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2. 매일매일 애쓰는 중입니다

돌아보는 육아일기

by hyunju lee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우리나라 육아 환경은 유난히도 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속 유럽이나 선진국의 워킹맘들은 어쩐지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그건 정말 현실의 차이일까, 아니면 환상의 착시일까.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완벽하지 못한 나를 탓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책만 했던 시간들.
전업맘이 부럽다고 말했지만, 막상 주말이면 출근이 기다려졌던 아이러니한 날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참 좋았다.


이제 와서 그 시절을 돌아보며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면서 그리워한다.
뒤늦은 그리움이란 늘 그런 것이다.



오늘도 반성 중입니다.


스티커 붙이기 놀이를 하던 중, 아이가 억지를 부렸다.
나는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화를 냈다.
아이도 울컥한 마음에 남은 스티커를 모두 찢어버렸다.

나는 자리를 피했고, 아이는 소파에서 혼자 잠들었다.
엄마에게 투정 부리고 싶었을 뿐인 세 살 아이.
자존심 강한 그 아이가 먼저 사과하지 않으려는 침묵은,

어쩌면 엄마에게 더 다가오라는 신호였을 텐데.
그걸 눈치채지 못한 채, 다가가지 못한 내가 미안하다.

이제 다시 봐도 이해되지 않는 그날.
나는 단지, 미숙했고 지쳐 있었던 걸까.




워킹맘의 모유 수유는 사치였다.


첫째가 백일도 되기 전, 나는 다시 출근했다.
점심시간이면 수유실에서 유축기를 돌렸지만, 어느 날 회사에 큰 사고가 터졌고, 단 하루 만에 단유 되었다.

밤낮없이 일했다.
아기를 사랑할 여유도 없이, 공허하고 피곤한 날들을 견뎠다.
그 한 달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걸.




오랜만의 휴가, 그런데 두려운 픽업 시간

오래간만에 휴가를 냈다. 평일 육아 한번 해보겠다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지만, 오전엔 혼자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고, 아이는 연장 보육을 신청했다.
배달앱으로 점심을 먹고, 소파에서 뒹굴었다. 시간은 빛의 속도로..

그러다 아이 픽업 시간이 다가오자, 괜히 두려워졌다.
아이 없을 땐 그렇게 보고 싶더니,
지금은 혼자의 시간이 아쉽다.
이런 나는 이중인격자인 걸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업 1개월 만의 식세기 들이자

엄마가 쉰다고 하자, 아이는 처음으로 일주일 내내 어린이집을 쉬었다.
나도 한 달간 전업 주부처럼 지내봤다.

육아와 살림을 동시에 해보니, 나는 참 서툰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물에 손을 담그다 손은 트고, 설거지는 끝이 없었다.
남편이 예전부터 식기세척기를 사자고 할 땐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나 절실했다.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
살림도, 육아도, 일도 다 잘하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단 걸 몸으로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애쓰고 있다.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위로다.




“어린이집 안 갈래”


26개월, 겨우 두 살을 넘긴 아이가 말했다.
“오늘은 엄마랑 있고 싶어.”

그 말 하나 지켜주지 못한 날이었다.
나는 오늘도 늦게 퇴근했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남짓.

그 시간 동안 아이는 ‘학교종이 땡땡땡’을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줬고,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형아가 머리 때렸어. 선생님은 호~도 안 해줬어.”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이는 어느새 내 품에 안기기도 전에 조용히 잠들었다.

‘내일은 더 따뜻하게 안아주자.’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미안함이 가슴 한편을 저리게 한다.

전업 엄마들도 아이와 온종일 함께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래도 아이가 “가기 싫어” 하면 “그래, 오늘은 엄마랑 있자”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아파도, 누가 때려도, 선생님이 구박해도,
다시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

그 현실 앞에서,
나는 조용히 아이의 숨결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미안해. 오늘 네 마음을 지켜주지 못해서.”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할 자신이 없을 때


어느 날 문득, SNS를 멀리하고 싶어졌다.
무책임한 말들, 빠른 비난, 가벼운 감탄.
심지어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도 “땡큐”를 외치는 피상적인 세상.

그 속도와 냉소는 내 마음을 무디게 만들었다.
정직하게 산다고 성공하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세상은 아름답다”라고 말할 용기를 잃는다.
세상이 험하다는 걸,
아이에게 너무 일찍 알게 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속일 수도 없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조차
이제는 조심스럽게 꺼내야 하는 말이 되었다.
엄마로서 나는,
정말 괜찮은 어른일까?




주말 외출, 나도 잘하고 싶다

아이와의 주말 외출은 늘 어렵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도 깔끔하고, 본인도 단정한 데다가

준비물마저 없는 것 없이 신기한 육아템 천국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나
나는 늘 지쳐 있고, 시간에 쫓겨 겨우 외출에 나선다.

살림도 서툴고, 독박육아에 출근이 기다려질 지경.
그래도 내일은,
메이크업도 좀 하고 내 옷부터 먼저 챙겨 입고 외출해 보자고 다짐해 본다.
소심한 다짐이지만,
그것이 엄마로서의 내 하루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겐
이 이야기가 아직,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나는,
어느새 ‘선배맘’이 되었다.

오늘의 '애씀'이 괜찮은 하루였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렇게 치열하게 보낸 시간들조차
지나고 나면 그리움이 된다는 사실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워킹맘으로 살아온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육아 앞에서도, 경력 앞에서도 수없이 흔들렸고,
그때마다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이번《나답게 떠나기》를 쓰게 된 것은
그렇게 힘들게 쌓아온 커리어에 위기를 맞게 되었고
힘겨운 고민의 시간들을 이겨낸 과정들을 글을 쓰면서 지나왔습니다.
쓰는 일은 나를 구하는 일이었고,
돌아보면, 그 글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이 기록이 조용한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애쓰고 있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다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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