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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Aug 28. 2016

포스트 타워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41


포스트 타워

황현민




그의 머리는

로버트 태권브이를 닮았다


그 머리 속에는

철부지 훈이가 살았고

영희를 잊지 못해

나이 마흔에 아직 솔로다

아니, 호구다


태권브이를 닮은

이제는 없다

정의 앞에서 벌벌 떨고

불의 앞에서 오줌을 지린다

멋진 발차기는 개발이 되었

삼십육계 줄행랑이 그의 주특기


이 나라에서

태권브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그는 직장이

깡통 로봇과 함께

역과 역 사이에서 구걸하며 살아왔다

고춧가루를 뿌리며

자신들의 영역을 겨우 보존할 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그의 머리는 기억을 잃었다 무적의 우리 친구는 사라졌다


명동 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를 떠올린다

제 기능을 상실해 버린 위대한 정신을


사실은

그의 머리는 마징가 제트를 닮았다

나는 처음부터 착각하며 살아왔다










2016. 8. 28


명동 거리에 포스트타워가 있다. 이 건물을 볼 때마다 로버트 태권브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로버트 태권브이가 아닌 마징가 제트의 머리를 닮았다. 그래도 나는 매번 로버트 태권브이를 떠올렸다.

나만 그런가?



* 위 사진은 egloos에 올린 KIMMI님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로버트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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