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바이러스
황현민
이 방은 위태롭다 이 방은 수면제다 이 방은 졸음과 잠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개꿈과 가위눌림들ㅡ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이 방을 다녀갔을지도 모른다 내 방은 깊은 수면 중이다 내가 지은 물과 밥과 찌개에 또 누군가 균을 심어 놓고 갔을지도 모른다 내가 잠든 사이 나를 구성한 몸과 영혼을 실험하고 갔을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찌개에 밥을 먹을 뿐이다 이 방은 끄떡없다 어제의 일상을 고수한다 이걸 기회 삼아 자연 면역의 강자로 부활할 터다 실험 끝에 강한 히어로로 부활할 터다.
푸하하핫하,
이 방의 웃음소리다
이 방은 게으름에 관한 메모가 아니다 이 방은 미동에 관한 기록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다 북극곰의 겨울잠처럼
이 방은 느림도 아니다 이 방은 수면이다 추운 겨울 환기되지 않은 옥장 속 숨은 곰팡이 같은 거다 그렇게 봄날을 기다리고 여름을 그리워하는 거다
더 이상 이 방을 세뇌하려 말라
이것은 절대 게으름이나 피안이 아니다 이것은 길고 긴 밤일뿐이다
차라리 고요나 혁명이라고 하자
(C) 14/02/2022.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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