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옵티머스 프라임
팝콘을 좋아하시나요?
10월엔 쉬는 날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하루 건너 하루씩 쉬다 보니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언제 또 일주일이 지났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루하루가 지난다. 까만 날인지 빨간 날인지 오늘은 또 무슨 요일인지 헷갈리는 날들을 보내며 주말 저녁 모두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트랜스포머 ONE>
- 행성의 운명을 건 전쟁, 세상을 구할 놀라운 변신이 시작된다!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변신 못하는 하급 로봇 오라이온 팩스와 D-16.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상 세계를 꿈꾸던 둘은 쾌활한 수다쟁이 B-127, 카리스마 넘치는 엘리타 원과 함께 출입이 금지된 지상에 도달한다. 지상에 잠들어 있던 알파 트라이온을 만난 넷은 그의 도움으로 잠재되어 있던 변신 능력을 얻게 된다. 막강한 힘과 변신 능력으로 자유를 느낀 것도 잠시, 자신들의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배후의 존재를 알게 되며 모든 것을 바꿀 전쟁을 시작하는데... -daum 줄거리 소개-
셋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고 고려해서 선택한 오늘의 영화는 <트랜스포머 ONE> 되시겠다.
남편은 운전을 하고 이든이와 뒷좌석에 앉았다. 셋 모두 같이 보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엄마, 우리 팝콘은 무슨 맛 할까?”
“넌 캐러멜 좋아하잖아. 그냥 캐러멜만 할까? 그럼 좀 물리려나?” (남편에게는 묻지도 않고 있었다)
"엄마, 고소한 맛이랑 반반하자."
"왜? 넌 캐러멜만 먹을 거 아니야?"(엄마도 단단짠 취향)
“아빠가 고소한 맛 좋아해. ”
“에? 아빠가 고소한 맛 좋아한다고?”
“응! 엄마 몰랐어?? 아빠, 맞지~~ 이?”
…
그때의 남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정말 심쿵한 표정이었다. (아들, 그걸 알고 있었어? 아빠가 말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았어? 엄마도 모르는 걸… 우리 아들, 어쩜… 너 정말… 하트 뿅뿅) 평소 아들에게 장난을 많이 치고 놀리는 아빠이기에 아들을 향한(나에게도) 그런 표정은 잘 본 적이 없었다.
T아빠를 심쿵하게 한 t아들.
“오오오오~~~”
아빠는 심쿵, 아들은 의기양양, 엄마는 그 상황이 재밌기도 웃기기도 감동이기도 해서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그런데 잠깐만 여보,
난 이때까지 자기가 우리를 위해 먹기 싫어도 억지로 고소한 맛 팝콘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 맛있어서 좋아해서 먹은 거였네?
왜인지 모르게 배신당한 느낌이다.
그날따라 캐러멜 팝콘보다 고소한 맛이 더 맛있어서 이든이와 난 고소한 맛 팝콘을 더 많이 먹었고 아빠는 캐러멜 팝콘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팝콘은 사랑이고 “옵티머스 프라임”은 너무 멋있었고 영화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남편에게 고백했다.
“여보, 미안해.
내 이상형은 옵티머스 프라임이야. “
남편은 어이없는 표정을 하다가
곧, 로봇처럼 어깨와 가슴을 부풀리며 손을 허리에 대고는
“아임 옵티머스 프라임 ”
하며 로봇 목소리를 냈고 ‘옵티머스 프라임 마스크’도 사야겠다고 말했다.(마스크까지 사면 뭐 인정 ㅎㅎ)
빵 터진 나는 닮았다며 남편을 바라보고 웃었고,
이든이는 우리 둘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고
결국 셋은 모두 로봇 흉내를 내며 로봇처럼 웃었다.
같은 경험을 한 후에 나누는 이야기들은 고소한 맛이면 어떻고 캐러멜 맛이면 또 어때.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빨강머리 앤>
팝콘은 설레고
영화는 맛있다.
추신 : 마블 덕후 여러분, 그리고 트랜스포머의 뒷 시리즈들에 조금 실망감을 느꼈던 트랜스포머 팬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토르와 블랙 위도우의 목소리도 함께 만나보세요^^
(여보 눈감아- 사랑해요 크리스 헴스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