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신애 May 23. 2020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6

임직원, 이사회, 그리고 이해관계자 이슈

인맥사회, 불신뢰사회

우리나라는 인맥이 중요한 사회다. 게다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차이가 극명하다. 이 차이가 클수록 신뢰가 낮은 사회라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서울대 이재열 교수님의 연구와 발표자료들을 보면 재미있는 데이터가 많이 나온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사회에서 '신뢰를 깨는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을 형성하게 된다. 사회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기부에 관한 불미스런 사건이 반복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비영리가 불투명하다는 프레임으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 이제는 남의 집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비영리 이해관계자 모두가 마음먹고 나서서 제대로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정치나 언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태도가 비영리에도 고착될 것이다.  


인맥 줄타기.

세상은 이리저리 얽혀 있다. 인맥, 요즘은 좀 있어 보이게 ‘네트워크’라는 표현을 더 잘 쓰는데 그게 그거다. 가족, 친인척, 학연, 지연, 거래관계, 파트너 관계 등등 아는 사람을 통한다는 말이다. 인맥은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다. 쓰기에 따라 힘이 되기도 하고, 금단의 열매가 되기도 한다. 잘만 활용되면 참 좋은데 선을 넘으면 문제가 된다. 아는 사람끼리만 특수한 관계들을 이어가다보면 공평과 정의가 무색해지고, 원칙이 흐트러진다. 선은 그으라고 있는 거다.


한 때 복잡계가 대단한 유행어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 4~5다리만 걸치면 왠만한 사람들 다 연결되고, 미국에 있는 사람까지도 7~8단계만 건너가면 연결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해서 세상이 초연결사회임을 설명한 내용이다. 그 초연결사회안에는 대단한 허브(hub)- 강력한 인맥 소유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허브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의 감염의 확산 국면에서도 대구의 31번 확진자는 신천지라는 맥락을 타고 감염병 확산에 대단한 허브 역할을 했다. 그 때 질병관리본부로서는 허브와의 접촉점을 조사하는 것이 코로나를 차단하는데 핵심사안이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확장된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문제의 키맨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 조직이 일을 잘 하고자 할 때도 그런 키맨들을 영입하려고 한다. 인맥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비영리 단체에도 인맥 이슈가 존재한다. 이해관계자 이슈다. 여기서는 2가지 관점을 짚어 보겠다.


1) 특혜의 문제이다. 이를 가리기 위해서 공익법인 관련 법률에는 특수관계자 임명 내지 고용 금지 조항이 있다. 아무리 공정하려고 해도 특수관계 앞에서는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사적인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면 십중팔구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문제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라는 말이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니까 아예 그럴 여지를 두지 말라는 뜻일 게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 나면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이 역시 불신뢰사회의 반증이다. 잘 몰라서 믿음이 안가는 것이, 잘 아는 사이라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낫다. 결국 내 마음 편하자고 아는 사람들과 이해관계를 튼다는 것이 오해의 출발이다.


2) 공정성과 객관성의 유지 문제이다. 1번 내용과 비슷해 보이지만 약간 다르다. 어떤 조직이든 여러 유형의 이해관계자가 있고 각각은 맥락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그리고 단체는 여러 다른 입장의 의견을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 그 다양한 입장을 수용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면, 의사결정 과정과 판단의 기준을 모두에게 공개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따질 자격이 되기 때문에 쉽게 감출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깐깐하고 똑똑하고 현명할수록 일은 더 공정해진다. 그런데 이 때 공정한 과정을 생략하거나 일방의 입장만 가지고 가게되면 언젠가 문제는 터질 때가 온다.


정의연의 이해관계자 실패


먼저, 비영리 활동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금전관계에 얽히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 결과 이해관계자에 있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희생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손해를 보는 것이 특혜시비에 걸리는 것보다 낫다. 종종 심사를 나가는데, 아는 사람들이 심사대상에 포함될 때가 있다. 당연히 아는 사람들을 선정해 주고 싶다. 그럴 때 나는 심사기피를 선택한다. 내 판단 빼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또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 역량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일은 저 사람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그에게 약간의 희생까지 요구하면 서로 윈-윈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 꼭 문제가 된다. 아무리 그 당시에 서로 희생을 했더라도 말이다. 불가피하고 대체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없이 이해관계자와 일로 엮이게 된다면, 미리 다 공개하고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가 반대하면 안하면 된다. 혹, 하기로 결정된다면, 그 과정와 이유와 객관성을 뒷받침하는 모든 내용을 기록증거로 남겨야 한다. 그나마 정상 참작이 될 것이다. 여전히 이해관계 이슈는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둘째로, 위안부 문제의 당사자인 다소 깐깐한 할머니들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윤이사장 등이 자신들의 일하는 방식이 더 옳다고 생각했거나 어떤 정치적인 노선이 있었거나 그 무엇이 됐든 틀렸다. 이 사업에 대해서 할머니들은 분명히 지분(share)이 있었고, 의견을 낼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매우 논리적이며 역사의식도 세계관도 나름 명확한 것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다. 의견이 서로 달랐던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자신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일방적으로 할머니들을 끌어들였다면 이 것은 '이용'이고 '기만'에 가깝다. 최소한 듣고 조율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많은 경우 입장차가 생기면 자신의 의견으로 설득하고자 한다. 이게 실수다. 설득이 그리 쉽지 않다. 원래 사람들은 다 자기 가치관이 있고, 지향점이 다르니까.


상대방이 우리 생각과 다르더라도 우리의 이해관계자가 맞다면, 그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들의 가치를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입장 차가 너무 크고 조율되지 않는다면 목적이 서로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갈라서야 맞을 수도 있다. 너무 성급하지 않아야겠지만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데 상대의 유익함을 활용하면서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대로 하여금 무시당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지점이 된다. 서로의 입장 차를 인정하고 조율하는 것이 그 단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임직원과 이사회에 관하여


대부분의 비영리 활동은 사람중심이다.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행동패턴이 어떠한가는 그 집단의 도덕성과 직결된다. 집단은 개인의 합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주류이냐를 보면 그 조직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비영리 공익법인을 이해할 때 구성원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의 사람들을 뽑을 때 기관의 철학과 개인의 가치관이 일치하는가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 출발부터 어긋나면 계속 부대낀다. 사람의 과거 행적으로 100% 그 사람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개관천선하는 사람도 있고,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개천에서 용나는 사람도 있다. 다만, 그 사람이 지나온 경로는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기에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그래서 인재 채용 인터뷰를 할 때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력서와 소개서를 참고하는 방식은 참 여러가지이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서 인맥이 좋을 것 같다든지, 집안이 좋다든지, 학점을 보고 똑똑하다고 여기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이직을 한 것이 그 사람의 어떤 품성의 결여라고 해석하는 등 인재를 등용하는 입장에서는 본인의 배경에 대한 것들을 많이 물었었다. 심지어 나는 입사 때 지인을 적는 란이 있어서 떨어지겠구나 싶었던 때도 있었으니까. 요즘은 본인에게 많이 집중되는 것 같다.


사람을 쓸 때 선택은 그 사람을 꼭 뽑아야 하는 강점을 찾아내거나, 그 사람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하는 치명적 요소를 찾거나 하는 사이에 있다. 대부분 사람의 강점을 보고 쓴다. 그런데, 비영리에서는 후자에 대해서도 좀 더 명민해져야 한다. 그 사람이 가진 지혜나 경험 등의 전문성, 공익에 대한 기여 마인드, 기관의 철학에 대한 공감정도, 도덕성 등을 고루 따져야 하며, 레퍼런스 체크에 문제가 있다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거나 미리 교육을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비영리 문제에 가장 심각한 부분이 이사회이다. 심각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사회는 단체의 경영에 대한 실질적이고 법적인 책임이 있다. 단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이사회가 책임지게 되어 있는데, 문제는 당사자들이 이걸 잘 모른다. 이사회를 위한 교육도 없고, 이사회의 의무에 대해 정리해 두거나 알게 하지 않는 것 등등 모든 것이 책무성 위반이다.


이사회는 단체의 경영을 감독하고 단체의 운영에 공동으로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사회는 단체의 경영요소에 대해 조사하고 판단하고 물어야 하며, 예산과 재정, 인사, 조직이슈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사회의 운영과 이사들이 일하는 방식은 단체마다, 시기마다 내부적으로 잘 논의하여 정할 수 있다. 이사회는 단체의 문제가 터지기 전에 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단체는 이사회를 허수아비로 만들면 안된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걷어치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10년, 15년된 딱히 역할이 없으신 이사들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내려가시도록 부탁드리기도 해야 한다. 반대로 이사회가 단체의 사업과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개입을 하는 것도 문제다. 이사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누군가에게는 야심으로  받아들여진다. 내부에 원래의 중요한 본질보다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사들은 불가근 불가원이어야 한다. 그 적성선은 단체가 제시해야 한다. 이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사진들이 적절하게 소통할  있는 정기적인 창구를 열어두고, 필요시 활동과 지원을 요청하는 일들이다.


간혹 이사회를 이사장의 지인과 편한 사람들로 구성하여 단체를 입맛대로 운영하는 곳도 보았다. 이는 책무성 '0(zero)'라 할 수 있다. 리더가 단체를 공공성이 아닌 개인의 소유로 인식하고 내 마음대로 하고자 편들어줄 사람들을 꾸렸을 가능성이 높고 서로 유익하기 위해 편의의 봐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적 책무성은 그 머릿속엔 없다. 이는 개인재단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공익목적의 사업을 하기로 단체를 만들었으면, 만들어진 순간 이미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재이며, 자신은 공익의 수탁자일 뿐이고, 자동적으로 책무성이 부여된다.  


대부분 개인과 회사들이 공익법인을 세울 때, 이런 공익 책무성을 교육받은 경험이 있을까. 아마도 거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대체로 그들은 공익보다 사심이 크다. 안타깝다. 윤미향 씨와 정의연의 전현직 이사들 또한 이 내용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고 심각하게 다루어 왔을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지 않았을까.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