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지금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
나는 으레 크리스마스 기간이 되면 설레이곤 했는데,
지금은 캐롤을 들어도 회색지대에 올라선 것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다.
목표도 없고,
뭘 잘해보겠다는 심산도 없어진지 오래다.
뭐가 되어보겠다는 생각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번아웃은 아직 아니다.
우울증도 아니란다.
그냥 내 인생의 타임라인이 딱 그러한 때인 것 같다.
아이는 나름 잘 크고 있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집도 있고
차도 굴리고
가끔 해외 여행도 간다.
직장도 있다.
그런데,
내 곁에 있었던 설레임 한 조각이 보이질 않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캐롤만 들어도
왠지 부풀던 마음이
오래 두어 딱딱해진 김밥들처럼
단단하게 식었다.
어릴 적 읽은 책.
비밀의 옷을 입으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소설이었는데
손 끝까지 지릿지릿하게 설레어왔었다.
푹신한 공쇼파에 앉아 그 책을 읽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
그렇게 감각들이 깨어나 나를 일으켜주길 바란다.
귀도 손도 발도 마음도 모두 콕콕 살아나고 싶다.
캐롤을 괜히 틀어본다.
설레임이 장화라도 신고 건너가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