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나 홀로 걷기
화장품 재료를 사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을지로 근처 시장을 들락거렸다.
하루는 테이크아웃 커피 살 곳을 물었더니
재료상 사장님이 말꼬리를 흐리셨다.
“동네가 후져서...”
커피 전문점 같은 건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후, 을지로는 힙지로가 되었다.
2021년 현재, 이곳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곳이다.
매번 감탄하지만...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
사소한 이야기 1>
웬만하면 평일에 돌아다니는 편인데,
그날은 직장 다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주말 외출을 했다.
우** 식당 근처를 지나다
허름한 옥탑에 설치된 조형물을 발견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나 술집일까? 음식점일까?
아무튼 일반 가정집 같진 않았다.
골목길과 관련해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미라
무턱대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난간은 의지할 말한 것이 못 되었고
계단은 무척이나 가팔랐다.
가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정집도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도시 하꼬방(판자집) 콘셉트의,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다.
나는 그날 쉴 새 없이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사소한 이야기 2>
요즘 을지로는 주말마다 길바닥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그날도 나름 차려입은 20대 남녀가 꾸역꾸역 골목에 들어왔고
그때마다 작은 의자와 사각 테이블이 놓였다.
사람이 많아지자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을지로 토박이들은 이런 날이 올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저 좁은 골목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식당일 뿐인데,
그저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난데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니 말이다.
을지로 근처에서>
카페 앵*340은 을지로 치고 규모가 큰 편이다.
외관이 트렌디해서 올라가 봤는데,
내부도 쏙~ 마음에 들었다.
이곳의 최고 매력은 역시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창이다!
완전히 오픈된 창밖을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현재는 공사 중이어서 남산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흠.
카페 화장실을 가는데 위층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호기심이 발동, 얼른 올라가 보았다.
도중에 특이한 전시 공간이 보였는데
눈앞에 두고도 뭐 하는 곳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앞서 가는 남자분에게 물었으나 그분도 처음 올라와보는 거라고.
(그도 나처럼 호기심쟁이인가 보다.)
실례인 줄 알지만 이 가게의 정체성에 대해
주인장께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보니
디퓨저와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방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상호는 WE***74.
둥근 전구가 달려있는 루프탑은
차와 음식을 팔아야 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실내와의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가만히 뜯어보니
비싸 보이는 소품이나 장식은 하나도 없었다.
순전히 감각 하나만으로
이 낡은 공간을 이토록 빛나게 만들어내다니!
역시 재능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