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하늘
황현민
비가 그쳤길래
오랜만에 방구석을 나와 거닐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하늘은 얼굴을 금세 바꾸었다
구름들이 이상해
왼쪽과 오른쪽이 너무나 달라
동쪽 구름은 두리뭉실하게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투명한 회색빛으로 흩어져 사라지는데ㅡ 손톱 달이 떠오르고 노을이 떨어지던 서쪽 하늘ㅡ 서쪽의 구름은 사방팔방으로 갈갈이 찢겨져 깃털처럼 흩날리다가
점점 번지는데ㅡ
새하얀 물감으로 짙게 색칠하듯 서쪽 하늘 끝까지 가득 매웠다
저것은 구름이 아니야
지금 저 하늘은 하늘이 아니야
왼쪽과 오른쪽이 너무나 달랐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서쪽 하늘 위로 비기싫은 구름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C) 2023.07.24.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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