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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Jun 05. 2023

하나님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336


하나님

황현민





잠을 잔다

꿈을 꾼다

꿈인 줄 모르면서 꿈을 꾼다

내 꿈이 아니다

내 꿈이 아닌 것은 다 개꿈이야

개꿈 투성이다

다시 눕는다

잠을 자고 다시 꿈을 꾼다

꿈인 줄 모르면서 자꾸 꿈을 꾼다

꿈에 시달린다

잃어버리지도 않은 가방과 자전거와 자동차와 집과 마을을 찾아다닌다 찾더라도 이내 사라지고 다시 찾아 나선다 가슴이 미어터진다 자꾸 사라지는 텅 빈 허공 속으로 옷가지와 소품들을 주워 담는다 수없이 반복한다

꿈속의 나는 너무나 가엾고 어리석다

나의 꿈속에서 나는 주연이 아니다 조연도 아니다 나의 꿈인데 내 목은 벙어리다 몸은 목석이다

아주 가끔씩 도심을 날아다닌다 목적지도 없이 아주 느리게 떠 다닌다 이때가 그나마 내 꿈 같아

꿈인 줄 알면 이내 깨어버린다

다시 눕는다

잠을 자고 다시 꿈을 꾼다

꿈인 줄 모르면서 자꾸 꿈을 꾼다

꿈에서도 자꾸 눌린다

꿈인 줄 알아야 하는데

내 꿈을 꿔야 하는데 내가 꿈속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다시 눕는다

잠을 청한다

이번에는 꼭 내 꿈을 꾸리라 다짐하면서










(C) 2023.06.05. HWANG HYUNMIN.

#꿈

#주인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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