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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Sep 07. 2021

[오늘도 복싱 02 ] 복싱은 발로 한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쏠 수 있을까?

'땡!'


복싱체육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소리가 있다.

경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탄. 바로 공 소리다.


체육관 별로 다르겠지만 대부분 링 근처에 복싱 타임벨이 놓여있다. 회원들은  타임벨 소리에 맞춰 운동을 실시한다.

복싱 타임벨

복싱 경기는 라운드 당 3분, 휴식 시간은 30초다.

최대 12라운드까지 치르는 프로 선수를 제외 모든 경기는 3분 3라운드로 진행한다.


그래서 육관의 많은 운동 프로그램은 복싱 룰인 3분 3라운드에 맞춰있고, 공소리를 기준으로 운동 시작과 휴식을 반복한다.


참고로 2분 30초에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는데 이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리는 신호다. 영화 록키에서는 2분 30초에 울리는 소리를 "네가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표현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비슷했던 걸로...)

영화 록키.수 십년이 지나도 명작으로 인정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 번외편인 크리드 또한 록키 못지 않은 명작이다.

체력테스트 다음 날.

본격적인 복싱 수업에 들어갔다.


첫 수업은 예상했던 대로 스텝.

콩콩 뛰는 리듬감을 몸에 익히기 위해  스트레칭 후 줄넘기를 시작했다. 줄넘기는 공소리에 맞춰 3분 3라운드로 진행했다.


오랜만에 잡아 본 줄넘기라 많이 어색했생각보다 할 만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몸에는 열기가 더해질 무렵, 관장님께 기본자세를 배웠다.


1. 발은 어깨 넓이로 벌리고 발끝 방향은 11시를 향한다.

2. 양 손은 주먹을 가볍게 쥐고 11자로 만든다.

3. 오른손은 아래턱에 붙이고 왼손은 왼쪽 눈앞에 둔다.

4. 이때 턱은 당기고 시선은 정면을 바라봐야 한다.  


전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꽤나 그럴듯했다. 복싱 영화의 주인공 마냥 거울 속 나를 한창 노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관장님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 스텝을 배워볼게요. 스텝은 복싱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별 거 아니라고 대충 하시면 안 돼요."


관장님의 지시에 따라 뒤꿈치를 들고 스텝을 뛰었다.  

스텝 세트는 마찬가지로 3라운드.  상의는 땀으로 다 젖었고, 종아리와 발목에서는 생전 느끼기 힘든 감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총 9분의 제자리 스텝 훈련 끝나자 바로 전진 스텝 단계로 넘어갔다. 정면이 아닌 대각선 방향으로 리듬감 있게 전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제자리 스텝에서 설정한 발 간격을 유지하고, 상체와 하체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어색한 내 몸짓은 마치 관광버스에서 트위스트 추는 어르신들의 춤을 연상케 했다. 또한 하체는 전진하지만 상체는 멈춰있는 모습은 눈 뜨고는 못 봐줄 추태였다.


처음 복싱 자세를 취하며 분위기에 젖어있던 나는 사라졌고, 거울 앞에는 혼자 춤추고 있는 아저씨만 남아 있었다.


관장님께서는 처음에 누구나 다 그런다며 많이 연습하라고 위로했다. 문득 체력테스트를 받다 중도 포기했던 어제가 떠올랐다.


스포츠계의 위대한 선수'무하마드 알리'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던 무하마드 알리의 근본은 스텝이다. 얼마나 위대했으면 '알리 스텝'이라 불리는 그의 풋워크가 후대에 전해지고 있을까.


기존의 복싱 스텝과 궤를 달리하는 알리 스텝도 결국 충실한 기본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복싱장 오면 줄넘기랑 스텝 연습은 꼭 해주세요. 앞으로 배울 복싱 기술의 출발점입니다. 옛날에 체육관에서 줄넘기만 수개월 시킨 이유는 스텝 때문이에요."


기초가 탄탄할수록 기술이 느는 재미가 있을 테니

관장님 말씀대로 줄넘기와 스텝은 빼먹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겠다 다짐했다.


어쨌든 알 배긴 종아리를 부여잡고 오늘도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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