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과 책무성, 가짜를 구분하는 지혜
개처럼 벌어 정승같이 써라!
유래를 잘 모르겠으나 이 말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다소 나쁜 방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반성과 사죄 또는 면피의 의미로 기부를 많이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면, 기부금 받는 사람들은 아무 돈이나 받나? 아니다. 기부금은 그냥 돈이 아니다. 기부금은 기부자의 철학과 받는 기관의 미션, 돈의 사용과정과 그 결과까지 다 중요하다. 그래서 기부단체 중에는 돈을 골라 받는 곳도 있다. 나름의 기관 철학이다.
모 단체에서 일할 때였다. 어느 방산기업 임직원들이 모은 돈 수 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수 억원!!!!’이라는 말에 호들갑 떨며 ‘돈 받으러 어디로 가면 될까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고 요동치고 있었지만 나는 담당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due diligence guide(일종의 책무성 기준)에는 뭐라고 되어 있지?”
그 단체의 가이드에는 전쟁관련 사업으로 돈버는 기업의 기부금으로 전쟁난민아동을 지원하지 않도록 한다. 그들에게 면죄부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 아닐까 한다. 한 마디로 이 단체에는 절대 받지 말아야 하는 돈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과감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모두 서운해했고 나는 잠시 약간의 원망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업이 번 돈을 직접 주는 것도 아닌데, 임직원들이 선의로 주는 건데 잘 쓰면 되는거 아닌가..' 등등 우리끼리 논쟁을 벌였다. 결론은 '안 받아서 당당해' 였다. 안받아야 하는 기준은 단체마다 다르다.
기부금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입장이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양쪽 다 명분이 서야 한다. 기부금은 명분을 잃으면 가치도 훼손된다.
진짜와 가짜는 항상 공존한다. 명품일수록 짝퉁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것을 모방하는 심리이다. 겉으로는 비슷하게 꾸밀 수 있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는 장인정신은 가짜에게는 없다. 진짜와 가짜는 달라야만 한다. 진짜인데 가짜랑 다를 바가 없다면 그냥 그저그런 부류로 전락한다.
지금 우리는 진짜의 차별성을 추구해야 한다. 가짜가 등장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차이가 확실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기부금과 공익사업에 대해서 진짜스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한다. 이 것은 가짜들의 몫이 아니라 진짜들의 몫이다. 진짜라면 보여주자.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좋은 기부금이 되기 위해서
1. 어떻게 받아야 하나? 절차와 형식
기부금이 좋은 돈인데도, 우리가 돈달라고 요청하는 일(모금)은 늘 불편하다. 모금하는 사람도 요청받는 사람도 모두 그렇다. 언제가 되면 편해지나요 라고 묻기도 한다. 글쎄, 평생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모금해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해야할 일'을 위해서이다. 기부금은 기부자가 동의하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재정이다. 모금은 이 필요를 설명하는 과정이며, 기부하지 않는 것은 기부자의 자유 결정이고 존중해야 한다. 기부는 가장 간단하게는 '약정 + 기부금납부 + 영수증 발급'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약정은 기부계약서이다. 고액일수록 문서를 잘 작성해야 하며, 계약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기부자의 조건을 잘 확인해야 한다. 기부자 정보도 잘 관리해야 한다. 약정이 없으면 근본적으로 기부는 무효다. 그러니 단체들은 반드시 약정서를 챙겨라. 그러나 기부자 스스로 익명을 선택한 경우는 예외이다. 이와 같이 기부금을 다룰 때는 절차와 형식을 잘 갖춘 원칙이 필요하다.
2. 어떻게 모으나? 기부금의 모집
모금에 관한 얘기는 책으로 써도 수십권을 쓴다. 여기서는 투명성과 관련된 몇가지 내용만 소개하겠다.
우리 사회에 기부는 매우 흔해졌다. 그래도 아직 기부하지 않는 사람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다. 기부를 권하는 사회(세금공제가 생기는 등)가 되기 시작하면서 모금활동도 더 활발해졌다. 모금이 활성화되니 아무나 너무 쉽게 모금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모금은 요건이 있다. 설령 정당한 모금기관이라 하더라도 요건을 갖춰야 한다. 좋은 일(공익)에 쓸 거면 괜찮은가? 아니다. 공익이라고 해도 그 절차, 과정, 사용 등에서 정해진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과거에는 목적이 중요하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목적은 과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 1)원칙이 분명하고, 2)원칙을 따랐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모금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민들이 헤깔려 하거나 잘못된 모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잘못된 모금활동으로부터 기부자들이 보호받으려면, 가짜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돕는 중요한 3가지 원칙이 있다. 믿을만한 비영리 단체라면 이 세가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1)단체의 여러가지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2)단체의 행동 원칙을 공개하고 3) 정직해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 알리고 싶지 않은 진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래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 그러면 신뢰 자체가 없어진다. 정의연 사건이 처음 터진 5월 7일에 윤미향 씨는 너무 당당하게 자신들은 정당했고, 할머니의 기억에 책임을 넘겼다. 그 때 윤씨는 진실을 몰랐을까? 나도 그 땐 설마하면서 그녀의 당당함이 근거가 있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게 며칠이나 갔는가? 이솝우화의 양치기소년의 우화를 기억해야 한다. 우발적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고의적 거짓말은 모든 신뢰와 선의를 무너뜨린다.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돌이키는 노력이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작정을 하고 거짓말하는 사람(사기꾼)에게는 속지 않을 재간이 없다. 위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금을 규율하는 법은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후 기부금품법이라 하겠다)'이다. 모집 자격, 모집 등록, 모집 절차와 내용, 정보관리의 원칙과 장부 공개, 관리감독 및 위반 시 체벌사항 등의 내용이 다 담겨 있다. 그리고, 일정 금액 이상을 모으는 특정대상(형평에도 어긋나고 원칙도 딱히 없다)들은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하고, 사용처, 결과 보고에 대해서도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정한다. 그리고 이 내용들이 엉성할 경우 관청에서는 아예 등록을 안 받아 준다. 아이러니 한 것은 등록을 안하는 쪽에서 사고가 난다. 즉, '지켜야 할 사람은 안지키고, 안 지켜도 될 사람들은 열심히 지키고 있는' 법이다. 성실한 사람만 고생하는데 정작 이상한 사람들은 다 빠져 나간다. 그리고 그 '안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처벌하지도 못 하는 법'이다. 이렇게 실효성 없는 이 법은, 너무 오래된 구닥다리 법이라서 용어나 개념의 정의가 현대사회에 맞게 설정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법의 내용에 대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바꾸자는 제안이 20년 동안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바뀐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들에게 '돈 안 되는데 공부는 많이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는, 기부금 모집 및 사용 등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관련업무를 통합관장하는 전문부처를 만든다.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이 부처는 규모가 상당히 크다. 주요한 기능은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원칙을 명확히 한 후 단체들을 수시로 교육하고 상담하고 지도, 평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문제가 된 경우는 엄격하게 처벌한다. 원칙이 명확하니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기부금 관련 전문가도 거의 없다.
*여담이지만, 우리 협회가 세워진 것은 이런 아쉬움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양성되어야 겠다는 필요가 있었다. 바른 길을 안내하기 위한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노련한 사람들을 모아 지도를 만들고 교육하고 변화를 일궈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도 그 과정 안에 있는데, 우리 전문가들은, 전문가라고 해도 대접받기보다는 희생이 더 크다. 아무도 우리를 위해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내고,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들이다. 왠만한 의지가 없으면 우리 협회의 전문회원이 될 수 없다. 들어오고 싶다고 아무나 못들어온다. 현장 경험을 통한 전문성이 없거나 윤리성이 없거나 자기 헌신이 없으면 안되는 등 기준이 까다롭다. 언젠가 이러한 일을 위한 투자자가 나타나면 더 많은 전문가들이 세워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 어떻게 써야 하나? 기부금의 사용
기부금 사용에는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한다.
1)목적사업에 부합해야 하고
2)직접비와 간접비의 비율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3)우리나라 세법상의 원칙을 따라야 하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을 낸다)
4)기부자의 뜻대로 사용되어야 하며
5)사용한 결과에 대해서는 보고해야 하고
6)단기적인 성과는 아니더라도 목적에 부합하는 변화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기부금에 대한 책무성이다.
보통 책무성이라고 하면, 2, 3, 5번 정도를 말하는데 사실은 1, 4, 6번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기준들 사이에서 우선순위의 상충이 생기기도 한다. 목적사업이 우선인가, 기부자의 뜻이 우선인가? 돈이 큰데 공익목적사업에 부합하지 않은 기부자의 뜻이라면 따라야 하는가? 정답은 없다. 단체들은 애매한 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정의연 사태에 뒤이어 터진 나눔의집 사건은 아주 명백한 비양심적인 범죄행위로 보이며, 어쩌다가 중간 어디서 길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여지없는 가짜다. 오죽하면 직원들의 내부고발이 나왔겠는가(내부고발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 따로 다루겠다). 기부금을 눈먼 돈으로 알고, 책무성에 대해서도 인식이 아예 없다. 양심이나 윤리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파렴치이다. 국민들이 이 걸 보고 비영리가 다 이렇다고 생각할까봐 정말 겁이 난다. 이 정도로 심각한 경우는 무조건 최고수위의 처벌을 해야 다시는 유사사고가 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우리나라 법률은 기부금 범죄에 대해 생각보다 너그럽다. 처벌이 약하니 2차, 3차 범죄가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이후에 보강된 더 경직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성실한 법인들이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기부금은 목적달성과 재정집행 둘 다 중요하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사업의 필요성, 사업추진계획, 사업의 실행, 결과보고 등의 내용이 사전에 고려되고 계획되어야 한다. 재정집행을 위해서는 예산의 계획, 예산항목별 집행기준, 지출증빙원칙, 집행 후 정산 및 감사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비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모금비용을 안 쓰는 곳은 게으른 곳이다. 비영리 단체라면 정당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들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단체마다 자기 사정에 맞게 자체적인 기부금 모금 및 사용에 대한 세부계획, 사업 및 집행 기록, 기부금 사용의 원칙 및 지출증빙 원칙, 재무회계 원칙 등을 갖추어 두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해야 하며, 모든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이렇게 잘 갖추어지기는 쉽지 않다.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고, 직원들의 손이 많이 가는데, 비영리단체에는 인력이 여력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이런 것이 없어도 당장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스스로 양심적으로 일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원칙이 없는 채로 오랜 시간 지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폭탄이 터진다.
4. 쓰고나서는? 기부금의 사용결과 보고와 기록관리
기부금 사용결과 보고는 쓰고 나서 챙기는 것이 아니라 모금을 계획할 때부터 고려해야 한다. 기부금 사용과 결산 등에 대한 원칙을 미리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보고는 허술할 수 밖에 없다. 이 것이 바로 모금계획이 중요한 이유이다.
계획이 허술하면, 사업이 비현실적이거나 실행할 준비가 덜 된 것이다. 기부자의 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현장을 모르거나, 사업이해도가 낮다면 모금하면 안된다. 이런 경우, 모금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기부자를 속이게 된다. 부풀린 약속, 지킬수 없는 약속을 하면 결국 나중에 결과가 거짓말이 되기 쉽다.
모금을 계획할 때 단체가 꼭 해야할 사업에 어느 정도 재정이 소요가 될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바른 태도이다. 계획이 꼼꼼하면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그래야 기부금을 정해진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고, 그 결과도 정직하게 보고할 수 있다.
아울러, 비영리 현장이 아무리 일손이 모자르고 바쁘다고 해도 모든 과정들을 가급적 기록해 두어야 한다. 분쟁이 생겼을 때 증명하는 방법은 문서밖에 없다. 기억은 흐려지고, 말은 바뀌고, 관계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오해를 받았을 때 오해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거를 남기는 것 뿐이다.
5. 기부금에 대한 책무성과 윤리
비영리 세계에서는 '가치'를 정말 소중하게 여긴다. 신념과 가치체계는 비영리의 뿌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가치보다 행동을 챙기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녔어도 행동이 틀리면 틀린거다. 내 의도가 아니었다고 아무리 호소해 봤자 행동의 증거가 결과이다. 윤미향씨가 놓친 것일 수도 있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의명분이 아무리 중요했어도, 할머니들께 한 행위의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자산을 관리한 방식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의사결정의 방식 모두 행위이다. 행위에 대한 원칙 없이 가치만 가지고 있으면 길을 잃는다.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는 모금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행동원칙이라고 강조한다.
투명성, 다 들여다 볼 수 있으면 문제가 안 생길까? 다 공개해야 하면, 딴 짓을 할 마음을 못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 공개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부금을 받았으면 좋은 결과를 거두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왔어야 하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 그런데 장부를 공개한다고 해서 성과가 좋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즉, 투명성으로는 책무성을 보장할 수 없다. 책무성을 위해서는 원칙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매우 중요하다. 이 원칙은 단순히 장부정리를 위한 회계기준이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전반적인 원칙이다. 이 합의가 있어야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제시할 수 있다. 좋고 나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가짜를 구분해 낼 수가 있다.
기부의 경험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기부를 해 본 사람과 기부를 안 해 본 사람.. 겉으로 보기에 둘의 차이는 없고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니지 않는 한 티도 안난다. 그런데 기부를 한 사람은 이미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다. 기부 안 해본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할 세상이다. 남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요즘 더불어 라는 단어는 금기어라 하던데..여기에 의미를 두지 마시라.)
기부금은 기부자의 관심과 마음도 섞여 있는 철학적인 돈이다. 비록 돈이 작아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해도 모든 기부금에는 기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기부의 동기는 참 다양하다. 누군가의 첫 기부에는 신념이 없을 수도 있고 억지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단 기부를 하게 되면 기부자들은 단체의 활동에 점점 관심을 키워가고 지지하게 된다(나는 이것을 돈 가는데 마음이 가는 원리라고 말하곤 한다).
기부자는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기부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삶을 산다. 하늘과 땅 차이다.
비영리 단체가 기부금을 잘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1. 돈과 함께 약속(목적사업 수행)을 지키기 위한 책무성을 맡았기 때문이고 2. '기부자'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돈을 잘 못 다루면 기부자의 마음의 싹을 자르는 일이 된다. 결코 사소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모금하는 사람들의 책임 중에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기부자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주어야 한다. 그것이 싹을 틔우고 자라고 꽃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힘이다.
기부자는 보호되어야 한다. 기부자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부자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
정의연이 그리고 나눔의집이 진짜 나쁜 이유는, 단지 돈을 잘 못 써서가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선한 마음의 싹을 잘라버렸다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