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한달살기, 어떤가요?

by 김느리


어느 도시에서 한달살기!


대한민국의 한달살기 열풍은 아직도 ing 중이다. 수많은 이들이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도전을 즐긴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단순히 쉬기 위해,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어디 어디 한달살기를 검색하고 있겠지. 몇 개월 전 딱 내 모습처럼.


아직은 어린 38개월 아이와, 암수술 후 항암으로 약해진 친청엄마를 모시고, 어디에서 살아볼까 고민하던 내 모습.


당시에 난, 공기 좋고 날씨 좋은 곳이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우리 엄마 좋은 공기 마실 수 있는 곳이면 족했다. 그리고 오게 된 크로아티아 자다르.


핑크색 하늘, without filter


2016년에 자다르가 유럽 최고의 도시로 뽑힌 사실은 내가 이 곳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었다.


https://www.europeanbestdestinations.com/best-of-europe/european-best-destinations-2016/



크로아티아는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YES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자다르는 한식당이나 한인마트가 없어 불편하다 정도의 아쉬움 빼고는 평화롭게 살기 참 좋은 곳이다.



크로아티아에서 살기 좋은 10가지 이유


1. 착한 마트 물가


신선한 생선, 정육점, 즉석조리식품!

외식물가는 비싸지만 마트 물가는 착한 편이다. 독일 브랜드 대형마트 SPAR와 식료품점 콘줌에선, 각종 과일, 채소, 돼지고기 등을 정말 저렴하게 팔고, 가공품과 공산품은 우리나라랑 비한 가격선이다.


과일 채소를 듬뿍 담아 셀프로 가격표를 받아보면 놀란 입을 닫을 수가 없다. 사과 1kg를 사는데 1.200원이 찍힌다. 와우!


매일 아침 시장이 열리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판다.
이 곳 꿀은 프로폴리스가 듬뿍!


하지만 요리 재료가 한정되어 있어 아쉽긴 하다. 우리나라처럼 각종 쌈채소, 나물들이 많은 곳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곳의 해산물, 특히 연어, 송어, 오징어, 문어는 최고이고, 소고기는 비교적 맛이 없지만, 오븐에 구워 먹는 삼겹살 목살은 기가 막힌다. 돼지고기 가격도 정말 착하다! 한국에서 된장 고추장 김치만 가져가면, 요리해서 먹고 살기는 참 좋다.


이 곳 연어는 최고! 닭요리도 자주 먹는다.


2. 공기가 정말 최!


이 곳의 하늘은 매일 파랗다. 청명하고 화창한 하늘이 가슴속까지 게 해주는 나라이다.


매일 만나는 푸른 하늘


체코 여행 때 흐린 하늘과 빼곡한 건물들, 수많은 사람들에 치이던 복잡한 거리에 숨이 턱 막혔다.


이곳은 대단하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공기 좋고 여유로운 것으로는 최고이다.


우리 엄마는 워낙 몸이 약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인데, 거꾸로 있던 나를 낳기 위해 응급 수술을 했고, 잘 못살던 시절 나를 낳고도 잘 먹지를 못해 몸이 약해지셨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불효녀였다 나는ㅜㅜ


류마티스관절염에 생수병도 잘 못 따고, 작년 끔찍했던 폐암 선고 후 수술과 항암 방사선은 우리 엄마를 더 약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얼굴이 좋아지셨다. 건강했을 때의 미모를 되찾는 듯 살도 찌셨고 얼굴 혈색도 좋다.


아픈 엄마를 위해 자연이 좋은 곳에 와야지 했던 내 생각은 최고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은 이곳에서 우리 모두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자다르 벨타워에서 엄마랑 션


3. 근처 갈만한 곳이 많다


자다르에 와서 사는 40일 동안 정말 많은 곳에 부지런히 다녔다.


한 시간 거리에 크르카 국립공원.

크르카, 스크라딘폭포


두 시간 거리에 라스토케 마을과 플리트비체.

호수가 꼭 거울같다
요정을 본 것만 같은 플리트비체


배를 타고 다녀온 셰익스피어 '십이야'의 배경인 코르나티 군도.

끝없는 바다 위 코르나타로의 항해
이런 깨끗함은 처음이었던 코르나티


저가항공을 타고 한 시간 반 거리 프라하 좋았고.

중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프라하


다음 주에는 페리를 타고 이태리로 넘어간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에서는 독일 뮌헨으로 가는 야간열차가 있어 편리하고, 근처 수많은 도시들로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갈 수가 있다.


크로아티아의 중간 부분에 위치한 자다르는 북쪽으로는 자그레브, 남쪽으로는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혹은 페리를 타고 이태리로, 자다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러 나라로 가기 참 좋은 위치에 있다.


공항이 너무 작아 긴 입국심사에 지칠 일도 없다.


여유롭고 휴식이 있는 자다르에서 쉬다가, 어디 몇 박 며칠로 여행 다녀오고 쉬고, 심심하면 또 어디 나가고 또 돌아와 쉬기 좋다. 위치는 정말 최고!


4. 바다와 숲의 조화


프라하 민박집 청년은 그랬다. 체코에 바다가 없어서 아쉽다고. 자다르에서 매일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이 활짝 트이곤 했었는데, 꽉 막힌 다른 유럽의 도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다, 태양 그리고 엄마


이곳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석양이 있고, 요정들이 사는 숲과 호수도 있다.


예전 너는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망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곳에는 아름답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바다와 숲이 모두 있다.


자연 하나는 정말 최고이다!

온통 초록 빛

5. 여유, 그리고 힐링


크로아티아에 오니 걱정거리가 없다. 물론 한국에서 뼈 빠지게 회사 다니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혼자 식사 잘 챙겨 드실까 눈에 밟히는 아빠 생각에 눈물 찔끔 나지만, 이 곳에 오니 오랫동안 낫지 않던 편두통이 사라졌다.


여유롭고 예쁜 도시, 탁 트인 바다, 오래되어 깊고 울창한 숲 공원. 여유로운 카페와 맛은 최고인데 저렴한 커피까지.


아메리카노 한잔이 1.200-1.500원 정도. 카페에 가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매일의 커피 한 잔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최고로 여유롭고 걱정 고민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6.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도시


자다르는 아이들 뛰어 놀기 좋은 곳이다. 관광객들인지 현지인들인지 아이들도 엄청 많다. 커다란 놀이터, 바다 옆 트램펄린, 무료 키즈카페에 스포츠센터. 이 곳은 아이들과 개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동물을 사랑하는 크로아티아는 반려견을 데려와 함께 살기도 참 좋은 곳이다.


자연 속 놀이터와 한시간 무료인 키즈카페

얼마 전에는 서커스단도 왔는데 정말 놀라운 공연이었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하지 못할 경험들을 매일 하며 무럭무럭 성장하는 네 살 아들.


환상적인 서커스단이 이 작은 도시에까지 왔다


특히 우리가 사는 올드타운에는 차가 못 들어온다. 매일 이른 새벽, 청소차들만 조심조심 운행할 뿐이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은 유모차도 부드럽게 굴러가게 한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언제나 보행자가 우선이고, 렌트해서 운전하기도 너무 편하다.


7. 젊은이들을 위한 광란의 금요일


자다르에도 대학이 있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여행을 오는 곳이 밤문화가 빠질 수 없겠지.


사실 어린아이가 있어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올드타운 중심에 있는 펍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파티를 연다.


밴드를 부르기도 하고, 클럽이 되어 DJ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젊은이들은 환호하고 춤추고 아주 난리가 난다.


가끔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광란의 공연에 시끄러워 잠을 설치게 되기도 한다. 나도 겨울에 신랑 오면 그 펍에 가서 맥주 한 잔 할 것이다.


클럽에 관심 없는 중년들은 조용한 펍에서 맥주와 와인을 즐긴다. 노천카페 테이블에 앉아 별빛 하늘 아래서 맥주 한 잔, 캬!


8. 날씨가 최고다!


자다르의 날씨는 언제나 좋다. 근처 바다에만 나가면 뜨거운 태양 빛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바다가 근처에 있어 건조하지 않고 촉촉한데, 후덥지근한 느낌은 또 없다.


아름다운 자다르의 태양

10월 말까지도 낮에 햇살 아래에서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11월이 되니 조금 쌀쌀해졌는데 한국은 진짜 추워졌다고 한다. 미세먼지도 심하다고 하고.


나름 유럽에서도 남쪽 즈음에 위치한 곳이라 기후가 온화하다. 겨울에는 당연히 추워지겠지만 유럽의 햇살과 따스함을 꽤 길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끔 비가 와도 운치 있고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비오는 자다르

9. 24시간 내내 깨끗한 도시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1105094528_0_crop.jpeg 청소부 아저씨들은 언제나 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 자다르, 특히 우리가 사는 올드타운은 정말 깔끔하다. 오렌지 색옷의 청소부 아저씨들은 새벽부터 청소를 다니고, 오후에도 또 다닌다.


처음에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아쉬웠던 바다는, 와 이거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깔끔한 형태라 더 좋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1105094637_1_crop.jpeg 깨끗한 바다 앞

거리는 언제나 깨끗하고 안전하다.


아직은 쓰레기나 분리수거와 같은 것이 크게 까다롭지 않아 음식물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커다란 봉지에 함께 넣어 어디에나 있는 밖 쓰레기통에 넣으면 끝!


10. 모든 게 있진 않아도, 없는 게 없는 곳


이 곳의 미용실은 저렴하다. 커트가 4500원 정도.

크로아티아 미용실

오늘은 이발소에서 아이 머리도 잘라주려 한다.


맥도날드와 KFC, 근처에 아이가 키즈카페 다니는 Supernova라는 쇼핑센터도 우리는 자주 간다.


수선실, 패스트푸드, 문구점, 베이커리, 패션 쇼핑몰 등 모든 편의시설은 다 있다. 아이 영어학원 Helen Doron도 잘 보내고 있고.


물론 체코 프라하처럼 거리마다 스타벅스 사인이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자다르의 커피가 훨씬 맛있다.




크로아티아는 인생의 쉼표를 찍어주는 아름답고, 여유로운, 그런 나라가 틀림없다.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라 이방인으로써 살아가는데 딱히 불편한 점이 없다. 실수해도 되고, 몰라도 괜찮다. 모두가 그러니.


다만 이 곳에서 살 거라면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붐빌 7-8월 보다는 (이건 어느 도시나 다 해당되겠지만) 9월-10월, 다음으로는 5-6월, 아니면 3-4월 사이가 좋을 것 같다.


9-10월은 한가하고 날씨도 시원한 데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어 최고이다.


크로아티아 뿐 아니라 다른 도시로의 여행도 고려한다면 5-6월이 좋은 게 자다르에서 출발하는 페리나 항공기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운행을 시작한다.


자다르에서 이태리 안코나로 가는 페리도 9월엔 다 끊겨서, 우리도 스플리트까지 내려가서 타고 가야 한다. 자다르에서 매일 보는 게 배이고 항구인데 페리 스캐쥴이 없어 고생 좀 더 해야겠지.


자다르. 우리가 앞으로 3개월 더 살아갈 이 곳은 아름다우며 여유로운 곳이다.


그래도 이 곳에 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후회는커녕, 바쁜 삶에 지치고 힘들면 언젠가 다시 와서 재충전하고 힘을 얻어 갈 제2의 고향 같다.