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이 찔끔

요시타니 신스케

by 릴리안

'요시타케 신스케'라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를 쓴 이세 히데코라는 그림책 작가도 좋아한다. 특별히 나라를 따져가며 책을 읽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매력을 느끼는 책들은(한국을 제외하고) 일본이나 러시아, 북유럽의 책일 때가 많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주류라고 배워온 것에서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러면 나는 그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진다. '나의'라는 소유격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영어의 'my', 나의 부모님, 나의 남편, 나의 딸, 나의 친구,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나의 책.. 나의는 나에게 아주 소중하고 따뜻한 무언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 아닐까?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를 읽으며 오래전에 읽고 책장에 꽃아 둔 '요시타케 신스케'의 '오줌이 찔끔'이 생각났다.


나의 사춘기는 아주 조용했다. 부모님이 보기에는 별 사고 치지 않고 적당한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선 '마마걸'이었다. 학교에서는 수다도 떨고 곧잘 어울리지만 방과 후에 놀자고 하면 "엄마가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했어."라고 말하고 집으로 쪼르르 가버리곤 했으니 그런 별명을 가지는 건 필수 불가결했을 것이다. 집에 공부를 하러 간 건 당연히 아니었다. 텔레비전 보고, 순정만화책 읽고, 그때 당시에 막 유행하기 시작한 청소년 소설 따위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친구랑 노는 게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묘하게 겉도는 느낌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느꼈다. 16살이었던 것 같은데 가정방문 오신 담임선생님이 우리 엄마에게 '헬레나는 친구가 없어요. 두루두루 잘 지내기는 하지만 친한 친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사춘기 내 마음에 콕 박혀서 그때부터 '나의' 무언가를 갖고 싶어 졌다.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는 나의 친구'가 16살의 소망이 되었다. 사춘기에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의'가 없다는 건 외로움의 원천이 되었다. 20살이 넘어서는 (지금에 와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인걸 알지만) 세상에 나를 완전히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나를 꼭 닮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나의 딸'을 가져야겠다고 혼자 결심하기도 할 정도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것이 없는 나'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오줌이 찔끔'은 나의 그런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쓴 글 같았다. 오줌을 누고 나면 맨날 찔끔해서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 아이는 찔끔한 팬티 위에 바지를 입으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아니 어쩌면 그래서) 나의 비밀이 외롭다. 외로운 아이는 세상에 나랑 똑같은 사람이 또 있을 거라 믿으며 그런 사람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뭔가 곤란해 보이는 아이에게 찾아가 '오줌이 샜니?"라고 물어보면 "옷에 붙은 이게 까끌까끌해서 불편해"말하는 식이다. 매번 실망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아이는 세상엔 '나와 다르지만 각자 다른 나의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며 조금쯤 성장한다. 그러다 아이는 마침내 찾게 된다. 자기랑 똑같은 곤란을 겪고 있는 '나의 할아버지'를.. 아이의 눈높이와 똑같이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환하게 웃어주는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가 반가워 환하게 웃는 아이.


'오줌이 찔끔'은 읽을 때마다 코끝이 시큰해진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봉해놓았던 질풍노도 외로웠던 나를 위로해주는 그림책 같아서. '요시타케 신스케'가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어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찔끔 샌 거잖아. 바지를 입으면 아무도 몰라. 게다가 조금 있으면 마르잖아."라고... 세상에 나랑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기에는 세상 사람들은 각자 아주 바쁘다. 그럴 때마다 다른 불편함이지만 비슷한 마음을 느끼는 이 책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가 되어 주자고.... 나의 딸에게, 나의 남편에게 나의 부모님에게 '나의 엄마, 나의 부인, 나의 딸이 되어 눈높이를 맞추고 들어주고 공감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사춘기의 나에게 '나의' 친구가 되어 말을 건네 본다.

"나도 오줌이 찔끔했었어. 나는 나의 친구를 찾았어. 너도 지금은 같은 너의 친구를 찾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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