는 얘기) 그래서 기업들이 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힘들어졌다기보다는 가격을 낮추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기업의 마진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기에 부담스러워졌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격 경쟁은 결국 경쟁사들 간의 가격 전쟁을 일으켜 모든 기업을 힘들게 한다.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데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성능을 포기하고 원가를 낮추거나 그렇지 않다면 기업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것이 바로 가치소비이다. 가치소비란 단순히 기능이나 가격을 넘어 그 기업이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구매(?)하게 하는 것이다. 그 기업만이 추구하는 이미지가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인다면 말한 것처럼 가격의 문턱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혹은 전문가들이 MZ 세대는 가치소비에 움직인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치소비는 비단 젊은 세대뿐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령대를 떠나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이는 쉽게 설명된다. 이제 내가 사는 제품이 나에게 주는 가치를 구매하고 그것이 나를 대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니 이전부터 그것은 존재했지만 요즘 그것이 더 부각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의 대부분의 소비는 목적구매와 가치소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소비를 만들기 위해서 기업은 어떤 접근을 해왔을까.
내러티브(narrative)는 직역하면 ‘서사’다. 서사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아주 쉽게 얘기하면 브랜드가 담고 있는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의 구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가치소비를 만들기 위해서 브랜드들은 다양한 방식의 전술(?)을 펼쳐왔다. 어떻게 스토리를 통해서 가격을 뛰어넘는, 아니 그 브랜드를 소유할 때 느끼는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팩트 기반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에 좋은 예는 바로 역사와 전통, 즉 기업 혹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내러티브로 펼치는 것이다. 수많은 클래식 명품 브랜드들이 가장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샤넬의 창업주이자 여성복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디자이너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이야기라던지 18세기부터 오로지 한길만을 이어온 장인의 이야기가 그 브랜드의 가치를 만든다. 이런 스토리의 장점은 이것을 주위에 얘기하기도 좋다는 특징이 있다. 말 그대로 제품의 성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의 형식을 이것은 띄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구전동화와 같은 브랜드의 스토리는 기업의 마케팅 방식을 통해서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더 많은 고객을 불러 모았다. 그러면서 일부 브랜드는 헤리티지라는 가치를 등에 없고 글로벌로 성장했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장인 정신을 높게 사지 않는 소비자는 세상이 없을 테니. 비록 헤리티지는 아니지만 창업가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고 회사를 일군 성공스토리 역시도 이런 방식을 따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은 때로는 팩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창업주가 지향하고자 하는 헤리티지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여 마케터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폴로 랄프 로렌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아메리칸 클래식 그리고 상류사회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펼쳤고 결국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가공되기는 했지만 이 역시도 브랜드 내러티브 방식에 포함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의 철학이나 정신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단지 제품을 팔아 이윤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그보다 더 높은 대의 혹은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애플과 나이키 그리고 파타고니아다. 애플은 단지 IT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Think different' 즉 기존과는 다른 생각을 통해 인류에 혁신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크리에이티브한 창작자들이 그들의 생각을 현실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가치를 전달한다. 나이키 역시 단지 운동화 제조업이 아닌 모든 스포츠 정신을 응원하며 그것을 돕는 정신을 설파한다. 파타고니아도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기업 이상의 환경을 생각하고 지구를 환경파괴로부터 지키는 그 무언가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 내러티브는 무엇을 목적으로 할까. 물론 앞서 얘기한 가치소비에 기반하고 더 나아가 브랜드의 지지자, 즉 팬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번 팬이 만들어지면 그들에게 미묘한 성능의 차이나 가격 민감도는 낮아지고 자신이 지지하는 제품을 반복 구매함은 물론 더 나아가 일종의 브랜드 서포터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서포터스를 통해서 또 다른 팬들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는 단순히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 철저히 브랜딩의 영역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일관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마케팅 혹은 브랜딩 필드에서 많이 들리는, 특히 K-POP에서 많이 언급되는 ‘세계관’이란 단어 역시 이 브랜드 내러티브에서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관의 사전 적 의미는 특정한 관점과 생각에 의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요즘 사용되는 ‘세계관’은 그보다는 앞서 얘기한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영역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게 더 적절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더 디테일하고 복잡하며 또한 정교함이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이 세계관을 조금 더 쉽게 바라본다면 다양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상의 공간(혹은 시대)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러한 세계관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마블 유니버스이다.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은 그들만의 탄생의 비밀과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각각 혹은 힘을 합쳐 악의 무리(?)들에 맞서 지구를 지킨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또 다양한 인물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이미 모두 잘 알고 있기에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사실 이런 세계관 방식을 기업이 마케팅의 요소로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존재했었다. 가장 쉬운 예가 얼마 전 전 국민(특히 아이들을 가진 부모님들.. 사실 나도 포함된다..) 오픈런을 만든 포켓몬빵이다. 이는 이미 촘촘하게 만들어진 포켓몬의 세계관을 살짝 빌려온 개념이다. 아니 그 세계관에 살짝 편승한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잘 알다시피 포켓몬은 이미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다. 그곳에는 다양한 캐릭터와 인물들 그리고 이들의 관계와 스토리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리고 재밌다!) 그렇기에 포켓몬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을 받아온 창작물이다. 그래서 이것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어 게임으로 그리고 의류, 인형, 장난감 등 다양한 굿즈로까지 확장되었고 포켓몬에 열광하는 전 세계 팬들은 포켓몬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넘어 이러한 확장된 제품들에 함께 열광하는 것이다. 포켓몬빵이 국내에서 히트 친 것은 그렇기에 우연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스토리, 즉 세계관이라는 잘 갖추어지고 완성도 높은, 그리고 이미 검증된 독보적인 내러티브를 잘 활용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우선은 앞서 얘기한 다양한 브랜드들처럼 자신만의 내러티브가 아니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렇기에 제작사 측에 혹은 소유자 측에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IP 즉 지적재산권이라고 한다) 만약 기업이 헤리티지와 철학적 스토리를 넘어 자신만의 탄탄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 효과는 포켓몬 사례에서 본 것처럼 엄청난 글로벌 팬들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포켓몬빵을 산다고 제조사인 삼립의 팬이 되는 것은 아니니깐) 그것에서 확장된 부가적인 수익 창출 또한 어마어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마케터들은 아마도 이런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을 상상해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것을 적극 개발하고 도입한 것이 일반적인 소비재 브랜드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회사, 즉 K-POP이란 시장이었다. 제품이 아닌 다양한 인물과 음악, 퍼포먼스가 중심이 되다 보니 그런 꿈(?)을 꿀 수 있고 가능성 또한 높을 수 있을 것이다.(일단 제품만큼 막막하지는 않으니.)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가치소비에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이전 세대의 아이돌 그룹들은 주로 콘셉트의 경쟁이었다고 한다면 이 역시 이제는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점이다. 매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오니 이제 나올만한 콘셉트는 다 나왔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단지 콘셉트를 넘어 팬들의 관심과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텐데 그것의 돌파구를 세계관이라는 내러티브의 형식에서 찾은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돌 각각을 하나의 가상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로 혹은 무언가를 찾아 함께 긴 여정을 떠나는 멤버들로 설정할 수도 있을 테고 또한 어떤 스토리를 이곳에 입히냐에 따라서 그들의 퍼포먼스와 의상, 디자인, 행보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 대체로 한두 명이 아닌 여러 명으로 구성된 것도 이런 세계관 적용에 적합한 소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앞서 잠시 언급한 마블 유니버스에서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고 이들이 힘을 합쳐서 지구를 위해서 싸우듯이 여러 명의 아이돌 멤버들은 각자의 캐릭터와 특징을 부여(?)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서 팬들은 그들 중 누군가의 지지자가 되거나 이들이 유닛이나 팀으로 합쳐졌을 때에도 이들과 함께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을 활용한 IP 역시 다양하게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그들이 소속된 회사의 아이돌에게 마블이나 포켓몬과 같은 세계관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만큼 차별성과 팬의 확보, 그리고 그 외 더 많은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으니깐. 내 기억에 가장 먼저 세계관 형식을 도입한 아이돌 그룹은 엑소(EXO)다. 이들은 엑소플래닛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온 초능력 소년들(멤버들마다 부여된 초능력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2012년 데뷔했다.
그래서 이것은 작동했을까? 아마도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라면 BTS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BTS는 BU(BTS Universe)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소년들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길고 긴 청춘의 여정이 중심이 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그들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넘어 그들의 퍼포먼스와도 세밀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IP로 확산되었다. 웹툰, 책, 드라마는 물론이고 이들의 세계관이 중심이 되는 콘셉트로 만든 라인 프렌즈의 캐릭터 BT21는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것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너무 길고 복잡하기도 해서요..) 이러한 세계관 방식의 전개는 예상대로 ARMY라는 100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글로벌 팬들을 만들어 냈고 이제 모두가 잘 아는 대로 BTS는 한국의 대표 K-POP 스타 아이돌을 넘어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동시에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의 매출과 기업가치 또한 엄청나게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성공 후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이달의 소녀 등 다양한 아이돌 그룹들이 그들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등장했고 이런 다양한 세계관 내에서도 이제는 어쩌면 열광하는 팬들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붙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올해 데뷔한 빌리(Billlie)라는 아이돌 그룹은 '빌리'라는 소녀의 실종으로부터 시작된 미스터리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드림캐처(Dreamcatcher)는 일곱 개의 천진난만한 ‘악몽’ (=멤버들)과 헌터의 대립이라는 세계관을, 베리베리(VERIVERY)는 내면의 ‘수많은 나’와 마주하며, 내면의 어둠을 지키려는 자와 맞서려는 자아의 대립을 콘셉트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세계관 방식이 브랜딩에 도입되면서 팬들의 활동과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앞서 언급했던 가치 소비와 연결된 팬들은 해당 브랜드를 꾸준히 구매하고 또 주변에 자신이 생각하는 그 브랜드만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면 이 세계관 내에서의 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상이 제품이 아닌 아이돌 그룹 이어서일까.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만 봐도 확실히 팬들의 역할과 활동 범위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세계관 이전의 팬들은 앨범을 사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콘서트에 참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보였다면, 세계관 내에 깊숙이 침투한 요즘 팬들은 그 이상의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분석하고 그것을 트위터나 유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올리는가 하면 각종 뮤직비디오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이 세계관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아이돌의 의상과 무대미술, 소품 등에도 각자의 생각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아이돌이 만들고 있는 세계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팬심은 더욱 강해지고 팬들끼리의 정보공유와 유대감 역시 더 높아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팬을 넘어 강한 팬덤의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마치 마블 시니마틱 유니버스에서 팬들이 보여주는 팬덤의 방식과 굉장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마블은 이제 팬덤을 넘어 신드롬의 영역에 들어선 것 같기도 하지만..)
K-POP에서 먼저 보여준 이러한 자체적인 세계관 방식의 성공으로 이제 다양한 기업들, 특히 소비재 기업들도 조금씩 시도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인지와 호감도를 넘어 수많은 브랜드의 팬을 만들 수만 있다면 비용의 문제를 떠나 무엇이든 못할까.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빙그레에서 만든 (정확히 얘기하면 ‘스튜디오좋’에서 만든) 빙그레우스다. 유럽 중세시대의 빙그레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빙그레만의 세계관은 그곳의 왕자인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는 물론이고 빙그레의 다양한 제품들을 캐릭터화하며서 전개된다. 이는 한때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는데 빙그레우스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여러 기업에서 이것을 레퍼런스 삼아 차용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촘촘한 스토리를 가진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브랜딩을 전개하면서 팬을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단지 귀여운 캐릭터 중심의 남발과 그를 통한 IP 확장(의 시도)에 치중하는 모습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가치소비와 브랜드 내러티브를 넘어 그것의 확장의 개념에서 많은 기업에서도 시도하고 있는 이러한 자체적인 세계관 방식의 브랜딩 전개는 한 번의 화재나 유행이 아닌 진성 팬을 만들어내고, 또 부가적인 수익을 넘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브랜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아니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급 마무리하면서 글을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