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필수품

시작의 신호탄

by 라이크수니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꼭 필요한 준비물이 있었다. 누가 챙기라 한 것도 아니고 필수도 아니다. 수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되는 것이 있다.



어른이 되면서 참게 되고, 사라지게 되는 것을 닦아내기 위함이다. 수업시간에 종종 옆에서 또는 건너편에서 티슈를 꺼내 조용히 내밀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론 중심이 아닌 임상중심의 수업을 하다 보니 깊이 눌러 놓았던 감정의 표출이 ‘눈물’로 나오게 된다. 참 신기한 게 나의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도 여러 명이 함께 훌쩍 거리는 상황이 많았다.




내 무의식적 감정을 그림에 표출하고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어디서 튀어나오는 것인지 모르는 감정에 대한 눈물이 흐른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무슨 눈물인가 하지만, 그 눈물을 누르려는 걸 알아채고 흐르게 도와주시는 교수님이 계신 대학원이었다.



흐르는 눈물도 당혹스러운데, 그림에 표현된 내 무의식적 감정을 바라보는 것도 신기했다. 그 그림을 기가 막히게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도 점쟁이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분명 기독교의 뿌리가 깊은 곳인데 말이다.



그 눈물은 그림수업뿐 아니라, 동작 수업에서도 튀어나왔다. 굳어져 버린 몸을 풀고 교수님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움직을 하면 어느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대학원에 와서 난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으러 온 건데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울컥하는 내 눈물을 참아내거나 다른 사람의 눈물이 너무나 당연한 반응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영성수련에서 힘겹게 쏟아낸 나의 눈물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