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크림봉봉

에밀리 젠킨스

by 릴리안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뒤적거리다 보니 '산딸기 크림봉봉'이라는 맛있는 제목과 볼이 빨간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맛있고 달콤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뒷면을 보니 책을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소개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4세기에 걸친 생활사의 변천을 아름다운 감각으로 그려 냈다."



'산딸기 크림 봉봉'은 1710년, 1810년, 1910년, 2010년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산딸기 크림 봉봉을 만드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하나의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습이라는 작은 것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충분히 표현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고, 강요되지 않으며 아름답고 감각적이다. 월스트리트에서 단 한 줄로 정확하게 이 책을 표현하였음을 책을 읽으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글이나 말로 설명해야 하는 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장에 명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에 놀라곤 한다. 산딸기 크림 봉봉도 그러하다. 글은 많지 않지만 그림 안에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그림책은 오래오래 그림을 보아야 한다.


1710년의 여자아이는 엄마와 들에 나가 산딸기를 따고 소의 젖을 짜서 크림봉봉을 만들고 그걸 언덕배기 얼음 창고에서 차갑게 만든다. 그리고 저녁에 후식으로 크림봉봉을 먹는데 아빠와 오빠와 남동생은 식탁에서 먹고, 딸아이는 부엌에서 양푼이 남은 크림봉봉을 먹는다. 1810년에는 산딸기 농장에서 흑인 여자아이와 엄마가 산딸기를 따서 크림 봉봉을 만든다. 그리고 집주인들이 나눠먹고 남은 크림봉봉을 엄마와 딸이 벽장 속에 숨어서 긁어먹는다. 1910년에는 엄마가 요리책을 찾아 읽고, 우유는 멸균되어있다. 그리고 우유를 내는 거품기도 손잡이가 달려 금방 아주 쉽게 우유 크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딸아이는 함께 요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고 크림봉봉 후식을 먹는다. 2010년에는 아빠와 아들이 등장한다. 아빠와 아들이 마트에서 산딸기와 우유를 사서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보고 자동 거품기로 우유 거품을 내어 크림봉봉을 만들고 친구들이 준비해온 음식들과 함께 파티를 한다.


'산딸기 크림봉봉'만들기 하나로 400년 동안 우리 삶이 얼마나 변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와 요리를 만들 때 표정이 기대와 즐거움에 차 있는데 흑인 소녀는 열심히 하다가도 시무룩해는 그 표정에 내 마음까지 짠해졌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장면은 요리 도구와 기술이 발달한 1910년의 모습이었다. 여기서는 요리하는 동안 딸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빠는 일을 하러 가고 엄마는 가사를 전담하게 되면서 엄마들은 더 이상 딸에게 일을 시키지 않게 되었던 시기인 듯한데 훨씬 편해진 요리 도구들을 사용하여 쉽게 요리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 엄마가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2010년 특별한 날 한정이라는 꼬리표가 있지만 아빠와 아들이 요리를 한다.


남녀차별과 노예제도에 대해서도 다루면서, 사이사이 우유와 산딸기 같은 농작물의 취득과정의 변화, 거품기와 냉장고의 발달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림과 글로 녹여내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무겁거나 어렵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랑스러운 아이들 그림과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일 것 같은 '산딸기 크림봉봉'을 주제로 해서 이지 않을까? 거기다 매번 등장하는 '음. 음. 음', '살살 녹아요, 녹아!'라는 문장들이 역사의 단면,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을 보게 하다가도 달콤한 디저트를 먹은 느낌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하나의 그림책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지루하지 않게 담는 일을 해내다니 놀랍다. 글을 글대로 좋고, 그림은 그림대로 좋다. 보통 그림책보다 많은 글을 담고 있는데도 한편에 모두 배치하지 않고, 그 일이나 생각하고 하고 있을 법한 그림 위에 배치하여 글이 많지 않게 느껴지고, 그림에 생동감까지 만들어 낸다. 책의 마지막에는 정말로 산딸기 크림봉봉레시피가 적혀있다. 딸아이와 그림책을 같이 읽으며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침 산딸기가 제철이니 레시피대로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들어 봐야겠다. 아주 쉬워 보이는데 과연 그 맛이 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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