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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고양이 Jan 25. 2021

[5분 고전읽기] 정반대의 사랑법, <이성과 감성>


정반대는 서로 끌린다고 그러죠?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지만 반대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그래서 오히려 정반대는 꼭 맞는 퍼즐과도 같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꼭 맞는 퍼즐을 넘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자매가 있습니다. 매너와 예의, 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성적인 언니, 그리고 희노애락과 같은 감정을 막지 않고 그곳에서 깊이 헤엄치기를 즐겨하는 감성적인 동생. 사랑은 서로 존중하는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언니와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강렬하고 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동생. 이렇게나 다른 자매의 사랑법이 궁금하지 않나요? 이성과 감성의 사랑법, <이성과 감성> 소개 시작합니다.


민음사의 <이성과 감성>표지


때는 19세기 말 잉글랜드. 엘리너와 메리앤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서섹스의 놀랜드를 포함한 모든 유산은 전 부인의 아들 존 대시우드에게 넘어갑니다. 아버지는 존에게 ‘너의 의붓동생들을 잘 보살펴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지요. 원래 존은 3000파운드를 동생들에게 주려고 했습니다. 조금 냉정하고 이기적이기는 했으나 의붓동생들이지만 사이가 나쁘진 않았고,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존의 심성을 꼭 닮은 그의 아내 패니는 그 돈이 아깝다며 조금만 주자고 부추기고, 하루빨리 미망인이 된 대시우드 부인과 존의 의붓동생들이 새 보금자리를 구해 나가길 바랬죠. 게다가 자신의 동생 에드워드와 엘리너의 미묘한 기류를 읽고 대놓고 무례하게 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대쉬우드 부인의 친척인 존 미들턴 경이 데번셔의 코티지를 그들에게 싼 값으로 제공했고, 그들은 데번셔로 가게 됩니다. 단조로운 환경이지만 단조롭지 않은 인물들로 가득 찬 데번셔에서 이들은 조금씩 적응하게 됩니다. 친절 베풀기를 즐기는 존 미들턴 경, 우아함을 자랑하고픈 레이디 미들턴, 중매를 서지 못해 안달 난 제닝스 부인과 과묵한 브랜든 대령, 매력적인 인상의 소유자 월러비 등을 만나며 새로운 사교의 문을 열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리앤은 월러비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감성적인 메리앤은 온몸을 내던질 만큼 월러비에게 열정적이고, 이성적인 엘리너는 그런 메리앤을 걱정하며 자제하길 바라죠.


시간이 흘러 월러비는 런던에서 온 편지를 받고 굳은 얼굴로 급하게 떠납니다. 윌러비가 떠난 뒤 다시 조용해진 데번셔에 새로운 손님, 스틸자매가 찾아오죠. 그리고 엘리너는 알게 됩니다. 스틸자매 중 동생, 즉 루시 스틸이 에드워드의 비밀약혼한지 4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요. 루시는 에드워드와 곧 결혼할 것이며 이 사실을 에드워드의 어머니, 페라스 부인에게 말할 때 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사실 루시는 제닝스 부인과 다른 이들이 말하는 엘리너의 약혼자(정확히 말하자면 약혼할지도 모르는 상대)가 에드워드 페라스 라는 것을 알고 질투심에 고의적으로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었죠. 엘리너는 충격에 빠졌지만 실연에 빠진 메리앤, 그리고 모두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고 애씁니다.


그런 와중 제닝스 부인은 엘리너와 메리앤에게 런던에서 함께 겨울을 나자고 제안합니다. 엘리너와 메리앤은 런던으로 오게 되었지만 런던의 사교생활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월러비가 메리앤의 마음을 버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메리앤은 실연에 푹 젖어 헤어 나오질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런던에 스틸 자매가 와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엘리너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감성적인 동생은 한없이 감성적이고, 이성적인 언니는 자제력으로 간신히 이성을 붙들고 있죠. 불행이란 불행은 다 닥친 것 같은 자매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이 자매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 <이성과 감성> 스틸컷



제가 생각하는 <이성과 감성>의 감상 포인트는


첫번째, 생동감 넘치는 인물 묘사

소설은 백년도 넘은 옛날이야기, 고전입니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남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사람, 오지랖이 넓은 사람, 무뚝뚝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 잘난 척 하는 사람, 쉽게 경향에 쏠리는 사람. 인간군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딜 가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늘 존재하는 것도요. 또한 제인 오스틴은 식사 자리나 무도회를 그릴 때도 각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아주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드레스를 입고 팔꿈치 오는 장갑을 낀 채로 수군대는 부인들, 빳빳한 카라와 함께 고개를 들고 손에 술 한 잔을 들며 사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사들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풍속극 형식(comedy of manners)

앞서 말씀드린 생동감 넘치는 인물묘사, 그리고 연애와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당시의 사회상과 풍습, 사고 습관이 깊게 담겨있습니다.’(제인 오스틴과 『이성과 감성』 p.508) 그렇기에 당시 영국사회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시대극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무척 매력적인 포인트입니다. 저는 시대극을 볼 때도 복식이나 건축 양식을 제일 먼저 보거든요. 그 시대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음식, 복식, 건축에 담겨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19세기 영국사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제인 오스틴의 소설도 추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세번째,세밀한 감정선

소설에서 극적인 장면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설명이 되지 않으면 필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는 그런 것이 없어요. 지극히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인물은 반대되는 성향부터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지만 그것이 모가 나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행동과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해 이해할 수 있게 하죠. 물론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명 고구마 구간이 있기는 합니다.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서 생기는 소통오류라던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입을 마구 놀리는 등……)하지만 소설 초반부터 쌓아올린 서사로 개연성이 충분하고, 클라이막스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죠.



영화<이성과 감성>포스터 ; 연기파 최애배우들 모음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화



<이성과 감성>은 영화로도 나온 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전개보다는 영화의 전개가 조금 더 시원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어요. 제인 오스틴의 문장 만큼이나 배우들도 섬세하게 연기하거든요. 시대나 배경은 다르지만 오늘날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지나치게 이성적이어서,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 우리는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죠. 그럴 때 자신의 모습, 혹은 다른 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이성과 감성>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밤고양이의 5분 고전읽기,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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