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고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돈을 전하는 일은 매우 흔하고 모두에게 익숙하다. 지인의 결혼을 축하하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게 애도하며, 추운 날씨 쪽방에서 삶을 견뎌내는 이들의 삶에 용기를 전하고자 사람들은 성의껏 돈을 전한다. 돈이 아깝지 않거나 남아 돌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 대신 선물을 전하기도 하지만, 좋은 선물이란 것이 고르기도 어렵고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값비싼 것이 아니면 선물이 궁색해지니 차라리 봉투를 전하는 것이 더 쉽다. 축의금, 부의금, 기부금, 후원금. 어떤 목적으로 내 주머니에서 누군가에게 돈이 갈 때는 돈만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고 관심이 함께 따라 간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에게 나라 살림살이를 맡기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는 중요한 원리는 국민의 관심과 참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어떻게 참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유치원이나 학교 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다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고 있기에 지난 번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어도,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도 국민으로서의 책임감을 담아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곤 한다. 그런데 매번 투표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달라지는 것 같지 않고 뭔가 시원치가 않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팔걷어부치고 국회로 나가서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법이 못 된다.
국민들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고, 정치인들은 더 적극적인 지지를 원한다. 정치후원은 양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즉,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치후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후원을 이끌어내는 펀드레이징 노하우를 알 필요가 있다. 후원을 받기 위해 정치인이 가장 먼저 할 일은 평소에 자신의 정치적 사명과 소신, 기조를 명확히 세우고 그에 따라 열심히 활동하고 그 진행하는 내용들을 부지런히 알리는 일이다. 그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참으로 바람직해서 지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지지자들은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약간의 돈을 내는 선택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평소에 특정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후원까지 하던 사람들은 그의 선거공약과 주장하는 내용들을 모를 리 없고 자연스럽게 그를 신임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투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후원은 이런 원리를 잘 다룰 줄 아는 전략적인 선거캠페인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펀드레이징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금전문가는 국민의 마음과 결을 같이 하는 정치인이 되도록 세밀한 코칭을 하며 정책내용이 국민들에게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고, 선거 유세를 하면서 다양한 지지층으로부터 후원을 얻기 위해 고액과 소액,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모금방법을 동원한다. 또한 선거의 승리가 자신만의 것이 아닌 지지자들과 함께 이룬 것임을 명확하게 하여 대단한 퍼포먼스를 통해 후원과 지지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약속한 공약들이 이루지도록 엄선된 프로파일링을 통해 열정과 역량이 있는 지지자들 중에서 정치 파트너들을 선택하게도 한다.
정치는 어떤 애드보커시와 공익적인 활동보다도 나라 살림 전체의 모든 영역에 거시적이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바른 정치과 정책은 국민의 삶을 안정되고 평안하게 유지되게 하는 반면, 잘못된 정책이나 허술한 정책들은 시대착오와 예산낭비를 불러오게 된다. 코로나 시대에 국민들은 더욱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경제가 불안정하며 혁신적인 기술과 정보의 변화 흐름이 홍수처럼 밀려들기에 불안함과 염려가 마르지 않는다. 국민들은 혹시나 좋은 소식이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뉴스기사를 열람하지만 얄궂게도 기사의 내용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정치를 바로 세우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간주하지 않고 내가 지지하는 대상을 후원함으로써 적극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다. 후원이 활성화되는 정치가 되려면 정치인과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필요를 채우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국회에서 한 걸음 나와서 국민의 삶 속에 들어와 국민과 대화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의 애환을 함께 공감함으로써 국민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힘써야 할 것이고, 국민들은 투표권 행사나 단발적인 사건에만 주목해서 맹목적인 지지나 비난에서 그치지 말고,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고 시대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잘 준비된 지도자가 누구인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기부가 활성화된 사회이다. 바른 정치와 국민을 위한 정치에 목이 마른 시대에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열정적인 정치인의 스토리와 이에 호응하는 국민들의 참여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며, 온 국민이 함께 손잡고 더 성숙한 시민참여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관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