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의 어린이용을 보고 있으면 사람 사이에 관계나 선과 악 보다는 복종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거미가 된 아라크네'도 그런 이야기 중 한 꼭지이다. 아라크네는 자존감이 높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잘못이라면 기고만장했던 점이다. 스스로 아주 뛰어나 신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 아라크네를 아테나는 아주 무섭게 혼쭐을 낸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만한 아라크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 대결을 강요한다. 여기서 아라크네가 신인 아테나 보다 당연히 못짰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나 대결에서도 아라크네는 아테네와 비등비등할 정도로 천을 잘 짠다.아라크네도 잘못을 하긴 했다. 신들을 조롱하는 천을 짰으니까.
아라크네는 아테나가 혼내는 이유를 끝까지 모른 채 자신을 혼내는 그 상황이 싫고 무서워 목숨을 던진다. 아라크네의 잘못은 오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테나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고 벌을 받는다. 그리스 신화의 면면에서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도전에 대한 벌이 보였다. 아이들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좋아한다.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와서 만난 수 많은 별자리, 꽃, 동물들의 기원을 이야기로 만나서일꺼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오랜 옛날 그리스 사람들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반짝 반짝 눈을 빛내며 신화에 등장하는 별을 찾아 보았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의 이면이 대부분 신에게 도전하다 혼쭐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사람에게 불을 가져다주어 계속 벌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들은 사람이 신들처럼 불을 사용하여 신과 더 비슷해질까 우려안 것이 아닐까? 신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살면서, 신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가혹하게 내친다.
꼰대, 갑질 등의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스신화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을 것이고, 커서 읽은 성경책 또한 초등학생 시절 주일예배에서 들은 내용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을 위해 각색되어나오는 그리스신화는 그런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수가 없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복종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된 걸지도 모르겠다.
7살 된 둘째아이가 어린이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며 “이 신은 착해?, 아라크네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자꾸 물어본다. 아이에게 “신도 아라크네도 완전히 나쁘거나, 착한사람은 없어.”라고 말한다. 과연 그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말을 해도 되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착해나 나빠라고 단정지어 대답하고 싶진 않다. 아테나가 자신이 가진 걸 이용해 아라크네를 혼내고 벌주는 일이 지금 생긴다면 법적으로도 여론에서도 뭇배를 맞을지도 모른다. 오만한 아라크네도 기분이 나쁘다고 자신이 가진 재주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신)을 까는 건 옳지 않다. 쌍방과실... 아이에게 그렇게 이야기 해주었는데 아직 7살 아이는 아직 이해는 되지 않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