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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azz Feb 24. 2017

"사랑. 자유. 위트"

I am Love, Bigger Splash로 깨달은 인생 구원 3 재료



Bigger Splash, I am Love에 이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는 두 번째이다. 한 권의 패션지 화보를 둘러보는 느낌이었던 I am Love의 인상은 여전히 강렬히 남아있었다. 잊히지 않는, 압도적이었던 마지막 장면의 여운. 이제, 나는 자유를 찾아갈 것이다. 나는 사랑이다가 아닌 나는 자유이다!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틸다 스윈튼의 표정과 정지된 화면은 잊을 수가 없다.


I am Love Bigger Splash 모두 스토리는 다소 진부하다. 누군가 말했던 '사랑과 전쟁'이라는 표현처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탁월하다고 느끼는 지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진부하고 신파적인 스토리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신선하고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마치 늘 먹던 평범하게 쓰이는 재료들도 어떻게 요리하고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음식의 풍미와 여운이 달라지는 것처럼. 그는 아주 훌륭한 요리사다.


I am Love, Bigger Splash 모두 촬영이나 색감, 영상미가 매우 훌륭한데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I am Love가 패션지 화보라면 Bigger Splash는 거기에 좀 더 예술성을 부여하여 회화적이라고나 할까. 스토리는 I am Love가 좀 더 구성이 치밀했다면 영상미는 Bigger Splash가 좀 더 깊이가 있었다. 시선의 처리나 구도 면에서 더욱.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에 아트 한 영상미로 요리를 잘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또 다른 탁월한 점이라면 절제미라고 말하고 싶다. 과한 스토리에 균형을 맞춘 감정 표현의 절제미. 특히 Bigger Splash는 한 공간에 모인 네 사람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잘 그려내고 변화에 따른 감정 표현에 있어 적절한 절제미가 더욱 도드라졌던 것 같다. 균형을 위한 절제라는 것은 참 우아한 것이구나.  



Bigger Splash 영화 홍보 문구 중 "당신의 욕망의 구원이 되어줄게"라는 표현을 봤는데 그 욕망의 구원은 무엇일까, 욕망은 어떻게 구원받을까.


욕망, 집착, 질투, 유혹으로 혼미한 이 인생에서 나를 제대로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늘 내가 나의 구원이라고 생각하는 음악? 이것도 어쩌면 또 다른 내 욕망의 대체 제일 지도 모른다.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요소로 내 인생 요리를 구원해주는 재료 3가지는 바로 사랑. 자유. 위트라고.


인생의 완성은 사랑이고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려면 자유가 필요하다.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영혼의 자유가 필요하다. 또한 언제나 힘든 시기가 다가오기 마련인 인생에서 사랑조차 버거울 수 있는 그 순간을 넘길 수 있는 여유는 바로 유머와 위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두 영화에서는 이 3가지 재료들이 적절하게 쓰인다. 이 3가지 재료가 적절히 인생에 녹아들고 스며들어 있을 때 나는 내 인생이란 요리에서 행복이란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구하기도, 쓰이기도 결코 쉽지 않은 인생 요리의 귀중 재료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Bigger Splash.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영화 나쁜 교육에서 응용했던 호크니의 수영장 작품. Bigger Splash의 모든 장면들이 멋있었지만 압도적으로 시선을 강하게 몰입시킨 건 역시 잠시 시선과 마음까지 정지된 수영장 씬. 회화 작품을 활용한 영화들은 더욱 시각적으로 매력 있다.



마치 후지필름으로 찍은 로모 사진들처럼 콘트라스트가 좀 다운된 색감들과 감각적인 시선 처리와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구도들로 뻔한 소재의 스토리마저 잊게 만드는. 시각적 시선으로 리드해 나가는 표현력이 탁월한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그 영상미에 취해 영화의 향기를 맘껏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아! 틸다 스윈튼의 스타일리쉬한 의상과 마치 자신은 감추고 타인의 감춰진 내면의 욕망을 슬쩍 반영하는 듯한 멋진 선글라스와 우아한 자태를 보는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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