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안녕달

by 릴리안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은 나올 때마다 찾아서 구입하고 보고 또 볼 정도로 사랑한다. 표지만 보고 있어도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림책이 파스텔톤에 따스한 느낌이라 보기 시작했는데, 자꾸 빠져든다. 안녕달님이 전작인 왜냐면, 수박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속 세상은 현실적이지 않는데 머릿속에서 있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메리는 온전히 현실 그대로이다. 메리 속에 나오는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 나의 고향과 너무나 유사해서 뭉클해진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메리를 좋아한다. 메리에 등장하는 경상도 사투리 대사를 엄마가 제대로 된 억양을 살려 읽어주면 까르르까르르 웃는다. 메리는 사투리뿐만 아니라 책 전체가 나의 살던 동네를 생각나는 책이다. 우리 집에도 수많은 메리들이 거쳐갔다. 이름도 없었고, 어디서 나타나서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는 우리 집 메리들에 대한 기억이 스쳐간다. 노란 아이도 있었고, 점박이도 있었고, 때로는 고모집이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하얀색 작은 개가 메리가 되기도 했었다.


아주 아기 때 우리 집에 와서 커다란 개가 될 때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했는데 아기 때 만난 그 개들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가끔 새끼를 낳은 메리도 있었다. 그러면 개집에 들어가 새끼들을 감싸고 으르렁 대곤 했었다.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이 어미젖을 먹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갔다. 그 시절 메리는 옆집에도 뒷집에도 있었고, 내 친구들 집에도 꼭 있었다.


메리에 나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친정 부모님 같으시고, 쌀을 짊어지고 오는 아저씨는 동네 이장님 같으시다. 그리고 할머니 손을 잡고 쭈뼛쭈뼛 소심한 손녀에게서는 일하는 동생을 대신해 친정에서 엄마가 돌보고 있는 조카가 보였다. 어쩜 그림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집 계단 마저도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우리집 계단 모양가 유사했다.(아마 그 시절 그런 양옥집 짓는 게 유행이었나 보다)


메리가 낳은 강아지는 인심 좋은 할머니가 관심 보이는 사람들에게 한 마리씩 나누어 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떠난 집을 홀로 지킨다. 혼자가 된 개 한 마리와 한 사람은 마당에 나란히 밥을 먹는다. 밥먹는 사람 한명이 평상에 앉아 있는데 어쩐지 쓸쓸하지 않다. 안녕 달님의 책에는 할머니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혼자인데(메리가 있으니 혼자가 아니신 건가) 이상하게 외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웃는 모습의 그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풍경과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포근하다. 할머니집 대문은 환희 열려있고, 또 그렇게 강아지를 얻어간 이장님과 이웃 할머니가 언제든지 한마디를 할 것이다. 할머니의 자식들과 그 아이들이 또 금방 할머니 집에 메리와 할머니를 만나러 올 것임을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전체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받아주는 포근한 나의 고향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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