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에 이어 디킨슨의 시를 읽었다. 짧고 힘있는 문체에 독특한 기법 '―'를 사용했다. 일백 년 전 훨씬 이전, 이렇게 개성 넘치고 고집 쎈 여성 시인이 있었다니― 놀랍다― 아, 이 가로 획(Dash), 이거 중독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시를 발표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며 평생 시만 지으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죽고 난 후, 그것도 반세기가 지난 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신들은― 에밀리 디킨슨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셨다. 위대한 여성 시인으로―
이런 면에선 방금 전 집으로 돌아간 페소아와는 사뭇 다르다. 정반대다 ― 페소아는 이명까지 쓰면서 세상에서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 하지만 디킨슨은 여성이다. 그리고 페소아보다 반세기 선배 시인이다. 두 시인 모두 격동기의 세상을 살았다. 페소아는 밖에서 적극적으로 시를 썼다. 반면 디킨슨은 안에서 숨어서 시를 썼고 발표하지 않았다. 그냥 꼭꼭 숨겨두었다. 아마도 페소아가 늘 하던 말과 철학,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이미 선배 시인이 몸소 실천한 것이었다. 페소아와 디킨슨, 두 명 중 시인됨으로서는 당연 디킨슨이 으뜸이리라. 모든 시인의 모범이리라. 그리고 디킨스의 작품의 경우는 매우 짧고 힘차다. 번역자가 꽤 힘들었을 듯 싶다. 또한, 번역에 다소 의문이 드는 문구들도 있었고, 기독교적인 성향이 약간 나타났지만, 죽음, 영혼과 자연 등이 바로 그녀의 시다. 죽음과 허무도 그녀에게는 힘이다. 그녀는 타자들에게는 소극적이고 비관적으로 보일진 몰라도 그녀 자신은 매우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Dash가 바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