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ibk기업은행 매거진 2022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최근 나만의 무언가를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많은 이들이 뛰어들고 있다. 우리는 이를 ‘브랜딩’이라 한다. 나만의 철학, 모습, 강점 등... 포인트는 ‘나만 가진 무언가’다. 좋은 브랜딩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리하여 덕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단 하나의 ‘나’를 만드는 전략, 브랜딩을 말한다.
writing.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
바야흐로 브랜딩의 시대다. 어느덧 서점에서도 브랜딩이란 단어를 내건 책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은 요즘의 유행어처럼 되기도 했다. 이렇듯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예전에 비해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브랜딩이란 하나의 브랜드를 그 브랜드답게 만드는 것이다. 말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조금 더 쉽게 말해보면 브랜드다운 모습을 정의하고 그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을 넘어 그들만의 개성을 구축해 나가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왜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브랜드를 좋아하는 혹은 좋아함을 넘어서는 팬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를 얼추 아는 100명의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에 열광하는 단 1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 목적이다.
팬이 생기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이들은 하나의 브랜드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넘어 주변에 그 브랜드를 전파하는 자발적 홍보대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이 브랜딩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마케팅과 브랜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물음에는 여러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마케팅은 즉각적 판매를 위한 모든 행위이고 브랜딩은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모든 행위라 정의하고 싶다. 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세일즈 포인트, 즉 특장점들을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이다. 우리 제품이 이렇게나 좋다는 것을, 그런 제품을 이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면, 후자인 브랜딩은 우리는 이렇게나 남들과 달리 개성 있는 브랜드이며 우리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이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가 나이키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단지 가격이 다른 제품보다 저렴해서가 아니다.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보다 더 편하거나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우리는 나이키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보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나이키 신발을 신었으니 나는 어떻게 보일 것’이라는 그 느낌이 나이키 제품을 구매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이키가 특정 기간 동안 나이키 멤버데이즈를 열어 할인을 하는 것은 마케팅의 행위이다. 하지만 다양한 스포츠 플레이어들을 후원하고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브랜딩의 일환이다. 당장의 판매보다는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이니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나이키 제품을 소유할 때 단지 신발이 필요해서 구매하는 이유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우리는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가진 개성과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것이 없듯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마케팅과 같이 당장의 효과가 나오지도 않고 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이라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기 시작하면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이 역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우선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정의해 보는 일부터 시작하곤 한다. ‘핵심 경험’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통해 반드시 느껴야 하는 경험이다. 이것의 도출은 기업의 브랜드가 남들과 다른 어떤 강점을 가져야 하는지 혹은 가지고 있는지에서 출발할 수 있다. 여기서의 강점이란 기능적 강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지적 강점 혹은 정서적 강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도출했다면 다음은 더욱 뾰족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브랜드만의 강점을 찾을 수 없다면? 그렇다면 브랜드만의 강점을 어떻게든 정의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구상하고 또 하나씩 실행해 가야 한다. 이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사람의 마음을 단 한 번의 과정으로 바꾼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차별성, 일관성, 지속성, 의외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남들과 내가 달라야만 나에게 먼저 눈이 들어오고 관심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 모습은 언제 어떤 형태로 보이든 일관되어야 하고, 오랜 기간 꾸준하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글의 서두에 잠시 언급한 퍼스널 브랜딩, 즉 개인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이 역시 기 업의 브랜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게 하고 그것을 넘어 그들을 나의 팬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서는 우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하고 내가 무엇을 잘하고 또 좋아하는지 를 파악해보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나다움을 정의했다면 그것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차별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꾸준하고 일관된 모습으로 나를 남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럴 때 나다운 모습이 조금씩 주변에 드러나게 되고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이 서서히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알릴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들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경쟁력 또한 점점 올라갈 것이다. 주변에서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 물론이 역시 단기간에 될 수 없다. 오랜 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서 기업의 브랜딩과 동일하다. 그리고 이는 끝이 없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브랜딩은 브랜드라는 단어에 ‘-ing’가 붙은 게 아닐까. 브랜딩이란 언제나 진행 형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자본주의 사회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기업이건 개인이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누군가에게(기업 입장에서는 잠재고객일 것이며, 개인에게는 기업이 될 수도 있고 매체가 될 수도 있고... 목적하는 바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선택받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브랜딩이다. 이것이 앞서 얘기했듯 기업들이 브랜딩에 투자하는 이유이자 요즘 시대에 브랜딩이 더 주목받는 이유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