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링을 배우다
몇 주 전 세일링 초보 수업을 시작했다.
첫날은 Dinghy라고 불리는 작은 1인용 돛단배를 운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조금 더 큰 2인용 Laser 2000을 운전한다. 기초를 배우고 나면 이론상 더 큰 배도 탈 수 있다. 모터 없이 순전히 바람의 힘으로만 배를 움직인다.
물에 들어 가기 전, 앉아서 이론 수업을 간단히 듣고 바로 혼자 물에 들어간다.
운동 신경 제로에, 운전 경험도 거의 없는 나는 들어가자마자 배를 안정시키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자꾸 방향을 돌리려다 가장 먼저 배가 뒤집히는 영광도 내차지였다. 바다쪽으로 나가서도 아니고, 땅에서 아마 2미터도 안가서 였을 거다. 세일링 강사가 "Do you drive (너 운전할수있니?)" 라고 짜증을 내며 물었다. 내가 "노" 라고 하자 돌아오는 혼잣말은 "No wonder...(어쩐지..)" 였다.
세일링이라는 스포츠는 쉽게 접할 일이 없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해보니, 세일링은 운동신경도 좋아야 하지만 뇌를 써야 하는 운동이다! 바람이 어느쪽에서 불어오고, 어느 쪽으로 돛을 펼치고, 어느 정도로 바람을 안고 가야 빨리, 또 느리게, 또 방향이 맞게 가는지 알 수 있다.
하고 나서 느낀점은
1. 아...내가 원래 이렇게 돌머리는 아니었는데. 였다.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운전이 익숙하면 조금 더 쉬워질까?
2. 대중 매체에서 보면, "배타는 사람들"의 성격은 대부분 거칠다. 실제로 배를 타보니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단체 호흡이 중요하고, 선장의 말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금방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특히,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센 날에는 더욱 그렇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 성격이 원래 온화했더라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3. 모터달린 배가 생기기 전, GPS가 생기기 전, 심지어 제대로 된 지도도 있기 전에 망망 대해를 무작정 여행한 역사속 인물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생겼다. 바다위에 동동 떠있는 빨간 깃발을 향해 제대로 방향을 맞추기도 힘든데, 땅이 보이지도 않는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방향을 찾고 이동했는지, 인간은 정말이지 못하는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