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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신애 May 19. 2020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4

#3 기부금의 개념과 속성에 대하여

[칼럼을 쓰는 개인적 소감]

글 쓰는 게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용기도 필요했고, 이성적인 판단과 균형감도 필요했다. 이 칼럼을 쓰려고 할 때 염두에 둔 바램과 원칙들이 몇가지 있다.

1. 기부금과 공익단체, 그리고 투명성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아서 바로 알리고 싶다. 이해를 해야 오해가 줄어든다. 이해를 넓히기 위한 정보를 주고 싶다.


2. 정의연이라는 개별 단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내부 조사를 해봐야 나오기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잘했다 잘못했다는 판단은 하지 말아야겠다. 행여 미리 판단했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안되니까.


3. 정의연이 만든 실수나 잘못 때문에 다른 단체들이 한꺼번에 비난받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정의연의 잘못이 밝혀지면 정의연과 그 책임자들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그 것 때문에 다른 선량한 단체들이 오해받지 말아야 한다.


4. 이 일을 직접 당하지 않았어도 아직까지도 기부금과 투명성, 단체의 리스크를 잘 다루는 일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은 단체들은 당장이라도 인식을 달리하고 개선하면 좋겠다. 몰라서 하는실수가 제일 무섭다.


그런데 이슈가 방대해서 전체 글이 길어지고, 편의상 짧은 호흡으로 읽기 좋게 토막글을 쓰다보니 오해가 좀 생기는 것 같다. 읽는 시점의 문제도 있다. 신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들이 계속 수시로 나오는데.. 내가 시간적으로 먼저 쓴 글에서 신중하게 다룬 내용들이 마치 나중에 밝혀진 일들까지 옹호하는 것인양 읽히는 것을 본다.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의연은 그들의 책임을 져야 하고, 나도 내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어차피 내가 지기로 한 짐이다. 가끔 마음이 어려워진다. 그래도 피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어떤 분들은 적극적으로 메일을 주신다.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신다. 내가 용기를 냈듯 내 생각에 질문이나 이의를 전하시는 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또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용기들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기명으로 힐난하거나 욕을 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숨어서 비겁하게 말하는 그들에게는 인격이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반대의견을 주시는 분들에게는 참 고맙다. 우리의 생각을 더 야무지고 날카롭게 만들어주는 용기있는 그분들 덕에 힘입어 나는 또 이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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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이 뭐길래]

어떤 사안을 볼 때, 먼저 원칙이 무엇인가라는 것과 그 원칙이 이 상황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를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마다 원칙이 달라지고 일관성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나는 우선 원칙을 다루고 나서, 이번 사태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기부금은 생각보다 복잡한 면이 있다. 일반인들의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도 상당하다.

'기부금은 댓가가 없어야 한다, 댓가가 있는 것은 거래이다, 조의금은 기부금이 아니다, 조의금은 개인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의 표시이고 상호부조이고 그 안에도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조의금은 기부금은 아니다, 조의금에 대한 의혹과 기부금에 대한 의혹은 다르다, 기부하면서 댓가는 바랄 수 없다, 그러나 조건은 붙일 수 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는 기부금영수증을 받을 수 없다 등등..'


정의연 사건에서 언론에 다루어지는 내용과 여러가지 의혹들을 보면, 기자들조차도 기부금이 어떤 속성이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모르면 제대로 질문할 수 있는데 굳이 알고 싶지 않은지 질문이 거의 없다. 어쩌면 시간이 없을 수도..). 대체로 잘 모르면 의심이 더 커진다.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기부금은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돈이다. 그래서 신뢰가 깨지면 주저앉게 되는 돈이기도 하다. 기부금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잘 알고 잘 다루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만족할 수 있다.


기부금에 대해서 이해할 때 법이 정한 내용과 기부자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는 기부금이 법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자. 딱 떨어지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특징을 짚어보겠다.


기부금의 개념

 [사회적 개념]

가장 기본적으로 기부금은 자선 즉,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내놓는 돈이다. 취약계층이나 재난 피해자, 난민 등을 돕기 위한 돈이 여기 해당된다. 또한 인간의 삶, 사회를 풍요롭게 하거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적 투자금이다. 즉, 각종 연구비와 장학금, 교육기관 지원, 인문학과 문화예술 지원, 기술개발 지원 등을 위한 돈이다. 또한 공익활동들을 증진하기 위한 중간조직을 위한 사회적 투자금도 여기 해당된다.


그런데 취지가 위와 같다고 해서 정부가 모든 유사한 돈을 기부금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정부 인정이 안된다는 것은 세금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즉, 기부금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법에서 인정하는 적합한 형식을 취해야 한다. 돈이 크거나 현금이 아닐 경우(부동산, 주식, 현물, 기타 자산 등)에 법에서 정한 내용을 몰랐다가는 자칫 낭패를 보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고 황필상씨의 주식 기부라든지,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신 총장의 해외기관 기부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세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악할 일이다.  기부에 대한 세금 폭탄, 누구의 책임일까? 이제는 이런 질문에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기부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고액기부나 유산기부에는 모금전문가가 투입되어야 한다. 단체가 고액기부를 받고자 한다면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기부자에게 알려줄 사항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부자가 보게 되니까. 전문가가 없이 큰 돈 받겠다고하면 다소 무책임하게 보이기도 한다.


[법적 개념]

기부금을 다루는 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정하기 위해 공익법인(단체)의 설립과 운영 등을 다루는 법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법 제32조(비영리법인 설립) 조항과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인데 이 법들은 법무부 소관이다. 또한 공익사업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여러 설립 및 운영 법률들이 있는데 사립학교법, 사회복지사업법, 의료법, 문화예술진흥법 등등 이며,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각 업무의 관할 정부 부처가 관장한다. 또 특수한 공익목적 수행을 위해서 설치한 기관법들이 있는데 대한적십자사조직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같은 것들이다.


다음으로는 대부분의 공익단체들은 경제활동을 해야 하니 법인격 유무에 따라, 단체의 성격에 따라 세무관련 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인세법,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이다. 공익법인들이 수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많은 부분 세금을 경감하거나 감면해주는 근거와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기부금에 대해 매겨야할 세금에 대해 '공익 목적'이라는 이유로 감면해 주게 되면, 정부는 세금 수입에 영향을 받게 되니 엄격히 관리하려 한다. 이 영역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기부금품의 모금 관련 법이다. 이 법은 계속해서 시비가 엇갈린다. 법의 제정과 개정, 수많은 모금 이슈에 얽히섥히 말이 많은 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너무 오래된 법이고, 구닥다리여서 현실과 맞지 않거나 현재 모금의 문제을 제대로 걸러내지도 못하면서 단체의 모금활동에 부담을 상당히 주는 법이라고 소문나 있다. 이 법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대놓고 욕해서 부처에는 미안하다. 개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역할을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 부처에 모금의 개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법을 고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테니 이해도 된다.


법의 전체 윤곽은 다음 그림을 참고해도 좋겠다. 내가 별짓을 다한다.

한국모금가협회의 투명성 교육자료 중 발췌(그림. 황신애)

 

법... 벌써 골치가 아프니 이 정도로 설명을 그치겠다. 일반인은 물론, 공익단체들도 이 모든 것을 굳이 다 알 필요도 없다. 법마다 내용도 상이하고 적용도 다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기관이 적용받는 법 정보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아쉬운 것은 다 같은 공익관련 법인데, 생겨난 배경, 제정 시기, 관할 부처 등이 서로 달라서, 법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중에 꼭 알아야 할 것은

1. 기부금의 목적과 용도가 기관의 정관에 명시된 공익사업(고유목적사업) 내용인지

2. 기부금 받는 단체가 법적 자격이 되는지(지정기부금단체인지)

3. 기부하는 사람이 자발적이고 댓가없이 기부하는지

4.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지이다.


기부는 계약?!!!

세법에서는 기부를 '증여'의 하나로 다룬다. '증여'는 한 당사자가 자기 재산을 무상으로 상대방에게 준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수증자가 이것을 수락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법 554). 아들이 아버지의 돈을 받는 것도 증여지만 비영리 단체가 기부자의 돈을 받는 것도 증여이다. 이때의 차이점은 돈을 받는 주체가 공익법인이고,  사용목적이 공익사업이라는 점이다. 공익법인이 기부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해진 기한내에 정해진 공익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면 세금이 부과된다. 이런 이유로 공익법인의 기부금에 관한 사항은 상속세  증여세법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기부는 계약의 일종으로, 기부자가 일방적으로 재산을 주는 것인데,  전제가 특정 목적(공익)으로 사용하는 것이.


모든 계약에는 쌍방이 존재한다. 기부의 쌍방은 기부자와 단체가 된다. 만약 계약의 한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을 위반하면 계약이 무효가 되므로 상호 계약의무를 잘 지키는 것이 매우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계약서가 중요하지 않겠나. 바로 기부약정서이다. 형식은 자유지만 몇가지 계약이 유효하도록 하는 필수사항들이 기재되어 있어야 하며, 중요한 내용들은 그 안에 다 담겨 있어야 한다.  


대체로 기부약정서에는 기부금의 사용처를 명시하곤 하는데, 이것은 중요한 계약사항중 하나이다. 계약서 안에 담기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임의로 요구할 수 없다. 기부금의 사용은 당초에 정해진 대로 이루어져야 하며, 용도를 단체가 임의로 바꿔서도 안되고, 필요하다면 기부자의 동의를 구해서 변경해야 한다. 다소 딱딱하고 살벌한 내용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 내용을 모르고 엉성하게 일을 진행했다가 시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꽤 많이 보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부자들과 단체간에 이해가 많이 엇갈리기도 한다. 과거에 순수하고 헌신적인, 선비같은 기부자들에게는 어떤 미덕들이 있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즉, 기부금을 주고 뒤돌아서면 따지지 않는 것이 좋은 태도라 생각했다. 기부자들의 절반의 신뢰와 절반의 자기 신념이 합해진 결과, 단체들에게는 다소 마음 편안한 자금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기부금의 사용처 결정에 대해 단체에게 자율권이 있었다.


요즘 기부자들은 달라졌다. 더 의미있는 곳에 기부하기를 원하니 A와 B 단체 중 누가 더 일을 잘하는지 알기를 원하고 상세히 묻기 시작하는데, 단체 입장에서는 기부자가 따지는 내용이 많아지니 돈의 사용이 경직된다. 돈의 규모가 클수록 이 현상은 더 심화된다. 여기서 딜레마는, 단체에게 참 중요한 사업과 필요에 대해 기부자가 잘 모르고 있으면 정말 필요한 곳에 기부하기보다는 '기부자의 보시기에 좋더라'는 곳에 돈이 집중된다. 물론 기부자의 뜻도 중요하다. 그러나, 단체가 일을 잘 하려면 예산이 고르게 잘 편성되어야 좋지 한 쪽은 넘쳐나고 한쪽은 부족하면 결국 부족한 수준에 맞춰 일하게 되는데, 많은 기부자들은 단체가 직접사업비만 쓰기를 원한다. 인력이 부족하면 사업비가 아무리 많아도 사업을 충실히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건비 문제의 딜레마는 심각할 정도다. 인건비는 기부자에게 선호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봉사로 해야지 왜 돈을 많이 받느냐, 사회활동가가 월급 많이 받으면 못쓴다 등등. 이러한 인식이 시민사회문화를 망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심리를 이용해서 어떤 단체들은 '우리는 기부금의 100%를 사업비로 사용합니다'라고 공공연히 홍보해서 기부자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약속을 하는 거라고 보인다.


어떤 일을 잘하려면 역량있는 사람이 오래 해야 경험도, 노하우도 축적된다. 오래 버티려면 어느 정도 개인의 삶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근무조건이 너무 나쁘면 개인들은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결국 박봉인 곳은 계속해서 아르바이트 수준의 초보인력들이 일하게 되는데, 그런 인력만으로 어떻게 사회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말인가. 악순환이다. 그렇다고 NPO의 근로환경을 엄청나게 좋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여건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줄 정도가 되려면, 기부금의 일정 부분을 인건비로 쓰는 것에 기부자들이 기꺼이 동의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단체들은 임의로 쓸 수 없어서 고사하거나 아니면 편법을 기웃거리게 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쁜 경찰, 나쁜 형사, 나쁜 NPO를 만드는 것은 열악한 환경이 큰 몫을 한다.

  

<To be cont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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