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국가대표팀, 엠블럼에 사자가 넘친다
유로2020 16강에 가장 많이 진출한 동물이 무엇인 줄 아나? 바로 사자다.
각 국가대표팀 엠블럼을 보면 사자가 나오는 엠블럼을 사용하거나, 예전에 사용한 팀이 많다. 삼사자 군단이라 불리는 잉글랜드 대표팀뿐 아니라 네덜란드 대표팀, 벨기에 대표팀, 체코 대표팀은 엠블럼에 사자를 품고 있거나 예전에 있었다.
일단 가장 유명한 잉글랜드 대표팀 엠블럼을 보자. 삼사자 군단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왔다. 세 마리 사자가 엠블럼 안에 있다. 빨간 혀와 발톱을 지닌 파란 사자 세 마리가 있는데, 이는 잉글랜드 국장과 같아. 잉글랜드 국장에는 파란 혀와 발톱을 지닌 황금색 사자 세 마리가 있다.
잉글랜드는 국왕이 있는 입헌군주제다. 그래서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국장을 국가대표팀 엠블럼으로 사용하면서 왕실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 왕실 엠블럼을 만든 이는 최근 게임 캐릭터로도 나온다는 사자심왕(Lion heart) 리처드 1세다. 리처드 1세는 십자군 전쟁 때 ‘고귀한 적’ 살라딘과 엄청난 대결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왕이다. 원래 잉글랜드 국장엔 사자가 한 마리 밖에 없었는데, 즉위하며 한 마리를 더 넣었고,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한 마리를 더 넣어 세 마리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차드 1세는 잉글랜드 왕이었으나 잉글랜드에는 6개월 밖에 없었다. 전쟁터를 떠돌았고 프랑스, 정확히는 아키텐 공국에서 지냈다. 그는 프랑스어와 옥시탄어를 주로 사용했다. 죽음도 프랑스 리무쟁에서 맞았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대표팀도 사자와 관련이 있다. 네덜란드는 여전히 사자가 들어간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고, 벨기에 대표팀은 가장 첫 엠블럼에 사자를 사용했다. 두 나라는 저지대를 기반으로 한 유사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한 때는 한 나라(1815~1831년)였다. 함께 사자라는 상징성을 사용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벨기에는 검은 바탕에 황금색 사자, 네덜란드는 오렌지색 사자다. 벨기에 사자는 ‘브라반트의 사자’이고,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공화국의 사자라고 한다. 이들은 각 지역과 역사를 대표하는 사자 상징을 사용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오렌지색을 쓰는데, 스페인과 독립 전쟁에서 네덜란드를 이끈 오라녜 공의 색이 오렌지 색이다. 이게 영어로 오렌지! 네덜란드는 여전히 오라녜 나사우 왕가가 왕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 국장도 사자다!
두 나라는 룩셈부르크까지 포함해 저지대 국가(pays-bas, 뻬이 바)라고 불렸는데, 룩셈부르크도 사자를 상징으로 사용한다. 물론 여기도 색상은 다르다. 이들은 로마 시대부터 사자를 심볼로 썼는데, 자신들을 가리켜 레오 벨지쿠스(벨기에의 사자)라고 불렀다. 사자처럼 생긴 저 지대 국가 지도는 여전히 유명하다.
여담이지만, 벨기에는 붉은 악마로 불리지 않나? 그런데 항상 붉은 악마는 아니었다. 1904년에 붉은 악마라는 별칭이 등장했는데, 1970년대에는 하얀 유니폼을 입으면서 하얀 악마였고, 2000년대에는 잠시 검은 원정 유니폼을 입으면서 검은 악마가 됐다. 이후 다시 붉은 악마가 됐다. 악마는 그대로지만 색상은 바뀌었다.
체코도 사자 엠블럼을 사용한다. 이 사자는 저지대 사자가 아니라 보헤미아의 사자다. 체코 국장에는 사자 두 마리와 색상이 다른 독수리 두 마리가 있는데 각각 보헤미아와 모라바, 실레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엠블럼이다.
체코 축구대표팀은 이 중에서 꼬리가 두 개인 왕관 쓴 사자를 엠블럼으로 선택했다. 체코는 1992년 12월 17일 슬로바키아와 분리 독립하면서 새로운 국장을 썼고, 축구대표팀 엠블럼도 보헤미아의 사자로 선택했다.
사자가 유럽 왕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잉글랜드 삼사자 군단은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이탈리아와 앙리 들로네컵을 두고 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