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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바람처럼 Nov 12. 2018

남편관찰일기_181112

일요일의 짜증

그는 모르겠지만 일요일만 되면 그는 짜증이 늘어난다. 나도 알고있다. 직장인의 숙명과도 같은 먼데이 블루는 일요일 시작되어 해가 지면 정점을 찍는다.


지난 주 일요일에도 , 이번 주 일요일에도 그는 나에게 짜증을 부린다.

‘또 티비봐?’, ‘핸드폰 봐?’, ‘또 누워있어?’등등 주로 나의 행동에 대한 지적과 함께 시작되는 잔소리에 슬슬 감정이 실린다.

어제는 내가 그가 한 말을 잘 못 듣고 ‘응? 못들었어. 다시 말해봐’ 라고 하니 ‘못 들은게 아니고 안들은거지. 집중을 안하니까’ 라며 어깃장을 놓아 기분울 상하게 만들었다.

‘이것 좀 미리 좀 해 놓지’, ‘이건 치워야지’, ‘아무도 없는 방에 불은 왜 켜 놨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잔소리에 나도 그만 지쳐버렸다. 서로 잘자라는 인사도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휴직을 하고 쉬게 되면서 그를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전 같으면 같이 짜증을 내고 부딪혔겠지만 지금은 ‘이 사람 지금 왜 그럴까?’,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나도 감정의 동물인지라 매번 그럴 수는 없고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에게도 시간이, 휴식이 필요하단 것만은 명백하다. 주말에도 쉬는 방법을 모르고 어디든 가야하고,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습성을 버리게 해야 한다. 휴식이 주는 여백과 자기객관화와 세상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시선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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