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야,
그런데 최근 6살 꼬마어린이인 우리 환희는 "결혼하기 싫다. 죽지 말아라."라는 말을 자주 한단다. 그리고 가끔은 결혼은 귀찮은 일이라며 아이가 생기면 너무 힘든 일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지. "과학자도, 요리사도, 물건을 직접 만들어서 파는 문방구 사장님도 되고 싶은데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일도 못하고 힘들고 그러는데 아이가 생기는 건 소용 없는 일이다" 라는 너의 말이 엄마에겐 꽤나 큰 충격이였단다.
사실 엄마가 환희를 만날 현실적인 준비 없이 자만했고 육아와 집안일이 버겁고 힘들어 마음에 병이 왔다 갔었지.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익숙해졌고 환희의 순간순간의 모습들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을만큼 엄마도 조금 더 편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낯설고 부담스럽고 사양하고 싶은 전업주부라는 옷을 입은 엄마의 모습이 너의 성장과 함께 했으니... 어쩌면 의도하지 않은 편견을 심어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살림을 못하고 재미 없기 때문이고, 일을 못하는 것보다는 환희와 있는 시간이 너무 고맙고 좋기 때문에 결정한 엄마의 선택이란다. 엄마는 오히려 환희 덕분에 많이 배운단다. 민들레가 어찌 생겼는지 구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잊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 모습들을 보게 되었어. 아빠와 결혼을 하고 환희를 만났기 덕분에 엄마는 조금 더 확장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단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을 더 크게 보고 내가 가장 힘들다 생각하는 어른들의 나쁜 습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가봐.
딸!!!
덕분에 엄마가 또 조금 자랐어. 고마워.
4월에 처음 쓰고, 7월에 마무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