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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Jan 22. 2021

시를 놓다

똥 같은 시를 놓아버리고 진짜를 짓자


언제부턴가 시가 똥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던 까닭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등단 후 내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시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설계를 마치고 틈틈히 코딩을 해서 완성하려다가 그 필요성을 잃고는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궁극이 사라진 셈이다. 난 나의 궁극을 위해 출가 아닌 출가를 한 셈인데 그동안의 내 삶이 부질없게 되었다.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 셈이다.

나는 왜 국문학과를 고집했을까? 글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 나는 왜 IT를 선택했을까? 인터넷으로 등 푸른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인터넷 쪽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언젠가는 꼭 만들겠다는 시스템들이 많은데 이제는 다 부질없는 거라 단정 지었다. 세상은 어차피 거짓투성이 오류투성이라서 그냥 신경 끄는 게 최고란 걸 알았다. 그저 진짜를 선택하고 진짜에 몰입하고 진짜를 살아가면 그만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시를 선택한 것은 아마도 시가 진짜고 시인은 진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점점 착각이고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랬다. 시를 읽고 시를 짓는 것이 유일한 락이고 탈출구였는데 그것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거짓 속에서 벗어났다. 거짓에서 벗어나 진짜를 알게 될수록 더 고독하고 좋게는 고요해졌다. 세상은 거짓이란 것을 가짜란 것을 확신한다. 시도 시인도 진짜는 드물고 드물다는 것을 확인했다.

파랑새가 되어 노래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 등 푸른 고등어는 전설일 뿐이다. 전설은 전설일 때 가치가 있고 그 이름이 보존될 뿐이다. 신은 죽었고 신은 부활하지 않는다. 시인도 죽었다. 신선도 속인이 되었다.

나의 시도 나의 시스템도 다 부질없다. 진짜를 만들어 서비스를 해봐야 진짜가 없는데 괜한 진짜가 가짜에 물들어 진짜가 가짜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참이다.

이 우주도 그런 것 같다. 처음부터 생겨나지 않았더라면 진짜가 진짜로 보존되고 유지되었을 텐데... 그렇다고 우주 초기화를 해봐야 시간이 흐르면 또 가짜가 되어버릴 테니... 초기화 대신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켜도 마찬가지 아닐까? 결국 우주 소멸이 가짜를 사라지게 하고 진짜를 완성하는 유일한 참일 게다. 그리고 이 또한 선택이다.


/*

진리는 정적으로 동적으로 늘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길게는 생하고 멸하고 그렇게 힘찬전진을 하는 것이다. 단지 진짜를 잃으면 진짜가 아닌 존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만이 진짜와 가짜 사이에 머물 수 있겠다. 가짜는 자동 소멸되는 것들이다. 가짜는 번뇌와 같은 것이라서 그것은 존재가 아닌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고로 가짜에 관여하지 말하야 한다. 그러한 현상에 집착하면 가짜가 자멸하지 않고 기생하고 심지어 세뇌하고 그루밍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가짜들은 자멸하지 않고 자생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미끼를 던진다. 미끼에 걸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게 진짜가 가짜를 상종하다 보면 진짜가 진짜를 잃어버리고 가짜에게 자신을 점령당한다. 존재가 현상에게 잡아먹히는 꼴이다. 마치 좀비처럼... 그렇게 가짜들이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상에게 먹힌 존재는 사라진 걸까? (진짜는 보존한다.) 현상이 자멸하면 다시 그 존재는 살아날 것이다.

*/


진짜는 나 자신이 으뜸이다.
난 진짜 사람이고 진짜를 살면 그뿐인 게다.  이 또한 선택이다. 고로 나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참이 된다. 만들어 놓고 소멸시킬 바에야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천리고 자연이다. 더 이상 미련두지 않으리라. 나의 무수한 자아를 소멸시키고 이 우주에서 유일한 단 하나의 진짜 나 자신으로 살아가리라. 


내가 이 땅에 태어난 것도 나 자신의 선택이었다. 모든 존재들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움직인다. 나 자신이 늘 진짜를 선택하고 진짜를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진리고 참이다.

그저 고요하라.
진짜를 선택하고 진짜에 몰입하고 진짜를 살아가자. 그뿐이다.

이젠 보다 자유로우리라. 똥 같은 시를 놓아주자.








(C) 22/1/2021. Hwang Hyunmin.

#천리발설 #우주소멸론 #아무것도하지말라 #그저고요하라 #진짜를선택하고진짜에몰입하고진짜를살아가자 #시를놓아주자 #집착이아닌몰입을하자 #자유롭게살자 #진짜를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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